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셋 키우는데 의료비 지원은 고작 연 5만원”…경북도 다자녀 정책, 생색내기?

“아이 셋 키우는데 의료비 지원은 고작 연 5만원”…경북도 다자녀 정책, 생색내기?

20년째 이어온 지원사업, 가구당 하루 137원꼴…저출생 극복 외치면서 체감 지원은 미흡
올해 9월까지 2400여 가구 혜택…지원금 현실화·정책 실효성 검증 시급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경북도가 세 자녀 이상 가정에 지원하는 의료비는 연간 최대 5만원이다. 하루로 환산하면 137원꼴이다.

저출생 극복을 도정 핵심 과제로 내세운 경북도의 다자녀 지원정책이 정작 양육 현장의 부담을 덜기에는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북도청 전경 [사진=경북도]

경북도는 도내에 주소를 둔 세 자녀 이상 가구 가운데 막내 자녀가 만 13세 미만인 가정을 대상으로 '세 자녀 이상 가족 진료비 지원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병·의원 진료비와 처방 약제비 가운데 본인이 부담한 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지원 한도는 가족 전체를 합쳐 연간 최대 5만원에 불과하다.

아이 셋을 키우는 가정에서 자녀 한 명이 아닌 가족 전체의 의료비를 지원하면서도 상한액은 5만원으로 묶어둔 셈이다.

물론 적은 금액이라도 의료비를 지원한다는 취지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그 지원이 다자녀 가정의 실제 부담을 얼마나 줄여주느냐다.

특히 이 사업은 2007년 시작돼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장기간 운영된 정책인 만큼 물가와 의료비 상승, 가계 양육비 부담 등을 반영해 지원 규모가 적정한지 재검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18일 경북도에 따르면 이 사업을 통해 해마다 4000여 가구가 지원받고 있다. 올해는 9월 말까지 2400여 가구가 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지원 실적을 단순히 가구 수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실제 지급된 평균 지원금은 얼마인지, 전체 지원 대상 가구 중 몇 퍼센트가 혜택을 받았는지, 지원 한도를 모두 소진한 가구는 얼마나 되는지 등 정책 효과를 판단할 핵심 지표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청 절차 역시 점검이 필요하다.

지원 대상 가구는 해당 연도에 발생한 진료비와 약제비 영수증 등 관련 서류를 갖춰 주소지 관할 시군이나 보건소에 신청해야 한다.

최대 5만원을 지원받기 위해 영수증을 챙기고 별도의 신청 절차를 거쳐야 하는 방식이 바쁜 다자녀 가정에 얼마나 편리한지도 따져볼 문제다.

경북도가 저출생 대응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의료비 지원사업의 규모와 운영 방식이 정책 목표에 걸맞은지 점검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이미 아이를 낳아 키우는 가정이 체감할 수 있는 지원 역시 저출생 대응의 핵심이다.

특히 다자녀 가정의 경제적 부담은 일회성 비용에 그치지 않는다. 성장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의료비와 교육비, 돌봄비 등이 가계에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그런 점에서 연간 최대 5만원의 의료비 지원이 다자녀 가정의 양육 부담 완화라는 정책 목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상수 경북도 지방정부전략국장은 “작은 지원이라도 다자녀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사업을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다자녀 가정의 양육 여건을 고려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아이 키우기 좋은 경상북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은 지원'을 내실 있게 추진하겠다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저출생 대응을 강조하는 만큼 지원 규모의 적정성과 실제 수혜 효과를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

지역 한 경제전문가는 "경북도가 우선 살펴야 할 것은 지원 한도 현실화와 신청 절차 간소화다. 다자녀 가정의 실제 의료비 지출과 정책 만족도를 조사해 개선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면서 "아이 셋을 키우는 가정에 연간 최대 5만원을 지원하면서 '아이 키우기 좋은 경북'을 강조하는 것이 과연 충분한 정책 대응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출생 극복은 구호가 아니라 가정이 체감하는 지원으로 증명된다"면서 "20년째 이어온 사업이라는 홍보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 셋을 키우는 가정에 연간 5만원이 과연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라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