[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우.발’ 10~20대가 예전 발라드를 불러 전 연령 공감 이끌어내는 이유는?

[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우.발’ 10~20대가 예전 발라드를 불러 전 연령 공감 이끌어내는 이유는?

[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요즘 SBS 초대형 오디션 프로젝트 ‘우리들의 발라드 2’가 시청자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다. 참가자들의 평균 나이가 시즌1(18.2세)보다 17.9세로 더 젊어졌다. 시즌1의 우승자인 이예지와 준우승자인 이지훈은 특별 탑백귀라는 평가단으로 시즌2에 참가하고 있다.

시즌2의 이예지와 이지훈, 6위 송지우가 포함된 ‘우리들의 발라드’ 시즌1의 TOP6는 지난 5월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 콘서트를 시작으로 가진 전국 투어도 성공리에 마쳤다.

이들과 함께 시즌2의 인재들이 합류한다면 ‘우. 발’의 풍성한 콘텐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2에서는 마야의 ‘나를 외치다’를 자신만의 감성으로 해석해 부른 파워보컬 괴물 박예승(15)과 4인조 남성 보컬 그룹 노을의 ‘청혼’을 혼자 기타를 치며 부른 양배추 인형 보글머리 김해림(19) 등 우수한 자원들이 넘친다.

필자가 ‘우리들의 발라드’를 보면서 가장 신기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10대와 20대의 목소리로 예전의 발라드를 다시 부르는 데도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봤다는 점이다. 사랑을 한 번도 안해봤을 것 같은 나이대의 아이가 사랑을 100번 해본 사람이 느낄법한 ‘쓸쓸함’보다도 더 정밀하게 표현해낸다.

19살 신채원이 36년전 발표된 양수경의 노래 ‘그대의 의미’를 해석하고 소화하는 것도 놀랍다. 고음에 강하고 열창하는 참가자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을 음미하듯이 부르며 디테일하고 미세한 감성을 뽑아낸다.

엄마와 당진에서 서울까지 왕복 5시간을 일주일에 세 차례나 오가며 음악 공부를 해온 13세 박진서가 고생하는 엄마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윤미래의 곡을 선택하는 등 참가자들이 노래를 선정한 이유와 전하려는 메시지에 대해 들어보면 어른스럽고 성숙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발라드’의 묘미는 무엇이며 발라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시즌1이 끝나고 만났던 이예지, 이지훈, 송지우 세 사람에게 물어봤다.

왼쪽부터 '우리들의 발라드' 시즌1의 우승자 이예지, 2위 이지훈, 6위 송지우. [사진=SM C&C]

“‘우.발’을 하면서 묘미를 알게됐다. 발라드는 스토리텔링을 잘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르다. 뮤지컬 음악도 발라드의 일종이다. 발라드는 이야기와 시를 노래하는 것이다.”(이지훈)

“처음에는 발라드가 한정된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인디발라드, 락발라드 등등 다른 음악장르들과 섞일 수가 있는 게 묘미다.”(송지우)

“발라드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것을 이야기 하는 방식이 다 다르다. 발라드는 서정적이며 사랑의 서사를 본인의 얘기로 한다.”(이예지)

새로운 질문을 던지려고 하자, 발라드가 좋은 이유와 발라드의 매력에 대한 대화가 계속 이어졌다.

“사람들에게 이런저런 감정을 느낀다는 점을 표현해주는 게 발라드다. 그래서 발라드는 노래 요소들 중에서, 감정이 더 우선시된다. 공감도 많이 받을 수 있고. 많은 부분 위로 받을 수도 있다.”(이예지)

“내가 했던 경험들, 내가 해주고싶은 얘기들을 전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다른 장르들은 가창력만 있어도 어느 정도는 살아남지만 발라드는 감정을 가지고 노는 장르라,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고 본다. 소설책, 영화도 참고가 된다.”(이지훈)

“발라드는 하고싶은 말을 진중하고 솔직하게, 그리고 예쁘게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다.”(송지우)

참가자들이 아직 나이가 어린 만큼 선배 가수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누구를 통해서, 또 어떤 식으로 자신의 발라드의 색깔을 구축하는데 도움으로 삼았는지도 궁금했다.

