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경기도의 방제율이 18.1%에 그쳐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목 10그루 중 8그루 이상이 방제되지 않아 산림 생태계 훼손은 물론 산불과 산사태 등 2차 피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국회의원(경기도 화성시 갑)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우화기 기준 전국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은 177만2985그루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148만6338그루보다 19.3% 증가한 규모로, 2017년 이후 최근 10년간 가장 많은 수치다.
반면 전국 평균 방제율은 지난해 89.4%에서 올해 62.7%로 26.7%포인트 하락했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방제되지 않은 감염목은 66만1513그루에 달했다.
경기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도내 감염목은 9만8677그루로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많았지만 실제 방제한 나무는 1만7907그루에 그쳤다. 방제율은 18.1%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충남(3.7%)에 이어 두 번째로 낮았다.
전국 평균 방제율인 62.7%와 비교하면 44.6%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제주(99.6%), 강원(97.8%), 대구(95.0%) 등 방제율이 높은 지역과도 큰 격차를 보였다.
경기도의 방제율은 2022년 100%, 2023-2024년 90.1%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80.5%로 하락한 데 이어 올해 18.1%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도내에서 방제되지 않은 감염목은 8만770그루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경기 동부권에 피해가 집중됐다.
가평군은 감염목 3만7036그루 가운데 4256그루만 처리해 방제율이 11.5%에 머물렀다. 양평군 역시 감염목 3만3980그루 중 2364그루만 방제해 7.0%의 방제율을 기록했다.
두 지역의 감염목은 총 7만1016그루로 경기도 전체 발생량의 약 72%를 차지했다.
이 밖에 파주시(8.4%), 동두천시(10.8%), 화성시(16.7%), 남양주시(19.6%) 등도 저조한 방제율을 보였다. 반면 이천시는 98.2%를 기록해 도내 시·군 간 방제 실적에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방제 지연에 따른 2차 산림재난 가능성도 제기된다.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고사목이 산림에 장기간 방치되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의 서식·번식 환경이 확대돼 추가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건조한 고사목은 산불 발생 시 연소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며 나무의 뿌리 기능이 약화하면 집중호우 때 토양 유실과 산사태 위험도 높아질 수 있다.
산림청은 방제 실적이 저조한 원인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전담 인력 감소와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부족, 예산 확보의 어려움 등을 지목했다.
또 지방자치단체장의 관심도 차이와 민간 방제업체의 기술력 격차, 개별 감염목 제거에 집중한 기존 방제 방식의 한계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했다.
실제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국유림의 방제율은 99.9%에 달한 반면,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공유림과 사유림의 방제율은 61.9%에 그쳤다.
이에 산림청은 기존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방제 체계를 국가 주도의 면적 단위 관리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전국 산림을 1㏊ 단위 격자로 구분하고 인공위성과 헬기, 드론,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자동 예찰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방제 실적이 부진한 지방자치단체에는 예산 감액 등 불이익을 부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아울러 한국산림재난안전기술공단을 전문기관으로 전환하고 지역별 맞춤형 방제전략 수립과 국가방제벨트 조성 등을 통해 방제 역량을 강화할 예정이다.
국회에서는 피해목 제거 중심의 단기 방제를 넘어 산림 구조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 의원은 "경기도의 방제율이 유독 낮은 원인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산림청 차원의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순히 피해목을 제거하는 방식만으로는 재선충병 확산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재선충병에 취약한 소나무 등 침엽수 중심의 산림을 활엽수와 밀원수림으로 전환하는 중장기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의원은 또 "임업인에게 직불금을 지급해 활엽수로의 수종 전환을 유도하는 '임업직불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