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호찬 기자] 남북 관계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한반도 평화공존' 구상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대통령 직속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의 역할에도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남북 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고 있고, 북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우리 사회 청년층의 '통일 무관심'까지 겹쳐,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4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주일대사를 지낸 강창일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평화공존은 이상론이 아니라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강창일 수석부의장은 아이뉴스24와 만나 "통일을 당위로 외치기보다 전쟁의 공포 없이 사는 평화, 먹고사는 경제, 미래 세대의 기회로 설명해야 한다"며 "민주평통이 그 가교 구실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강 수석부의장과의 일문일답.
▷ 이재명 정부가 '포용적·안정적·책임 있는 평화공존'이라는 3대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 구상에서 민주평통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나?.
민주평통은 평화통일에 관한 대통령 정책 자문 건의 역할을 맡고 있는 헌법기관이다.
국민의 생각과 뜻은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해 정책건의에 반영해야 하고, 또 반대로 민주평통 의장님이신 대통령의 뜻을 국내와 해외 자문위원들에게 전달하고, 우리 국민과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양방향 소통 채널과 같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대북정책이나 비전ㆍ원칙이 있다고 해도 국민이 공감하지 못하면 흔들리고 뒤바뀌기 쉽다.
2만 5천여 민주평통 제22기 자문위원은 늘 현장에서 국민을 만나 의견을 듣고, 그 목소리를 정책에 전달하는 '쌍방향 소통 창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장 중점을 두는 것 역시, 소통이다. 대화와 소통으로 ‘한반도 평화공존’에 대한 공감을 이루어가고자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민주평통은 ‘평화통일 사회적 대화’라는 정책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 자문위원은 물론 일반인과 중고등학생도 참가해 서로 다른 생각과 이견을 이해하고, 간극은 좁혀가고, 공감은 넓혀가는 참여 프로그램이다.
정치 이념과 세대 등 다양한 남남갈등을 완화함으로써 한반도 평화공존의 새 시대를 열어가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1 민족 두 국가 체제라는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자는 취지다.
1991년 남과 북은 각각 유엔에 가입해, 국제사회에서는 두 개의 국가로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을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로 규정하고 있다. 나아가 평화통일을 지향한다는 점도 명문화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헌법엔 우리 민족의 바람이 반영되어 있지만, 현실과는 다소 괴리된 점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정서상 '같은 민족인데 어떻게 두 나라냐'라는 마음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같은 핏줄, 같은 민족임에도 서로 총부리를 겨누는 ‘적대관계’를 극복해 ‘평화 관계’로 바꾸어 가야 한다.
무엇이라도 해야 하고, 하나씩 풀어가야 하는데, 굳이 우선순위를 꼽는다면 대화와 교류다. 만남이 있고, 대화로 풀어가면서 서로 간에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서로 완전히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어떤 군사적 갈등ㆍ충돌이 발생하는 것은 남북 관계의 흐름이나 모양새에서 아주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우발적 충돌을 막고 군사적 긴장을 낮추어 가야 한다. 서로를 자극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 신뢰를 차근차근 쌓아가야 한다.
이렇게 ‘적대’를 ‘평화’로 바꾸는 과정에서 현재의 ‘휴전/정전’ 체제를 평화 협정을 통해 ‘평화 체제’로 전환 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 북미대화 또는 북미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열린다면 한국 정부의 역할은?.
북한과 미국 또한 우리나라와 함께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자다.
북핵 문제가 풀리려면 결국 북미 간 대화가 재개돼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 파병을 계기로 북ㆍ러 관계는 더 가까워졌고, 미중 갈등, 중동 불안은 여전히 지속되는 등 국제 정세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이다.
또 북핵 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요구 수준도 높아져 해결이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대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 미국, 북한 모두가 대화 지연/거부로 인한 양측의 부담, '대화하지 않는 비용'이 계속 커지는 느낌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으로서도 이란 중동 분쟁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관심이 한반도로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지금 호르무즈 지역 상황이 좀처럼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북미 관계 개선 전망이 어려운 점도 있다.
그러나 일단 11월 중국 선전에서 APEC 정상회의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때를 전후로 분위기를 한 번 체크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큰 방향에서는 북미대화 재개 과정에서 한국 배제의 ‘한국 배제’이 발생해서도 안 되겠지만, 거의 그렇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이자 페이스 메이커로서 한미 간 긴밀한 공조 속에서 북미가 마주 앉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우리의 안보 이익과 국민의 이해가 협상 테이블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
▷ 정부는 북핵·미사일 능력의 '중단-축소-비핵화'라는 단계적 접근을 제시했다. 현실적인 첫 단계는 무엇인가?.
지난여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57개의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고, 올해 안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그 무렵 우리 국방부는 북한 핵무기가 80~120개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핵 보유 문제는 더욱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해결을 위해 우리가 나아갈 궁극적인 지향점은 ‘핵 없는 한반도’인데 앞으로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동결’ ⇨ ‘감축’ ⇨ ‘폐기’의 단계적 절차를 밟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핵 없는 한반도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단계적으로 접근하자는 것이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 ‘동결’ 단계만 가도 대성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북미 정상이 만나야 하고 북미정상회담이 열려야 한다.
