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자동차보험료 할인을 내세워 운전자의 주행정보 제공 동의를 받은 보험사들이 정작 실제 할인 혜택을 제공한 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할인에 활용되는 안전운전 점수의 산정 기준마저 공개되지 않아 개인정보 수집의 적정성과 소비자 알권리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국회의원(경기도 평택시 병)은 22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종합국정감사에서 운전습관 연계 보험(UBI) 특약의 개인정보 수집 실태를 지적하며 금융당국의 전수 점검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UBI 특약은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이나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통해 측정한 안전운전 점수에 따라 자동차보험료를 3-24% 할인해 주는 상품이다. 할인 혜택을 받으려면 운전자가 자신의 주행정보를 보험사에 제공하는 데 동의해야 한다.
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보험사들이 확보한 운전정보 제공 동의는 총 1,452만 건에 달했다. 그러나 실제 UBI 특약 가입은 388만 건으로 전체의 26.7%에 그쳤다.
나머지 1,064만 건은 정보 제공에 동의했지만 특약 가입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4년간 자료를 제출한 보험사 4곳의 경우에도 정보 제공에 동의하고 특약에는 가입하지 않은 건수가 2023년 278만 건에서 지난해 584만 건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개인정보 수집 과정의 적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일부 보험사는 UBI 특약을 위한 별도 동의 절차 없이 보험 가입설계 과정의 포괄적 동의나 자동차 제조사의 서비스 통합 동의를 통해 운전정보를 수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보험사들의 실제 특약 가입률은 1-2%대에 불과했다.
김 의원은 이러한 방식이 개인정보 수집 목적을 명확히 하고 필요한 범위에서 최소한의 정보만 수집하도록 규정한 개인정보 보호법의 취지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료 할인 조건 역시 소비자가 충족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부 상품은 월 5,500원에서 1만1,000원에 달하는 유료 커넥티드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며 최근 90일간 1,000km 이상 주행하거나 보험사별로 60-81점 이상의 안전운전 점수를 받아야 할인 대상이 된다.
그러나 정작 안전운전 점수가 어떤 항목과 기준에 따라 산정되는지는 소비자에게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김 의원의 지적이다.
특히 할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특약에 가입하지 않더라도 이미 제공에 동의한 안전운전 점수와 주행거리 등 개인정보의 처리 문제가 남는다는 점에서 정보 수집 및 관리 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이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게 UBI 특약과 관련한 정보 제공 동의 실태를 전수 점검하고 수집된 운전정보가 당초 동의한 목적 외에 활용됐는지 확인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소비자가 보험료 할인 가능성을 사전에 판단할 수 있도록 안전운전 점수 산정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할인 문턱은 높여 두고 개인정보는 동의 한 번으로 가져간 셈"이라며 "보험사는 특약 목적에 맞게 필요한 정보만 수집하고 특약에 가입하지 않은 운전자의 정보는 파기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지적을 계기로 보험료 할인 혜택과 개인정보 제공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운전정보 수집부터 이용·보관·파기까지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평택=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