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HMM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최원혁 대표이사의 사내이사 조기 재선임을 추진하고 나섰다.
통상적인 정기주주총회 시기를 4개월이나 남겨둔 시점에 대주주가 직접 나서 조기 재선임을 요청한 배경에는 29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 집행과 부산 본사 안착, 그리고 내년부터 본격화할 해운업황 침체기를 기존의 최원혁 체제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오는 11월25일 부산 본사 사옥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최원혁 사내이사의 재선임 안건을 의결한다. 안건이 통과되면 최 대표의 임기는 기존 2027년 3월에서 2028년 3월 정기주주총회일까지로 연장된다.
HMM 관계자는 "대주주 요청에 의해 이사회 승인을 거쳐 임시주총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HMM 지분은 한국산업은행이 35.42%, 한국해양진흥공사가 35.08%를 보유하고 있다. 두 기관의 지분을 합하면 70.50%에 달한다.
대주주가 최 대표의 임기 만료를 약 4개월 앞두고 재선임 절차를 시작한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정기주총까지 경영진의 거취가 불확실한 상태로 남아 있으면 대규모 투자와 조직 운영의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조기에 재선임 여부를 확정해 현재 추진 중인 중장기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하고 시장과 내부 조직에 경영 안정에 대한 신호를 보내려는 취지라는 해석이다.

최 대표가 이어가야 할 핵심 과제는 29조원 규모의 ‘2030 중장기 전략’이다. 최 대표는 CJ대한통운을 거쳐 LX판토스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물류·공급망 전문가로, 지난해 3월 HMM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HMM은 2030년까지 컨테이너선대를 166척·147만TEU 규모로, 벌크선대를 110척·1352만DWT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선박과 터미널 등 물류 인프라, 친환경·디지털 기술 등에 투입할 금액은 총 29조원이다.
최 대표 취임 이후 약 1년 7개월 동안 결정된 누적 투자 규모는 약 12조원에 이른다. 이 기간 운항 및 발주 기준 피더선은 12척에서 42척으로 3.5배 늘었고, 벌크선은 44척에서 60척으로 증가했다. 벌크사업도 가스선과 자동차운반선 등으로 선종을 다변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선박과 기기 확보 등에 약 1조9781억원을 집행했다. 최근에는 1만30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8척을 1조9196억원에 발주하고, 2800TEU급 피더선 4척을 리세일 방식으로 확보하기로 했다.
컨테이너선과 피더선을 합친 최근 투자 규모는 2조1678억원이다. 이를 포함하면 올해 결정된 선대 확충과 물류 인프라·미래 기술 관련 투자 규모는 6조원을 넘어선다.
선박은 계약부터 인도까지 수년이 걸린다. 투자 결정 당시의 시장 상황과 실제 운항을 시작하는 시점의 업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발주 전략과 자금 집행, 선박 인도 이후의 운용까지 일관되게 관리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를 설계하고 계약을 주도한 경영진의 연속성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부산 본사 이전 이후 조직을 안정시키는 일도 과제다. HMM은 지난 5월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정관상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변경하고 법인 등기 이전을 마쳤다.
이달 12일부터 부산진구 부전동 사옥에서 업무를 시작했으며 13일에는 본사 제막식을 열었다. 현재 부산 사옥에는 기존 부산 영업조직과 서울에서 이전한 안전보건본부·해사실 인력 등을 포함해 약 120명이 근무하고 있다.
추가로 이전할 조직과 인력, 시기는 직원 의견 수렴과 노사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HMM은 부산 북항 일대에 정식 사옥을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온 서울 중심의 운영체계를 부산과 서울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업무 체계를 정착시키고 내부 동요를 최소화해야 한다. 조직 전환기에 최고경영자 교체 가능성까지 겹칠 경우 경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조기 재선임 추진의 배경으로 거론된다.
여기에 내년부터 내후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닥칠 불황도 조기 재선임을 앞당긴 요인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전 세계 선사들이 앞다퉈 발주했던 대규모 신조 컨테이너선들이 내년부터 내후년 사이 시장에 대거 인도되면서 심각한 선복량 공급 과잉이 예고돼 있다.

배는 쏟아져 나오는데 글로벌 경기 둔화와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해상 물동량 증가세는 둔화하면서 해상 운임 하락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환경 규제 비용도 선사의 수익성을 위협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으로 홍해 사태의 향방이 여전히 불투명해 희망봉 우회 운항의 지속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고, 향후 수에즈 운하 통항이 정상화될 경우 오히려 우회 항로에 묶여 있던 선박들이 일시에 시장으로 풀리며 운임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배출 규제가 해마다 강화되면서 친환경 연료 확보와 노후 선박 교체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겹친 상황에서 대주주가 조기 재선임 카드를 꺼내 든 것은 향후 최원혁 체제로 주요 과제를 흔들림 없이 끌고 가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경영 연속성을 확보하는 만큼 최 대표를 향한 평가 기준도 투자 규모에서 성과로 옮겨갈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중장기 계획에 따라 선박과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무게가 실렸다면 앞으로는 집행한 투자가 실제 매출과 이익, 불황기 수익성 방어로 이어지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부산 본사의 조직 안정화와 추가 이전, 선대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 관리도 과제다. 장기적으로는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지분의 처리와 민영화 논의에도 대응해야 한다.
임시주총에서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이 통과될 경우 최 대표는 2030 중장기 전략의 실행 성과와 부산 이전의 실질적인 효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