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사람처럼 걷고 뛰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산업 현장에 들어오기 시작했지만 본격적인 상용화를 위해서는 정교한 손동작과 현장 데이터, 안전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은 제조업 기반과 산업 현장에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피지컬 인공지능(AI)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2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아이포럼 2026' 세션3 '피지컬 AI 주도국'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산업 현장 적용 현황과 기술적 과제, 한국의 경쟁력 확보 방안이 논의됐다.
박수환 강원대학교 로봇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진하영 리얼월드 사업개발 이사, 이시행 LG AI연구원 로보틱스 테크 셀 리드, 황정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지능로보틱스연구센터 센터장이 발표와 토론에 참여했다.

"피지컬 AI, 이제 막 걸음마⋯현장 데이터 확보가 핵심"
진하영 리얼월드 사업개발 이사는 피지컬 AI가 산업 현장에서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실제 작업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진 이사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인터넷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빠르게 발전했지만 피지컬 AI는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 자체가 인터넷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물건을 집거나 도구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관절 움직임과 힘, 촉각 등의 정보는 실제 현장에서 수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피지컬 AI의 발전 단계를 아직 초기 수준으로 평가했다. 로봇의 이동 능력은 빠르게 발전했지만 정교한 손동작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진 이사는 한국의 제조업 환경이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미국이 AI 모델 개발에, 중국이 로봇 하드웨어 생산에 강점을 갖고 있는 반면 한국과 일본은 제조업 기반과 노동력 부족에 따른 자동화 수요가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200개 이상 기업을 방문해 산업 현장의 자동화 수요를 조사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기존 설비가 해결하지 못한 정교한 작업들이 사람의 손기술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리얼월드는 제조·물류 현장에서 사람의 작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학습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진 이사는 "피지컬 AI가 현장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데이터와 모델, 현장 배포가 맞물려야 한다"며 실제 로봇을 투입한 뒤 발생하는 변수와 실패 사례를 다시 학습에 반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장 자동화 마지막 20%⋯가장 어려운 것은 손끝"
이시행 LG AI연구원 로보틱스 테크 셀 리드는 피지컬 AI의 산업적 과제로 기존 자동화 기술이 해결하지 못한 공정을 꼽았다.
이 리드는 "피지컬 AI가 바꿔야 할 곳은 사람이 맡고 있는 나머지 20%의 공정"이라며 "가장 어려운 20%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용접과 도장, 이송 등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공정은 상당 부분 자동화됐지만 부품을 꺼내고 끼우거나 검사하는 작업은 여전히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로봇 기업 피겨(Figure)의 사례를 들어 휴머노이드의 작업 속도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5월 택배 분류 대결에서 로봇은 택배 1개를 2.83초에 처리해 사람의 2.79초에 근접했다. 다만 산업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작업 속도뿐 아니라 투자비 회수 가능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리드는 범용 로봇 한 대가 여러 공정을 수행할 수 있게 되면 기존 자동화 설비보다 투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험하거나 힘든 공정부터 로봇을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봤다.
그는 "아직 로봇은 손재주가 서툴고 사람보다 느리며 처음 보는 환경에도 약하다"며 현장에서 축적하는 데이터가 이러한 한계를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휴머노이드 부품·제조 데이터에서 기회 찾아야"
황정훈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지능로보틱스연구센터 센터장은 휴머노이드 시장 확대에 대응해 한국이 핵심부품 양산 역량과 독자적인 로봇 AI 모델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센터장은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를 사례로 제시하며 하드웨어 제조 비용이 약 5만~6만달러에 이르고 센서와 모터, 감속기 등 주요 부품이 전체 비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는 사람처럼 움직이기 위해 다수의 구동기가 필요하다. 특히 정교한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손에는 많은 관절과 센서가 들어가 제조 난도가 높다.
황 센터장은 국내 제조기업들이 축적한 정밀기계·부품 양산 기술을 활용하면 글로벌 휴머노이드 공급망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기술 성능만으로는 실제 현장 투입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람과 함께 작업하는 로봇인 만큼 안전성과 신뢰성이 확보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의 휴머노이드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있지만 산업 현장에서 요구하는 안전성과 신뢰성을 충분히 검증하는 데는 여전히 과제가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AI 모델 개발에서도 한국의 제조 데이터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센터장은 공개된 인터넷 데이터와 달리 기업이 보유한 제조 공정 데이터와 숙련 기술자의 작업 경험은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우리가 갖고 있는 제조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만의 휴머노이드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것"이 한국 기업들이 집중해야 할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하드웨어냐 AI 모델이냐"⋯안전·데이터·공동 개발에 공감대
토론에서는 로봇의 안전성 확보와 학습 데이터 수집,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공동 개발이 주요 과제로 논의됐다.
황 센터장은 촉각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센서의 성능과 신뢰성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힘을 가해도 측정값이 달라지는 등 현재 센서 기술에 한계가 있어 데이터 수집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진 이사는 사람의 작업 영상만으로는 힘과 촉각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원격 조종을 통한 로봇 데이터와 사람의 작업 데이터를 함께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 하드웨어와 AI 모델 가운데 어느 기술에 우선 투자해야 하는지를 놓고도 의견이 오갔다. 진 이사는 "두 개가 같이 가야 되는 축이라고 생각한다"며 소프트웨어 기업과 하드웨어 기업이 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의견을 주고받아야 실제 현장에서 요구하는 성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의 형태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현재 산업 현장에서는 이족보행 로봇보다 바퀴로 이동하는 로봇이 안전성과 배터리 효율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계단이나 높낮이 차이가 있는 환경까지 대응하려면 장기적으로 사람과 유사한 이동 능력을 갖춘 로봇이 필요하다는 전망이다.
참석자들은 피지컬 AI의 경쟁력이 단순히 로봇의 움직임이나 시연 성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술과 데이터 확보에 달려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아이뉴스24가 주최한 '아이포럼 2026'은 'AI 패권 전쟁, 새로운 질서: AI 3대 강국,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열렸다. 최기영 서울대 명예교수(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기조연설에 이어 '반도체 최강국', 'AI 데이터센터 고도화', '피지컬 AI 주도국' 등 3개 세션에서 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