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6주기] "다 바꿔봐" 쇼츠로 돌아온 선대회장

[이건희 6주기] "다 바꿔봐" 쇼츠로 돌아온 선대회장

생전 강연·현장 영상 수천만회 재생
변화 주문 뒤에는 보상·책임의 원칙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봐."

33년 전 삼성 임원들을 향했던 목소리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오는 25일 6주기를 맞는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강연과 현장 점검 영상이 유튜브·인스타그램·페이스북에서 주목받으면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켐핀스키호텔에서 삼성 임원진들에게 '신경영' 구상을 밝히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수백만 회 재생된 영상이 여럿이고, 800만 회를 넘긴 영상도 있다. 직설적인 변화의 주문부터 반도체 진출 과정, 미래를 전망한 발언까지 관심을 받고 있다.

"다 바꿔봐" 이후에도…평가와 보상을 바꾸라

"바뀔 사람만 바뀌어. 남의 뒷다리 잡지 말란 말이야." 여러 채널에서 재편집되는 이 선대회장의 발언이다.

이 선대회장은 1993년 6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그룹 임원들을 불러모아 '양 중심'에서 '질 중심'으로 전환을 주문하며 신경영 선언의 막을 올렸다.

당시 불량 부품을 커터 칼로 깎아 세탁기를 조립하는 내부 고발 성격의 영상을 본 후 대대적인 소집이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선언만으로 거대한 조직이 바뀌지는 않았다. 이 선대회장의 육성을 담은 책 '더 리얼 이건희'에 따르면 그는 일주일 뒤 회의에서도 생산량 달성에는 상을 주면서 품질 목표 달성은 제대로 대우하지 않는 현실을 질책했다. 품질을 앞세우려면 평가와 보상도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삼성전자 '화성 16라인 기공식'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불량을 손질해 출고하는 대신 생산라인을 멈추라고도 했다. 개선안을 요구하면서 "한두 달 안 된다는 건 내가 다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생산 차질을 감수하더라도 품질을 바로잡겠다는 뜻이었다. 이후 가전과 휴대전화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한 삼성의 성장 과정과 맞닿아 있다.

사람은 길게 보라고 했다. "20대에 활짝 꽃피는 사람도 있고", "40대 반짝하는 사람도 있다"며 최소 5년을 두고 평가하라고 주문했다.

"실수를 빨리 공개한 사람은 칭찬하고 상을 줘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같은 실수의 반복은 경계하되 일하다 생긴 문제를 숨기지 않도록 하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반도체 도전과 미래 전망…현재와 겹쳐 보는 과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진출 과정을 소개하는 영상도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인기 콘텐츠다.

이 선대회장은 1974년 한국반도체 인수 당시 삼성전자의 자금 사정이 어려웠다며 "내 개인 돈 넣고 해서 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그해 사재 50만달러를 투입해 경기 부천에 있던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가격 급락과 출혈 경쟁이 이어진 반도체 '치킨게임'을 거치며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키웠다. 독일 키몬다가 2009년, 일본 엘피다가 2012년 파산한 가운데 메모리 시장의 주도권을 굳혔다.

유튜브에서 800만 조회수를 기록한 이건희 선대회장 영상 썸네일. [사진=유튜브 검색 화면 캡처]

올해는 인공지능(AI)용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연간 영업이익 300조원 돌파가 전망되고, 세계 최대 영업이익 기업으로의 도약이 확실시 되고 있다.

미래 전망 영상도 눈길을 끈다. 그는 1990년대 개인이 세계 어디서든 통화하고 카드 하나로 결제와 전화가 가능한 세상을 내다봤다.

2000년대 이후 휴대전화 보급과 스마트폰·모바일 결제의 확산으로 현실에 가까워진 모습이다. 갤럭시 스마트폰과 삼성페이를 쓰는 이용자들에게 과거 발언이 새롭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김영은 한국경제인협회 기업가정신발전소 팀장은 "초기 세대 기업인들은 경영 시스템을 직접 구축하며 기업을 일군 만큼 그 과정이 도전적이고 극적이었다"며 "그들의 경영관과 도전정신이 구체적인 일화에 담겨 있어 젊은 세대도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