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라창현 기자] 국회 국방위원회가 사상 최초로 육·해·공군 사관학교 대상 국정감사를 진행한 자리에서 여야가 사관학교 통폐합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관학교 통합은 과거 정부에서도 추진됐다고 주장했고, 국민의힘은 명분과 실리가 없다고 맞섰다.

국방위는 22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3군 사관학교를 대상으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군종별 사관학교를 통합해 대전 자운대에 4년제 국군사관학교를 창설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가 독선적으로 사관학교 통폐합을 밀어붙인다는 주장에 대해 반박에 나섰다. 역대 보수 정부에서도 사관학교 통합 논의가 있었다는 취지다.
육군 대장 출신의 김병주 의원은 "6·25 전쟁 이후에 거의 모든 정부에서 추진하다가 성공을 못 했다"며 "53년도에 보니 휴전 후 사관학교를 통합하려고 했지만 예산이 부족해서 무산됐고, 4·19 혁명 이후 장면 내각에서도 통합을 추진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고 했다.
이어 박정희 정부와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에서도 통합 논의가 있었으나 결실을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정부 역시 2012년을 목표로 해서 통합을 추진했지만 2011년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후 합동성이 강화되고 해·공군의 반대로 통합이 무산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미래 전장이 복합적 양상으로 변함에 따라 이에 맞는 교육기관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하나로 전장이 통합되기 때문에 미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선 육·해·공군의 사관학교 통합이 필요하다"며 "미래 위협에 대응해서 과거 어떤 정부도 못했던 것을 끝장 내야한다. 이것은 시대적인 요구"라고 말했다.
같은 당 황명선 의원은 사관학교별 교육과정이 상당 부분 중복돼 효율성 측면에서 통합이 필요하다고 했다. 황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육·해·공군 교육과정의 52% 이상이 공통 또는 유사 영역인 것으로 나타났다. 교양과목의 경우 95.4%가 유사 과목으로 분류됐다.
황 의원은 "사관학교 통합은 군별 전문성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공통 영역은 함께 운영하고, 특화 영역은 더욱 강화하자는 것"이라며 "드론, 무인체계, 인공지능(AI)이 전장을 바꾸는 시대에는 육·해·공군의 정보를 연결하고 첨단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이해하는 지휘관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통합의 명분부터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국방부 업무보고에서 육군사관학교 출신들이 과거 세 차례 쿠데타에 관여한 사실을 언급하며 "구조적으로 절대로 못 하게 해야 한다"고 한 것을 반박했다.
22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장을 역임한 성일종 의원은 "대다수 군인들 정치에 개입 안 했다. 정말로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일한 분들"이라며 "쿠데타 책임을 물어야 해서 통합한다는 게 말이 되냐, 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육군 소장 출신의 강선영 의원은 "아파트 재건축도 5~15년이 걸리는데, 작년 6월 출범한 정부가 어떻게 2년 만에 통합한다는 것이냐"면서 "보라매(공군), 호랑이(육군), 용(해군)이 오리로 전락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용원 의원은 해·공군 사관학교 교육과정을 언급하며 실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군사관학교 부지로 낙점한 자운대 인근에는 조종사를 양성할 비행장과, 해군을 양성할 바다가 없어 훈련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육·해·공군 사관학교장은 모두 합동성 강화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현재의 통합안에 대해선 보완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박후성 육군사관학교장은 "지금의 분리된 사관학교에서도 합동교육을 하고 있고, 현재도 충분히 합동성 강화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생도들과 교수들의 우려와 걱정을 잘 알고 있고 이를 공식적인 지휘 계통을 통해 계속 건의해 왔다"고 했다.
박규백 해군사관학교장도 "현재 논의되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보완·발전시키면서 좀 더 좋은 안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흥재 공군사관학교장 역시 "공군사관학교의 정체성과 전문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검토하고 제시하겠다"고 했다.
/라창현 기자(ra@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