북미대화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인 남과 북이 주체로서 ‘핵 없는 한반도’를 위한 노력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한 발 더 나아가 남북과 미중(휴전협정 당사자) 4자가 함께 하는 다자간 논의로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다.
▷ 젊은 세대는 통일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이 많다.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었던 기성세대에게 통일은 ‘무조건’이고 ‘당위’였다. 하지만 지금 청년 세대들은 굉장히 합리적이다.
‘무조건’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왜 통일해야 하는가?’라는 청년의 물음에 합리적 근거, 타당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으면 아무리 ‘평화통일’을 노래한다 해도 어떤 설득력도 갖지 못한다.
더구나 오늘날 청년들이 통일에 무관심한 것을 탓할 수도 없는 이유가 취업, 주거, 결혼 등 당장 눈앞의 현실이 팍팍한데 '통일‘이 가슴에 와닿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젊은 세대가 평화와 통일에 대한 필요성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평화로 우리가 얻는 이익이나 통일 편익이 분단 비용보다 월등히 많다는 점을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분단으로 휴전선을 지켜야 하는 막대한 국방예산이며, 휴전선으로 가로막혀 있는 철도가 시베리아를 지나 유럽까지 연결되면 얼마나 많은 교류와 교역이 있을 것이며, 남북이 어떤 공동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될 것인지 정말 진지하게 논의되고 교육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청년 통일교육이 중요하다. 교육으로 간접적으로나마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동 성장의 청사진을 내다볼 수 있게 해줘야 한다. 민주평통은 지난 5월 교육부, 통일부와 미래세대 교육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앞으로 평화통일 교육 활성화를 위해 협력과 실천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 평화공존을 위해선 국내 이념 갈등 해소도 중요하다. 진영을 넘어 공유할 가치는 무엇인가?
정치 이념에 따라, 또 지역이나 세대에 따라 북한을 통일 대상으로 보느냐, 아니면 적으로 생각하느냐,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느냐, 마느냐 등 의견이 갈라지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의견의 차이가 있다, 다름이 있다는 정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 의견을 무시하고 아예 들어보려 하지도 않는다. 심지어 혐오의 감정을 실어 적대시한다. 으르렁거리는 맹수들이 모인 자리처럼 더 이상 대화는 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 쌓여간다는 것인 동시에 위기를 부르는 초대장을 계속 뿌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역사를 돌아보면 국난의 위기 때마다 우리 국민은 힘을 하나로 모아왔다. 역사를 공부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그 힘은 서로 다름을 부정할 때가 아니라 인정하고 대화할 때 나온 것이다. 상대를 적으로 규정해서는 어떤 합의도 만들 수 없다.
우리 사회 안에서부터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복원해야 북한과도 대화할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고 마음의 문, 대화의 문을 열어서 갈등을 최소화해야 또 다른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갈 수 있다.

▷ 민주평통이 추진 중인 '평화통일 100만 국민 인터뷰'는 어떤 의미가 있나?.
민주평통은 평화통일에 관한 국민 여론 수렴과 공감대 형성에 장점이 있는 조직이다.
여론 수렴과 공감대 형성은 갈등의 벽을 넘는 과정이고, 대립의 간극을 좁히는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다. 여기에서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상대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고 소통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민주평통은 현장 소통을 중요시하면서 적극 추진하는 사업 중의 하나가 <평화통일 100만 국민 인터뷰>다.
이는 국내와 해외 약 2만 5천 명의 민주평통 자문위원들이 직접 발로 뛰면서, 일상에서 국민과의 대화로 풀뿌리 차원의 의견을 수렴하는 정책 프로그램이다. 전국 방방곡곡, 해외 137개국에서 국민과 세계 시민의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의견을 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지금까지 약 25만 명의 목소리와 의견을 모았다. 이런 정책사업에서 중요한 핵심 개념은 ‘참여’와 ‘공감’이라 생각한다. 자문위원뿐만 아니라 국민도 참여해 평화에 대한 공감을 확장해 나누고자 한다.
▷국민, 특히 젊은 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요즘 국제 정세는 요동치고 있는데, 급변하는 속도가 예전에 비해 훨씬 빨라졌다. 여기에 미래까지 불투명하므로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도 빈번하고 강력해져서 지구환경까지도 뭔가 불안한 모습이다. 안정은 평화에서 얻을 수 있다. 일상의 평화가 일상의 안정을 가져오고, 그 속에서 젊은이들도 자기 계발,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다고 본다.
한반도 평화도 마찬가지다. 휴전선으로 갈라진 여건하에서 한반도 평화는 내 삶에 안정을 가져올 수 있다. 지속적인 평화가 지속적인 안정으로 연결되어, 지금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나 다음 세대에까지 그 혜택이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청년 세대들이 잘 생각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먼저 평화롭게 함께 사는 법부터 배우고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청년 여러분이 한반도의 평화를 '남의 일'이 아닌 '내 삶‘으로 봐주셨으면 한다. 민주평통이 그 길에 청년들과 함께하겠다.
/인천=장호찬 기자(jang5758@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