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오름테라퓨틱이 잇단 신약 개발 중단으로 기술력 검증 시험대에 올랐다.
자체 개발하던 항암제에 이어 글로벌 제약사에 넘긴 후보물질까지 임상 단계에서 개발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두 후보물질 모두 회사의 핵심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 기술을 활용한 만큼 후속 임상을 통한 기술력 입증이 중요해진 상황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오름테라퓨틱은 최근 DAC 신약 후보물질 'ORM-1153'의 미국 임상 1상 첫 환자 투여를 완료했다. 재발성·불응성 급성골수성백혈병(AML) 및 기타 CD123 발현 혈액암 환자 약 42명을 대상으로 안전성과 내약성, 초기 항암 활성 등을 평가할 예정이다.
ORM-1153은 오름테라퓨틱이 자체 개발한 CD123 표적 항체에 GSPT1 분해제 페이로드를 결합한 약물이다. 회사는 전임상 연구에서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 유래 세포와 TP53 변이 모델 등을 대상으로 항암 활성을 확인했다.
이번 임상은 오름테라퓨틱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앞서 임상 단계에 진입했던 두 후보물질의 개발이 모두 중단된 가운데, ORM-1153을 통해 자사 DAC 플랫폼의 임상 근거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이 한층 커졌기 때문이다.
오름테라퓨틱은 자체 개발한 '이중정밀 표적단백질 분해(TPD²)'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을 인식하는 항체에 단백질 분해제를 결합해 세포 내부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기존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주로 세포독성 약물을 전달하는 것과 달리, 세포 내 특정 단백질의 분해를 유도한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GSPT1 단백질 분해제를 활용하는 'TPD²-GSPT1' 플랫폼을 개발했다. 이 플랫폼을 적용해 만든 후보물질이 HER2 표적 항암제 'ORM-5029'와 CD33 표적 항암제 'ORM-6151'이다.
그러나 임상 개발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오름테라퓨틱은 2024년 11월 ORM-5029의 미국 임상 1상에서 중대한 이상사례가 발생하자 신규 환자 모집을 중단했고, 지난해 4월 최종적으로 개발 종료를 결정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글로벌 제약사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에 선급금 1억달러를 포함해 최대 1억8000만달러 규모로 매각한 ORM-6151의 개발까지 중단됐다. BMS는 임상 1상 데이터를 검토한 뒤 개발 중단을 결정했으며, 구체적인 사유는 공개하지 않았다. 글로벌 제약사 주도 임상을 통해 핵심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할 기회였지만, 개발 중단으로 임상적 검증도 무산됐다.
새롭게 임상에 진입한 ORM-1153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앞선 두 후보물질과 동일한 GSPT1 분해제를 활용하는 만큼, 이번 임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해야 한다는 부담도 커졌다.
후속 임상 성과는 기업가치와도 직결된다. 오름테라퓨틱은 상업화된 의약품 없이 기술거래 계약금과 단계별 기술료 등에 수익을 의존하는 만큼 임상 성과가 추가 기술수출과 기업가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오름테라퓨틱은 2023년 BMS와의 대규모 계약에 힘입어 흑자를 기록했지만 이후 2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99.9% 급감한 2356만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518억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 2411만원, 영업손실 334억원을 기록하며 적자가 이어졌다.
증권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승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ORM-5029가 간독성으로 개발 중단됐던 전례가 있기에 GSPT1 플랫폼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존재한다"며 "GSPT1에 대한 임상적 검증 구간까지 기존 DAC 페이로드 가치는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지수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두 후보물질은 항체 표적과 링커 구성이 달라 동일한 원인으로 중단됐다고 볼 수는 없으나, 공통 페이로드(GSPT1)를 사용하는 점에서 검증 부담도 확대됐다"며 "ORM-1153 임상에서 안전 용량 내 충분한 항암 효과를 입증하는지가 기업가치 재평가의 핵심이 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회사 측은 앞선 개발 중단이 DAC 플랫폼 전체의 기술적 한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ORM-1153은 기존 후보물질과 같은 GSPT1 분해제를 활용하지만 약물 전달 효율과 안전성을 개선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신규 분해제 개발과 추가 기술수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지난 6일 주주서한을 통해 "BMS의 ORM-6151 개발 중단 결정이 당사의 핵심 기술과 연구개발 인력, 사업 전략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내년 중 의미 있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라며 "치료가 까다로운 TP53 변이 환자를 포함해 AML 환자군 전반에서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