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대중화하면서 마이크로니들 기술 선점 경쟁이 덩달아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는 '뉴노멀'로 자리 잡은 비만치료제의 투약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비만치료제뿐 아니라 백신과 호르몬제 등 다양한 의약품에 적용할 수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마이크로니들 기술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미세한 바늘을 이용해 피부에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기존 주사제를 패치 형태로 대체할 수 있어 주삿바늘에 대한 거부감과 반복 투여에 따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마이크로니들의 시장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마이크로니들을 활용하면 기존 주사형 비만치료제의 약물 성분을 피부에 붙이는 패치 형태로 전달할 수 있다.
매주 주사를 맞아야 하는 기존 치료제에 거부감을 느끼던 환자는 물론, 주사에 대한 부담으로 치료를 망설이던 잠재적 환자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 확대 가능성이 크다.
폭넓은 확장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비만치료제뿐 아니라 인슐린과 성장호르몬, 백신 등 기존에 주사로 투여하는 의약품에도 마이크로니들을 적용할 수 있다. 인슐린을 반복 투여해야 하는 제1형 당뇨병 환자나 주사에 대한 두려움이 큰 소아 환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대웅제약이 마이크로니들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웅테라퓨틱스의 독자적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클로팜'을 활용해 패치형 비만·당뇨 치료제 'DWRX5003'을 개발 중이다.
DWRX5003은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를 미세 바늘에 담아 피부로 전달하는 치료제다. 앞서 건강한 성인 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초기 시험에서는 기존 주사제와 비교해 80% 이상의 약물 전달 효율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아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최근엔 경기도 화성시 향남읍 대웅바이오 3공장에 마이크로니들 전용 무균 임상의약품 제조시설을 구축 중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GMP) 승인을 확보해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향후 상업 생산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라파스도 독자 개발한 DEN 공법을 기반으로 마이크로니들 상용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DEN 공법은 약물이 담긴 액체방울을 늘려 미세 바늘을 만드는 방식으로, 기존 제조법보다 공정이 간단하고 대량생산에 유리한 것이 특징이다. 가열 과정이 필요 없어 열에 민감한 바이오의약품에도 적용하기 쉽다.
라파스는 이를 활용해 대원제약과 세마글루타이드 패치형 비만치료제 'DW-1022'를 공동 개발하고 지난해 임상 1상을 완료했다. 이후 대원제약이 개발에서 철수하면서 관련 특허 지분을 모두 넘겨받고 후속 개발을 추진 중이다.
동아에스티도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개발 기업 주빅과 마이크로니들 제형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광동제약은 의료용 마이크로니들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쿼드메디슨에 20억원을 투자해 비만치료제 의약품 마이크로니들 패치 개발을 위한 협력에 나섰다.
글로벌 빅파마들도 마이크로니들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세계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라이 릴리는 지난 3월 주력 비만치료제 '마운자로'의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를 마이크로니들 패치에 적용하는 기술의 국제특허를 공개했다.
해당 특허에는 미세 바늘에 충분한 양의 약물을 담고 피부에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제조기술이 담겼다. 다만 아직 국제특허 공개 단계로, 실제 인체 임상시험이나 상용화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다만 실제 상용화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기존 주사제에 버금가는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은 물론, 미세 바늘에 충분한 양의 약물을 담아 체내에 안정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대량생산 과정에서 균일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주사 방식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이크로니들의 잠재력이 크다"며 "특히 장기간 꾸준한 약물 투여가 필요한 치료 영역에서 활용 가치가 높고, 다양한 의약품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어 성장 가능성이 큰 기술"이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