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약 30년 전 애플의 아이맥 생산으로 인연을 맺은 LG전자와 애플이 이번에는 집 안에서 사용하는 스마트 기기를 함께 개발했다.
LG전자의 가전·주거 공간에 대한 경험과 애플의 소프트웨어·사용자 경험을 결합한 제품이다. 기존에는 제품 생산이나 부품 공급, 기기 간 연결을 중심으로 협력했다면 이번에는 초기 기획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용 방식까지 함께 설계했다.

아이맥에서 맥용 모니터로 이어진 협력
LG와 애플의 첫 만남은 약 30년을 거슬러올라간다.
1998년 애플은 모니터와 본체를 합친 컴퓨터 아이맥을 내놨다. 반투명한 청록색 몸체가 특징이었다.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가 선보인 제품으로, 회사의 회복을 이끈 컴퓨터로 꼽힌다.
LG는 아이맥 생산에 참여했다. 패트릭 맥기의 책 '애플 인 차이나'에는 당시 아이맥의 뜨거운 인기에 LG가 여러 대륙에서 아이맥을 생산하던 과정이 담겨 있다. 다만 양사의 협력은 LG전자가 자체 브랜드로 모니터를 내놓기 시작하며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는 2016년 다시 손을 맞잡았다. LG 브랜드의 맥용 모니터가 출시되면서다. LG 브랜드는 유지하면서도 맥북과 맥북 프로에 연결하는 '울트라파인' 5K·4K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노트북 화면보다 넓은 작업 공간이 필요한 이용자를 겨냥한 제품으로, 애플은 자사 판매망에서 이 모니터를 팔았다.
맥과 연결해 쓰기 편하도록 기능도 맞췄다. 케이블 하나로 영상을 보내고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었다. 모니터 버튼을 따로 누르지 않고 맥에서 화면 밝기와 음량을 조절하도록 했다. LG가 만든 모니터를 애플 제품과 함께 쓰는 방식이었다.


2019년에는 LG TV에 애플의 '에어플레이2'와 '홈킷'이 적용됐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의 사진·영상을 TV에서 보고, 애플 기기나 음성비서 시리로 TV를 제어할 수 있게 됐다. LG TV를 쓰는 사람이 애플 기기도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연결 기능을 늘린 것이다.
그룹 계열사들의 거래도 이어졌다. LG디스플레이는 아이폰·아이패드용 패널을, LG이노텍은 아이폰용 카메라 모듈 등을 공급하는 주요 협력사다. LG전자의 완제품 협력과 함께 애플 기기에 들어가는 부품 공급도 이어져 왔다.
이번에는 집 안 기기를 함께 설계

최근 공개한 제품은 실내외 카메라와 비디오 도어벨, 스마트 도어록, 온도조절기, 온도센서 등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12월부터 순차 출시하며 일부 제품은 내년 초 선보인다.
두 회사는 초기 기획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용 방식을 함께 개발했다. LG전자는 가전과 주거환경에 대한 경험을, 애플은 기기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기술을 보탰다. 개별 제품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기기가 함께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제품은 LG 브랜드로 판매한다. 애플이 설계와 기능 개발에 참여하고 LG가 제조·판매·고객지원을 맡는다. 애플 제품을 다른 회사가 대신 생산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자체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 두 회사가 역할을 나눈 것이다.

외신도 이 점에 주목했다. 블룸버그는 이번 공동 개발을 "이례적인 파트너십"으로 표현했다.
벤 우드 CCS인사이트 수석애널리스트는 로이터에 "설계와 엔지니어링, 사용 경험을 애플 이용자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애플과 협력사 사이에 매우 깊은 협업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기현 LG전자 HS플랫폼사업센터장은 "LG전자의 가전 및 집 안 공간에 대한 전문성과 애플의 독보적인 사용자 경험, 그리고 양사의 강력한 보안 역량을 결합해 안전하고 직관적인 AI홈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