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공식화하자 국민의힘이 강경 대응에 나섰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정부 견제론이 지원론을 앞선 만큼 국민의힘은 이번 탄핵 공방을 대여 견제 여론 확장의 계기로 삼으려는 모습이다. 다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사적 효과라는 평가가 많고, 중도층에서도 조 대법원장 탄핵에 찬성하는 여론 역시 상당해 지도부의 강경 대응 효과가 전통 지지층 밖으로 확장될지는 미지수다.

20일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조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훼손하는 시도라고 규정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장동혁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의 탄핵 추진 목적이 이재명 대통령 재판의 재개를 막으려는 데 있다고 주장하며 이를 "의회 쿠데타"라고 했다.
장 대표는 같은 날 조국혁신당이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을 공개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주당과 손을 잡고 탄핵을 밀어붙여 보라"며 "두 손 잡고 나란히 나락 가는 길이 될 것"이라고 썼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탄핵 도착증이 다시 도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에 불리한 판결을 앞두고 판사들을 길들이고 협박하려는 것"이라며 "야당과 국민은 탄핵으로 사법부를 겁박하는 정권과 싸울 것"이라고 했다. 지난 18일에는 민주당에 탄핵 추진 여부를 조속히 결정하라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탄핵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이처럼 강경 대응에 나서는 배경에는 정부 견제 여론이 적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1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6일 발표한 조사에서 2028년 총선 때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7%였다.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34%로, 견제론이 13%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7%로 민주당 36%에 9%포인트 뒤졌다. 정부 견제론과 국민의힘 지지율 사이에는 20%포인트 차이가 났다. 정부 견제론에는 국민의힘 이외 야당에 대한 기대도 포함되는 만큼 이를 곧바로 국민의힘의 잠재 지지층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중도층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정부를 견제해야 한다는 응답은 44%로 지원론 36%를 앞섰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은 18%에 그쳤다. 민주당 지지율은 38%,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은 36%였다. 정부 견제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제1야당에 대한 지지가 일치하지 않는 셈이다.
무당층에서는 정부 견제론이 49%로 지원론 16%를 크게 앞섰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 사이에서도 정부 견제 요구는 높았지만 이들이 실제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이동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당내에서도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따른 반사이익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국민의힘 재선 의원은 아이뉴스24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무리수를 두니 우리가 이긴다는 식의 반사이익 프레임은 중도층에 전혀 먹히지 않는다"며 "탄핵 저지 투쟁과 별개로 민생 쇄신안과 사법개혁의 대안을 우리가 먼저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에는 반대하면서도 지도부의 대여 강경 대응만으로 수도권 중도·무당층을 설득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민주당의 탄핵 추진에 대한 반감이 보수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국민의힘을 선택해야 할 이유까지 제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조사기관과 조사 방식에 따라 차이가 크다. 리얼미터가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15~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9일 발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0.9%, 민주당은 36.2%였다. 두 정당의 격차는 오차범위 안이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보다 0.4%포인트 하락했지만 40%대를 유지했다.
한국갤럽은 전화조사원 면접 방식, 리얼미터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방식과 시점, 응답자 구성 등에 차이가 있어 두 조사 결과를 단순 비교해 지지율 흐름을 판단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한국갤럽 조사는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 탄핵 논의를 공식화하기 전에 이뤄져 탄핵 공방이 여론에 미친 영향을 직접 보여주는 자료는 아니다.
조 대법원장 탄핵 자체에 대한 여론도 국민의힘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16~17일 실시해 19일 발표한 조사에서 조 대법원장 탄핵 주장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전화면접 조사에서 51.7%, ARS 조사에서 51.3%로 각각 절반을 넘었다.
전화면접 조사에서는 중도층의 탄핵 공감 응답이 53.3%로 비공감 41.9%보다 높았다. 반면 무당층에서는 비공감이 53.1%로 공감 37.7%를 앞섰다. 정부 견제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조 대법원장 탄핵 반대로 곧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중도층과 무당층의 판단도 엇갈린다는 의미다.
다만 이 조사는 대법관 재제청 거부와 업무추진비 사용 등 조 대법원장과 관련해 제기된 사안을 응답자에게 제시한 뒤 탄핵 주장에 대한 공감 여부를 물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전문가들도 탄핵 반대 여론이 곧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해석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는 "야당의 탄핵 논의에 대한 중도층의 반감에만 의존해서는 18%에 갇힌 중도층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어렵다"며 "사법부 수호 명분과 함께 국정 책임 정당으로서 민생 대안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탄핵 반대 투쟁이 보수 지지층 결집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중도층의 정부 견제 심리가 국민의힘 지지로 이어질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중도층에서 정부 견제론과 조 대법원장 탄핵 공감 여론이 함께 나타나는 만큼 대여 강경 대응만으로 지지 기반을 넓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에는 실제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경우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헌법상 대법원장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하면 의결된다. 민주당이 161석의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어 국민의힘 109석만으로는 본회의 가결을 막기 어렵다. 탄핵소추안이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을 때까지 대법원장의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국민의힘이 "의석수의 한계를 고려해 법률적 대응과 여론전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며 "당 자체의 국정 안정 대안도 함께 내놓아야 중도층을 설득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아직 조 대법원장 탄핵 추진을 확정하지 않았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19일 탄핵소추안을 공개하고 민주당에 공동 대응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원내를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단계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탄핵 문제에 대한 의견을 집중적으로 수렴해달라고 주문했고, 지도부는 국정감사 이후 추진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결국 국민의힘의 과제는 정부 견제 여론을 어떻게 당 지지로 연결하느냐에 달렸다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민주당의 탄핵 논의에 맞서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는 것만으로 중도·무당층까지 지지 기반을 넓힐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탄핵 공방과 별개로 민생·쇄신 과제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제시할지가 장동혁 지도부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 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0.4%다.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전화 ARS 방식으로 실시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2.7%다. 여론조사꽃의 전화면접 조사와 ARS 조사는 각각 1003명과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표본오차는 각각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9.7%와 2.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