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집에서 흔히 먹던 비빔밥이 새로운 유행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종 채소를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는 건강식이라는 인식에 간편함과 가격 경쟁력까지 더해지면서다. 한식당의 단골메뉴를 넘어 외식과 간편식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젊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두드러진다. 올해 비빔밥 배달 주문은 지난해보다 38% 넘게 늘었고 편의점에서는 관련제품이 한달여 만에 50만개 넘게 팔렸다. 다만 식재료값 상승과 빠르게 바뀌는 먹거리 유행은 장기 흥행을 위한 과제로 꼽힌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이 집계한 올해 1~5월 비빔밥 주문건수는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8.2% 증가했다. 같은 한식 메뉴인 육회비빔밥도 22.7% 늘었다. 익숙한 한식 메뉴가 배달시장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외식 프랜차이즈에서도 성장세가 확인된다. 본아이에프의 본죽&비빔밥이 지난해 9월 개편한 '죽~맛나는 비빔밥' 제품군은 올해 1월 누적 판매량 100만그릇을 돌파했다. 개편 이후 4개월 만이다.
해당기간 브랜드 전체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매출은 17.7% 증가했다. 지난 3월에는 제철 냉이를 활용한 '냉이된장불고기비빔밥'을 추가하며 메뉴 차별화에 나서기도 했다.

간편식 시장에서도 비빔밥의 존재감이 커졌다. 세븐일레븐이 가수 성시경과 협업해 지난달 선보인 '시경 픽 제철 비빔밥' 시리즈는 누적 판매량 50만개를 넘어섰다. 대표상품인 '전주식소고기비빔밥'은 전체 도시락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1일 가을 제철 배추와 제육볶음을 활용한 '꿀배추제육비빔밥'까지 추가했다.
구매층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달 2일부터 15일까지 세븐일레븐 비빔밥 시리즈의 여성 구매고객 비중은 42%로 일반 정찬 도시락보다 9%포인트 높았다. 같은기간 외국인 고객의 비빔밥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2% 증가했다. 고기와 튀김 중심의 기존 도시락에서 벗어나 채소와 제철 식재료를 앞세운 메뉴가 새로운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빔밥 인기의 배경으로는 건강과 편의성, 가격 경쟁력이 꼽힌다. 나물과 채소에 밥, 달걀, 고기 등을 취향에 맞게 조합할 수 있어 다양한 식재료를 한 끼에 섭취할 수 있다. 별도의 반찬 없이 한 그릇으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바쁜 직장인들에게 매력적이다.
비빔밥 전문점을 운영하는 A씨는 "예전에는 비빔밥이 중장년층이 주로 찾는 메뉴였다면 요즘에는 젊은 직장인들도 많이 주문한다"며 "채소가 많이 들어가 부담이 적고 한 끼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선택 기준도 비슷하다. 마곡에서 근무하는 20대 직장인 B씨는 "점심마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다 보면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며 "비빔밥은 채소를 충분히 먹는다는 느낌이 들고 한 그릇만 먹어도 든든해 자주 찾는다"고 전했다.

고물가에 따른 외식비 부담도 비빔밥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지역 삼겹살 1인분 평균 가격은 2만1321원, 삼계탕은 1만8269원, 냉면은 1만2692원에 달했다. 외식비가 전반적으로 오르면서 다양한 식재료를 한 그릇에 즐길 수 있는 비빔밥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5000원대 편의점 비빔밥은 가격문턱까지 낮춰 소비자 부담을 덜었다.
그러나 인기와 별개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우선 빠르게 바뀌는 먹거리 유행이다. 올해 초 화제를 모은 봄동비빔밥은 온라인 언급량이 한달 새 888% 급증했지만 유행이 식자 재고 부담을 호소하는 자영업자들이 등장했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유행 당시 봄동 1kg 가격은 4500원에서 6000원으로 33.3%, 비빔밥 한 그릇 가격은 8000원에서 1만2000원으로 50% 뛰었다. 단기간 수요 집중이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 뒤 판매 감소에 따른 재고 위험까지 키운 셈이다.
원재료 가격 상승도 부담이다. 비빔밥은 여러 종류의 채소와 고명을 사용하는 만큼 개별 식재료의 가격 변동에 영향을 받기 쉽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달 버섯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12.5%, 국산 소고기는 6.6% 상승했다. 쌀과 달걀도 각각 2.3%, 1.1% 올랐다. 다양한 재료가 강점인 비빔밥에 원가 부담이 집중되는 구조다.

건강식이라는 인식에 걸맞은 영양설계도 필요하다. 채소가 많이 들어간다고 반드시 균형 잡힌 식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고추장과 간장 등 양념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나트륨 섭취량이 늘어날 수 있고, 고명 구성에 따라 단백질 등 영양소의 비중도 달라진다. 특히 간편식은 가격과 맛뿐 아니라 영양성분까지 소비자의 선택 기준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비빔밥은 식재료 조합에 따라 다양한 메뉴로 확장할 수 있지만 그만큼 원가와 품질관리가 까다롭다"며 "제철 채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양념과 고명 구성을 차별화하는 것이 장기적인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