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세부 기준 윤곽⋯의료계·플랫폼 '샅바싸움' 여전

비대면진료 세부 기준 윤곽⋯의료계·플랫폼 '샅바싸움' 여전

초진 7일 처방 원칙·30일 예외 허용⋯동일 시·도 의원서 진료
"30일 처방 확대해야" vs "한 번도 안 돼"⋯양측 입장차 팽팽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오는 12월 비대면진료 제도 시행을 앞두고 구체적인 운영 기준이 윤곽을 드러냈다.

초진 환자의 비대면 약 처방은 7일 이내로 제한하되, 예외적으로 한 차례에 한해 최대 30일까지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환자 안전을 강조하는 의료계와 접근성 확대를 요구하는 플랫폼 업계의 입장을 어느 정도 절충한 방안이지만, 양측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반발하며 갈등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오는 12월 비대면진료 제도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세부 운영 기준을 마련했지만,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의 이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비대면진료를 받는 환자의 모습을 표현한 생성형 AI 이미지. [사진=챗지피티]

보건복지부는 19일부터 내달 9일까지 비대면진료 세부 기준을 담은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한다. 오는 12월 24일 개정 의료법 시행에 맞춰 비대면진료 대상 환자와 의약품 처방 기준, 의료기관 운영 방식 등을 구체화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비대면진료는 원칙적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실시한다. 최근 6개월 이내 같은 의원에서 동일한 증상으로 대면진료를 받은 '재진 환자'는 자신의 주소지와 관계없이 해당 의원에서 비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대면진료 이력이 없는 '초진 환자'는 주민등록상 주소지와 동일한 시·도에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만 비대면진료가 가능하다. 다만 희귀질환자와 제1형 당뇨병 환자, 등록장애인 등 일부 환자는 지역 제한에서 예외다.

초진 환자의 의약품 처방일수는 7일로 제한된다. 다만 해당 질환에 대한 진료·처방 이력이 확인되고 의사가 기존 치료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한 차례에 한해 최대 30일까지 처방할 수 있다. 마약·향정신성의약품과 비만치료제 등은 비대면 처방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의료기관의 비대면진료 건수는 반기별 전체 진료의 30% 이내로 제한된다. 의사 1인당 비대면진료 건수도 반기 월평균 500건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의약품 배송은 환자 주소지와 동일한 시·군·구에 있는 약국에서 한다.

이번 개정안은 그동안 첨예하게 대립해 온 의료계와 플랫폼 업계의 요구를 일부 반영한 절충안 성격이 짙다. 의료계가 주장해 온 초진 처방일수 7일 제한을 원칙으로 채택하면서도, 만성질환자의 치료 연속성을 강조해 온 플랫폼 업계의 요구를 고려해 예외적으로 30일 처방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정안 발표 즉시 양측 모두 반발하면서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개정안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원산협은 "비대면진료 환자에 대해 여러 가지 규제를 중복 적용하고, 의료인의 판단에 따른 장기 처방마저 사실상 어렵게 만든다"며 "앞으로는 만성·관리질환 환자가 내년 1월에 한 달 치를 처방 받는다면, 2월부터는 동일한 약임에도 불구하고 비대면진료로 일주일 치씩밖에 처방받지 못해 치료에 제약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30일 처방 예외 규정의 실효성도 문제 삼았다. 원산협은 "의료기관은 환자가 다른 병원에서 이미 30일 처방 예외를 적용받았는지 확인할 방도가 없다. 중개매체 역시 마찬가지"라며 "확인할 수 없는 요건을 준수하도록 하면서 규정 위반의 책임을 의료인에게 지운다면 의료인은 결국 30일 처방 자체를 꺼릴 수밖에 없다. 결국 30일 예외 조항 자체가 사문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인이 환자의 진료 기록을 확인하고 치료를 계속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환자의 선택과 필요에 따라 약을 처방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정부는 비대면진료라는 이유만으로 30일 처방을 단 1회로 제한하는 방안의 의학적 근거가 무엇인지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원산협은 "비대면진료가 대면진료의 보완적 수단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동 원칙을 지키기 위해 환자의 의료접근성을 제약하고, 불필요한 진료와 의료비 부담을 늘리는 규제 방식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의료계는 초진 환자에게 단 한 번이라도 30일분의 의약품을 처방하는 것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입장문을 통해 "평생 1회라도 처음 본 환자에게 한 달 치 약을 처방하는 것은 약물 부작용과 진단 지연의 위험을 30일 동안 방치하는 것"이라며 소속 회원들에게 환자 안전을 위해 초진 비대면진료에서 30일 처방을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정부에도 해당 예외 규정의 재검토를 촉구했다.

대개협은 "비대면진료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도구여야 하며, 대체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또한 빠른 약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치료"라고 강조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