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지사, 국감서 작심 발언…지방교부세마저 빼가면 지방은 껍데기만 남는다

이철우 경북지사, 국감서 작심 발언…지방교부세마저 빼가면 지방은 껍데기만 남는다

“경북 재정자립도 고작 25%”…미래대응기금 신설에 강한 우려, 중앙집권적 재정 구조 정면 비판
"TK통합법 법사위에 발목”…통합신공항·포스트 APEC 지원 촉구하며 국회 압박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무엇을 할지는 중앙이 정하고, 집행만 지방이 맡는 구조입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중앙정부 중심의 재정 운영 구조를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지방정부의 재정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 지방교부세 일부를 떼어 새로운 기금을 조성할 경우 지방의 재정 자율성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0일 국정감사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경북도]

이 지사는 20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인사말을 통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기 위해 지방교부세 일부를 빼낸다면 지방정부의 재정 자율성은 더욱 위축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지사의 발언은 단순한 재정 지원 요청을 넘어 중앙정부에 집중된 재정 결정권을 지방으로 돌려야 한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렸다.

그는 “특별시와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정부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35% 수준이고 경북은 25% 수준”이라며 지방재정의 취약한 현실을 설명했다.

이어 “부족한 재정을 중앙정부가 메워준다고 하지만 대부분 용처가 정해져 있는 돈”이라며 “지방이 스스로 기획하고 책임질 수 있어야 진정한 지방시대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방교부세를 활용한 미래대응기금 신설 구상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냈다.

지방교부세는 지방정부가 지역 실정에 맞춰 활용할 수 있는 주요 재원이다. 이 재원의 일부가 별도 기금으로 전환되면 기금 배분 방식과 사용 조건에 따라 지방정부의 재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이 지사의 문제의식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사진=경북도]

이 지사는 재정 분권과 함께 대구·경북 행정통합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산업화, 민주화 다음은 지방화”라며 “지방이 저마다 특색을 살려 성장하고 그것이 다시 국가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공적인 지방화를 위해서는 광역 통합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규모의 경제를 갖춘 메가시티를 만들어야 세계 도시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안의 국회 처리 지연에 대해서는 답답함을 드러냈다.

이 지사는 “경북과 대구는 2019년 국내 최초로 행정통합 논의를 시작했고 올해 특별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아직 법제사법위원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 차원의 각별한 관심과 조속한 입법 지원을 요청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도 핵심 현안으로 제시했다.

이 지사는 “행정만 합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첨단산업과 문화자산이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사람과 물류를 연결할 교통·물류 허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신공항의 신속한 건설과 성공적인 정착이 행정통합의 경제적 효과를 높이는 데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성과를 이어가기 위한 지원도 요청했다.

이 지사는 경북이 풍부한 에너지 생산 기반과 유교·신라·가야 문화유산을 갖춘 지역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경주를 세계적인 문화교류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한 '포스트 APEC' 사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APEC의 감동을 경주에서 세계로, 과거에서 미래로 이어갈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이 지사가 국회에 던진 요구는 지방재정 자율성 확보,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 통합신공항 건설, 포스트 APEC 사업 지원 등 네 가지로 압축된다.

모두 중앙정부와 국회의 제도적·재정적 뒷받침이 필요한 현안이다.

이 지사는 “경북이 지방 주도 성장의 모델을 만들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수 있도록 도와달라”며 “국정감사에서 제시되는 의견은 도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