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D 다음은 누구⋯ 지커·체리·창안차 등 中 전기차 '2차 러시'

BYD 다음은 누구⋯ 지커·체리·창안차 등 中 전기차 '2차 러시'

창안차 대표급 인사 물색…디팔·루민 상표도 선점
지커는 고객 인도 앞두고 샤오펑·체리는 법인 설립

[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자동차시장 진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먼저 진출해 판매 기반을 마련한 BYD에 이어 지커가 차량 인도를 앞두고 있으며 샤오펑과 체리자동차도 법인 설립과 핵심 인력 선임을 마쳤다. 최근에는 중국 4대 국유 완성차 업체 가운데 하나인 창안자동차도 한국 사업을 이끌 대표급 인사 물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체마다 국내 진출 단계에는 차이가 있다. 지커는 차량 가격을 공개하고 사전예약까지 진행했지만 창안차는 아직 국내 법인도 설립하지 않은 준비 단계다. 상표 출원이나 인력 채용만으로 실제 출시 차종과 시기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창안자동차와 화웨이, CATL이 합작해 선보인 프리미엄 브랜드 아바타(Avatr)의 중형 전기 세단 '아바타 06' 주행 모습 [사진=창안자동차]

20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창안자동차는 최근 한국 사업을 담당할 대표이사급 인사를 선임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법인을 세우기 전에 핵심 인력부터 확보해 시장 진출 가능성을 검토하는 단계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창안차가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해 대표이사급 인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대형 딜러사들과 협력 가능성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창안차는 한국 진출 계획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실제 차량을 판매하려면 국내 법인 설립과 딜러사 선정, 차량 인증, 판매·서비스망 구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해 출고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창안자동차가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에 출원한 순수전기차 브랜드 '디팔(Deepal)' 라인업 및 로고 상표 목록. [사진=지식재산처 홈페이지 캡처]

창안차는 지난해 지식재산처에 순수전기차 브랜드 ‘디팔(Deepal)’의 S05·S07·E07·K50과 도심형 소형 전기차 ‘루민(Lumin)’ 관련 상표를 출원했다. 국내에서 브랜드와 차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권리를 확보하려는 사전 작업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상표 출원은 브랜드 권리를 선점하는 차원에서도 이뤄질 수 있어 해당 차량의 국내 출시를 확정하는 절차는 아니다. 향후 법인 설립과 인증 신청 등이 이어지는지가 실제 진출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창안차는 상하이자동차(SAIC), 제일자동차(FAW), 둥펑자동차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국유 완성차 그룹으로 꼽힌다. 충칭에 본사를 두고 포드·마쓰다 등 글로벌 업체와 합작사를 운영해 왔으며 최근에는 화웨이·CATL 등과 협력해 스마트 전기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상표를 출원한 차량 가운데 국내 시장과 접점이 큰 모델로는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디팔 S07이 꼽힌다. 글로벌 사양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최대 475㎞(WLTP 기준)이며 일부 시장의 차량에는 화웨이 기술을 활용한 주행보조 기능이 적용된다. 국내에 출시될 경우 세부 사양은 인증과 상품 구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디팔 E07은 차체 뒤쪽 구조를 바꿔 SUV와 픽업트럭의 용도를 오갈 수 있도록 설계한 차량이다. 루민은 도심 이동을 겨냥한 소형 전기차다. 창안차가 실제 국내 진출을 결정할 경우 SUV부터 소형차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창안차보다 먼저 진출을 공식화한 브랜드들은 법인 설립과 판매망 구축, 차량 인증 등 실질적인 출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지커(Zeekr) 7X [사진=지커코리아]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는 국내 첫 모델인 중형 전기 SUV ‘7X’의 가격을 공개하고 사전예약을 진행했다. 국내 판매가격은 트림에 따라 5299만~6999만원으로 책정됐다.

지커코리아는 차량 인증과 보조금 관련 절차를 거쳐 올해 4분기 고객 인도를 시작할 계획이다. 서울과 수도권, 대전, 부산 등에 전시장을 마련했으며 연말까지 전시장 14곳과 서비스센터 11곳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국내 법인(엑스펑모터스코리아)을 설립한 '중국판 테슬라' 샤오펑은 지난 8월 스텔란티스코리아 출신의 정우성 전 대표를 초대 한국 지사장으로 선임하며 판매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도화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스마트 캐빈 기술력을 앞세워 국내 소비자를 공략할 계획이다.

중국 자동차 수출 1위 기업인 체리자동차의 행보도 주목된다. 과거 KG모빌리티(KGM)와 플랫폼 라이선스 및 기술 협력을 맺으며 국내 시장과 연을 맺은 체리차는 지난 8월 한국 법인 '체리코리아' 설립 등기를 마치고 독자 진출 채비에 나섰다. 샤오펑과 체리자동차는 통상적인 수입차 인증 및 보조금 산정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실제 차량 출고가 가능할 전망이다.

현지 업계 집계에 따르면 중국 자동차산업의 평균 이익률은 과거 8% 수준에서 올해 1~8월 3%대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업계 전체 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16% 감소했다. 중국 업체 입장에서는 내수 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판매처를 넓힐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와 규제를 강화한 점도 한국 시장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요인이다. 한국은 전기차 충전 기반과 수입차 시장이 형성돼 있고 소비자의 제품 평가 기준도 까다로워 시장 안착에 성공하면 다른 국가 진출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이력을 확보할 수 있다.

BYD Auto 용인 전시장 실내. [사진=BYD코리아]

선발 주자인 BYD가 국내 시장에서 견조한 실적을 올리며 중국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일부 걷어낸 점도 후발 주자들의 진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BYD는 올해 1~9월 누적 2만137대를 판매하며 전체 수입차 브랜드 4위에 올랐다. 특히 9월 한달에만 2614대를 등록하는 등 국내 승용차 시장 진출 1년 9개월 만에 누적 등록 2만6244대를 기록했다.

중국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중국 완성차 업계가 국내에 진출하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커졌고, 해외 방문객들도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한국 소비자의 깐깐한 기준에도 성공적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한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후발 중국 브랜드들이 국내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초기 딜러망 확보와 촘촘한 사후관리(AS) 네트워크 구축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차량의 가격 경쟁력 못지않게 수리 용이성과 부품 수급 속도, 중고차 잔존가치 등을 까다롭게 따지기 때문이다.

아직 법인 설립 전인 창안차를 비롯해 후발 브랜드들이 차량 출시에 앞서 국내 대형 딜러사들을 접촉하고 인증 및 서비스 인력 확보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까다로운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이들이 거둘 성적표가 향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