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막겠다더니…전국 확대에도 인력·예산·정보망 '구멍'

응급실 뺑뺑이 막겠다더니…전국 확대에도 인력·예산·정보망 '구멍'

응급환자 이송체계 전국 시행에도 119·응급의료 정보시스템 연계 미흡…AI 고도화 예산도 미확보

소병훈 의원 "병원 선정 넘어 실제 환자 수용·최종치료까지 책임지는 체계 구축해야"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정부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응급환자 이송체계를 전국으로 확대했지만 정작 제도를 뒷받침할 전문인력과 예산, 정보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 [사진=소병훈 의원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경기도 광주시 갑)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광주·전북·전남에서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지난 9월 21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시행했다.

그러나 시범사업 성과는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중증응급환자의 평균 현장체류시간은 광주에서 1분 24초, 전북에서 24초 단축됐지만 전남에서는 오히려 18초 증가했다. 특히 전남의 장시간 현장체류 상위 1% 환자는 체류시간이 61분 36초에 달해 지역 간 응급의료 대응 격차가 확인됐다.

일부 지표에서는 개선 효과도 나타났다. 시범사업 기간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의 병원 선정 처리시간 중위수는 2025년 27분에서 올해 18분으로 9분 단축됐다. 119구급대가 환자 이송을 위해 사전에 문의한 의료기관 수도 평균 5.8곳에서 3.8곳으로 감소했다.

다만 이러한 성과가 전국 확대 이후에도 유지되고 있는지 병원 선정이 실제 환자 수용과 최종치료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평가할 통합 관리체계는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소방청과 응급의료기관 간 정보시스템 연계 부족이다.

현재 소방청의 '119구급스마트시스템'과 중앙응급의료센터의 '차세대 응급의료 상황관리시스템(NGEM)'은 실시간 자동 연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광역응급의료상황실 담당자는 별도의 119 시스템에 접속해 환자정보를 확인한 뒤 수동으로 등록하고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다.

환자 이송 이후 성과를 분석하는 과정에서도 기관별 자료를 정확하게 연결할 공통 식별키가 없어 확률적 매칭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응급환자의 의료기관 수용 거부 및 재이송 실태를 파악할 통계 관리에도 한계가 드러났다.

소방청은 의료기관의 환자 수용곤란 통보 횟수와 사유를 환자별로 집계하지 않고 있으며 최초 의료기관 도착 이후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재이송 현황도 별도 통계로 관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환자가 어떤 이유로 의료기관에서 수용되지 못했는지, 이후 어느 병원으로 이송됐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인공지능(AI) 기반 응급의료체계 구축도 예산 확보 단계에서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2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AI 기본의료 전략'을 발표하면서 응급의료 분야의 인공지능 전환(AX)을 주요 과제에 포함했다. 그러나 이를 실행하기 위한 'AI 기반 응급의료 정보망 고도화' 관련 예산은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응급의료자원정보 역시 응급실 병상 현황을 중심으로 관리되고 있어 의료기관의 배후진료과 운영 여부와 전문의 진료체계 등 실제 최종치료 역량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인력 확보와 제도적 기반도 과제로 남아 있다.

24시간 응급환자의 이송과 전원을 조정하는 '상황의사'의 수당은 수년째 개선되지 않아 안정적인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 중앙응급의료센터는 개인정보 보호법상 결합전문기관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기관 간 의료정보를 자체적으로 결합·분석하는 데 제약이 있다. 광역 및 중앙 단위로 이송 조정을 전환하는 기준과 절차도 추가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 의원은 "응급실 뺑뺑이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절체절명의 문제로, 정부가 이송체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고 해서 저절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4시간 환자를 받아줄 병원을 찾는 의료진의 처우조차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소방청과 의료기관을 잇는 핵심 정보시스템마저 자동 연계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소 의원은 "정부는 지난 7월 발표한 대책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실질적인 예산 확보와 상황의사 처우 개선, 정보시스템의 실시간 자동 연계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병원 선정 실적을 홍보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제 환자 수용과 최종치료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실효성 있는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