“김광석 선배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처음 발라드를 얘기하면 요즘 가수 성시경을 떠올리는데, 나는 김광석의 발라드를 시작으로 삼았다. 밥 딜런도 좋아한다.”(이지훈)

“어릴 때 엄마차에서 가수 박혜경의 노래를 많이 들었다.”(송지우)

“이문세와 이소라의 영향을 받았다. 이소라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았다. 세세한 감정 표현을 중시한다.”(이예지)

-‘우. 발’ 출연 전과 후의 변화는.

“저는 김광석 키즈라는 말에 대한 고민이다. 차태현 심사위원이 저에게 김광석이 너무 들려 방해가 된다고 하셨다. 어떻게 이걸 벗어나 이지훈의 것으로 만들 수 있을까?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고민이 잘 해소되지 않는다.”(이지훈)

“가수를 하고싶었는데, 막상 그 길을 찾을 수 없었다. 뭐부터 해야 하지? ‘우. 발’에 나오고 부터는 그것이 명확해졌다. 당장 해야될 게 뚜렷해졌다.”(송지우)

“서울예술대학교에 재학하며 음악 공부중이었다. ‘우. 발’ 하면서 어떤 장르, 어떤 스타일로 부를지를 알게됐다. 인정받는 게 목표다.”(이예지)

이야기의 감성을 담담하고 솔직하게 전한다는 발라드 음악을 하는 이들에게 AI음악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AI 시대에 가수와 작곡가들이 갈 곳을 잃어가는 듯 하다. 작곡가들이 장비를 팔더라. AI에 대해 좋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정보를 주는 AI툴에 대해서는 찬성하지만, 창작에는 AI가 간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 AI는 창작의 도구여야지 주체는 아니다.”(이지훈)

“창의성은 배우는 게 아니다. 컴퓨터로부터 창의성을 배운다고? 인간만이 하는 게 창작 아닌가?”(송지우)

“아날로그를 추구하지만 AI의 장점도 있다. 음악 만들기는 기술이 필요한데 AI가 보완, 커버해 줄 정도로 성장했다. 아무리 AI지만 사람 본연에서 나온 컬러와는 다르다고 믿는다. 앞으로 사람들이 어느 곳을 더 선호하는지 보면 된다”(이예지)

-어떻게 살며 노래를 부르겠는가?

“오디션 출신은 금방 잊혀지기 마련이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음반 내는 일로 바빠지더라. 모든 게 급하다. 이미지 소비 아닌가. 처음에 왜 음악을 하게 됐을까? 좋아서다. 그래서 시대를 따라가지 말고 좋은 음악 일에 매달리며 일하고 싶다.”(이예지)

"잘하는 걸 할 때 행복하게 해야지 오래할 수 있다. 잘 하는 것도 좋지만 재밌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행복하면 팬들이 알아봐 주실 것이다."(송지우)

“자유롭게 살고 싶다. 여행도 다녀보면서,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다. 영화와 책속에서 주인공의 마음과 감정을 빌려오며 경험을 대체하기도 한다. 스스로 성장하고 싶다.”(이지훈)

이들 세 명은 ‘우리들의 발라드’ 시즌2의 참가자들보다 먼저 겪은 경험담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세 사람은 앞으로도 각각 “감정 버튼 칭호를 듣고싶다”(이예지), “한동안 자취를 감췄다가 나타나 보여준 무대마다 성장하는 가수”(이지훈), “감정 안에서 교감하는 가수”(송지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모두 솔로곡을 발표했다. 이예지는 지난 7월 소울 R&B 장르의 첫 디지털 싱글 ‘싫어’를 발매했고, 이지훈도 ‘괜찮은 사람’을 발매했으며, 송지우 역시 ‘봄비’를 리메이크해 발표한 바 있다. 이들 외에도 '우. 발' 시즌1 4위인 최은빈은 지난 9월말 짙은 이별 감성을 담은 정통발라드 ‘니가 되어보니’를 발매해 깊은 호소력을 남기고 했다.

이들의 발라드 감성과 ‘우.발’ 시즌2의 감성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대한민국에 발라드 장르의 유행을 선도할 수 있을 것 같다. 발라드 음악의 최대 매력은 듣는 이에게 깊은 정서적 공감과 위로를 선사한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 AI 시대에 결여되기 쉬운 사랑과 이별, 그리움 같은 보편적인 인간의 감성을 기교보다는 진정성으로 담아내는 발라드는 시기적으로도 유행할만한 조건을 갖췄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