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비를 몰고 오는 전선이 어디에 머무느냐는 폭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공동연구팀이 47년 동안의 기후자료를 분석한 결과 동아시아 여름 전선이 북상하면서 한반도에서 비와 무더위가 같은 날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20년의 전선 평균 위치가 늦여름에 과거 20년보다 약 213km 북쪽으로 자리이동한 것으로 분석됐다. 앞으로 여름철 재해 대책을 세울 때는 늦여름까지 침수 예방과 온열질환 관리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담았다.
KAIST(총장 배충식) AI미래학과 김형준 교수(KAIST 기후-환경-에너지연구소 소장) 연구팀이 아태기후센터(원장 하경자) 문수연 박사·김옥연 박사와 공동연구를 통해 1979년부터 2025년까지 47년 동안 고해상도 기후 재분석자료를 분석했다. 동아시아 여름 전선의 장기적 북상 추세와 이에 따른 복합재해 위험 증가를 알아냈다.
서로 다른 성질의 공기가 만나 생기는 경계인 ‘전선’은 동아시아 여름철 비의 약 40%를 뿌리는 배경이다. 6월과 9월에는 그 비중이 절반에 달한다. 매년 여름 겪는 장마전선도 이에 속한다. 2024년 여름, 군산에 시간당 131.7mm의 물폭탄이 쏟아지고 수도권에 이틀 동안 600mm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동시에 역대급 폭염까지 기승을 부린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기상 연구는 주로 가열화로 인해 ‘비가 얼마나 세졌는가’에 집중해왔다. 연구팀 역시 과거 연구에서 동아시아 전선 호우 강도가 강해졌음을 진단한 바 있다. 비구름의 ‘위치’가 어떻게 변해 왔는지에 관한 연구는 부족했다. 전선이 조금만 위아래로 움직여도 어느 동네가 물난리를 겪을지, 어느 동네가 찜통더위에 시달릴지가 눈에 띄게달라진다.

연구팀은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의 고해상도(약 25km) 기후 재분석자료(ERA5)에 전선 자동 탐지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47년 동안 6시간 간격으로 동아시아 여름 전선의 위치를 추적했다.
연구팀은 일기도의 전선 위치와 비교함으로써 검증한 결과 최근 20년(2006~2025년)의 여름 전선은 과거 20년(1979~1998년)보다 여름 내내 더 북쪽에 자리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마 절정기(6월 25일~7월 15일)에는 평균 약 146km, 늦여름(9월 10~30일)에는 무려 약 213km나 북상했다. 과거 늦여름 비구름이 중국 양쯔강이나 제주도 남쪽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한반도 남부까지 기어 올라온 모습이다. 비구름의 북상은 바다온도 상승과 바람의 변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결과다.
비구름이 위로 올라오면서 비와 더위의 지도도 바뀌었다. 장마철 비구름이 북상하면 한반도를 비롯한 북쪽엔 비가 늘고 남쪽은 체감 더위가 심해졌다. 늦여름엔 그 영향이 더 커진다. 전선이 북상한 해에는 한반도에 비가 쏟아지는 동시에 체감 더위도 0.4℃ 이상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기온뿐만 아니라 습도까지 고려한 체감 더위 지표(습구흑구온도, WBGT)가 높아졌다는 것은 땀이 잘 마르지 않아 느끼는 불쾌감과 열사병 위험이 그만큼 커졌다는 뜻이다.
김형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선의 ‘세기’뿐 아니라 ‘위치’가 바뀌고 있으며 같은 여름이라도 비와 더위가 찾아오는 장소와 시기가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9월은 그동안 여름철 재해 대비의 사각지대였던 만큼 늦여름 폭우와 폭염을 하나의 복합 위험으로 묶어 관리하는 포괄적인 적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연구(논문명: Recent change in northward migration of the East Asian summer front and increased compound wet–hot conditions)는 아태기후센터 문수연 박사가 제1저자와 교신저자로, AI미래학과 김형준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npj 기후·대기과학(npj Climate and Atmospheric Science)’에 실렸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