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규제 건의 1117건에 부처 수용 120건…수용률 10%대 '제자리'

지방규제 건의 1117건에 부처 수용 120건…수용률 10%대 '제자리'

행안부 "발굴 37%·수용 36% 늘었다"…수용률은 10.8%→10.7%로 되레 하락
수용 120건 중 지역산업 분야는 20건뿐…’수용' 과제도 국회서 1년 넘게 계류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지방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앙부처에 법령 규제 1117건을 고쳐 달라고 건의했다. 부처가 받아들인 건 120건이다. 열 건 중 한 건꼴이다. 건의 건수는 1년 새 37% 넘게 늘었다. 수용률은 제자리였다.

행정안전부와 국무조정실은 21일 '2026년 지방규제혁신 추진성과(개선 과제 발굴)'를 규제합리화위원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행안부 설명은 이렇다. 상반기 지방정부가 발굴한 법령 규제 개선 건의 과제는 1117건이다. 전년 동기(815건)보다 302건(37.1%) 늘었다. 부처가 수용한 과제는 120건이다. 전년 동기(88건)보다 32건(36.4%) 많다. 행안부는 "규제 개선 노력과 성과가 가시적 결실을 맺고 있다"고 자평했다.

지방규제 건의 1117건에도 부처 수용은 120건 불과

건의 대비 수용 비율을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올해 상반기 수용률은 10.7%다. 지난해 상반기(10.8%)보다 0.1%포인트 낮다. 건의가 늘어난 만큼 수용 건수가 따라 늘었을 뿐이다. 부처 문턱은 그대로라는 얘기다. 수용 실적 120건에는 '일부 수용'도 들어 있다. 행안부는 전부 수용과 일부 수용을 나눈 수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는 올해 지방규제혁신을 ‘4대 민생 분야'와 ‘3대 지역산업 분야'로 나눠 추진하고 있다. 국정과제 19번 '민생·안전과 공정·상생을 위한 규제 합리화'에 따른 것이다.

수용 과제 120건 가운데 국민생활 불편 해소가 64건으로 절반을 넘는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영업규제 21건, 사회적 약자 애로 8건, 생명·안전 보호 7건이 뒤를 이었다. 지역산업 쪽은 서비스산업 9건, 신산업 7건, 지역 전통산업 4건이다. 3대 분야를 모두 합쳐도 20건(16.7%)에 그친다. 보도자료 제목에는 '지역산업 규제 집중 발굴·개선'을 내걸었다. 실제 수용 성과는 생활 불편 과제에 몰려 있다.

수용됐다는 과제도 실제 개선까지는 거리가 멀다. 행안부가 대표 사례로 든 법령 과제 상당수가 국회에 묶여 있다.

부산 북구가 건의한 안전상비의약품 판매자 등록기준 완화가 대표적이다. 약국과 판매점이 없는 농어촌·섬 지역에 한해 ‘24시간 연중무휴' 요건을 풀자는 내용이다. 관련 약사법 개정안은 2025년 2월 27일 처음 발의됐다. 1년 8개월째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경기 파주시가 건의한 장애인연금 수급자의 기초연금 자동 전환도 마찬가지다. 만 65세가 되면 기초연금을 신청한 것으로 보는 기초연금법 개정안이 올해 5월 발의됐다. 지금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서울 광진구가 건의한 신탁방식 민간임대주택의 보증 가입 시기 조정은 지난해 12월 31일 발의된 민간임대주택법 개정안에 걸려 있다. 대구시가 건의한 첨단의료복합단지 생산시설 대상 확대 법안은 4월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전남 영광군이 건의한 교환형 배터리 농기계 안전기준은 2027년 12월까지 개정하겠다는 계획만 나왔다.

자치법규 정비 사례를 보면 지방 규제가 상위법을 얼마나 늦게 따라가는지 드러난다. 충청북도는 올해 2월 13일 공공시설 매점 설치 지원 대상을 ‘15㎡ 이하'로 한정한 조례 조항을 지웠다. 근거가 된 국가유공자법 시행령 조항은 2013년 10월 30일에 이미 삭제됐다. 상위 법령에서 사라진 규제가 12년 넘게 조례에 남아 있었다.

부산 중구는 공동주택 관리 감사를 요청하는 데 필요한 입주자 동의율을 30%에서 20%로 낮추는 조례 정비를 추진한다. 공동주택관리법은 이미 ‘10분의 2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법보다 주민 권리를 좁게 묶어 둔 조례를 이제야 고치는 셈이다.

부산시는 올해 7월 8일 자동차전문정비업 등록 시설면적 기준을 70㎡에서 50㎡로 낮췄다. 70㎡ 기준은 2010년부터 조례에 있었다. 자동차관리법 시행규칙이 정한 기준은 50㎡ 이상이다.

행안부는 등록한 지 5년이 지난 지방 규제 2만7658건을 재검토 대상으로 지정했다. 지방정부별 규제개혁위원회가 필요성과 합리성을 점검하도록 했다. 이번 보고에 재검토 결과는 담기지 않았다.

지방규제혁신위원회는 올해 7차례 열려 21건을 처리했다. 심의 안건은 8건이다. 나머지 13건은 보고 안건이었다.

행안부는 하반기 5개 권역 41개 지방정부가 건의한 과제 60건을 놓고 현장 실무회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연말에는 지방규제합리화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열고 지방정부 실적을 평가해 포상한다.

송경주 행안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지역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규제 완화와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규제 합리화 체계를 내실 있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