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커피, 현대차는 순찰…사옥에 출근한 로봇들

삼성전자는 커피, 현대차는 순찰…사옥에 출근한 로봇들

삼성·현대차·LG·두산, 임직원 공간에 로봇 투입…일상 속 실증 거쳐 사업화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경기 수원 삼성전자 본사 로비에서는 로봇이 커피를 내리고,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에는 로봇개 '스팟'이 순찰한다. 엘리베이터에서는 음료를 실은 배송로봇이 직원들과 함께 층을 오간다.

현대차그룹 양재 사옥 로비를 순찰 중인 보안용 스팟.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로봇 사업을 키우는 대기업들이 사옥을 기술 시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전시회에서 차세대 로봇을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임직원들이 생활하는 공간에 직접 투입해 커피 제조와 배송, 순찰, 조경 관리 등을 맡기는 것이다.

사옥에서 쌓은 운행 데이터와 사용자 반응은 기술을 개선하고 외부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화하는 기반이 된다. 로봇이 연구소와 전시장을 벗어나 실제 일터로 들어오는 모습이다.

삼성 본사에서 커피 내리는 로봇…사업화 조직도 강화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로비에 설치된 커피로봇은 주문을 받으면 로봇팔을 움직여 커피를 제조한다. 임직원들이 오가는 공간에서 반복적인 음료 제조 업무를 맡으며 로봇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삼성전자는 사내 제조현장에서 로봇 활용 경험을 쌓은 뒤 가정과 유통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 수원 본사 로비에 있는 커피 로봇. [사진=마우로 포르치니 삼성전자 사장 SNS]

지난 7월에는 로봇 전략과 기술 개발, 사업화를 담당하는 ‘RX’ 조직의 신설 계획을 발표했다. 관련 생산시설은 경북 구미에 조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내 제조 현장에서 시작해 가정과 유통 분야로 로봇 활용처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내년 1월 'CES 2027'에서는 자체 개발한 휴머노이드 시제품의 첫 공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 주고 음료 나르고 순찰…현대차 사옥 누비는 로봇

현대차·기아는 지난 5월 서울 양재 본사에 관수로봇 '달이 가드너'와 배송로봇 '달이 딜리버리', 보안로봇 '스팟' 등 로봇 3종을 투입했다.

각 로봇은 조경 관리와 음료 배송, 보안 순찰처럼 성격이 다른 업무를 맡는다. 여러 종류의 로봇이 한 건물에서 사람들과 이동하며 실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한 것이다.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로비 조경에 물을 주는 '달이 가드너'. [사진=현대자동차그룹]

달이 가드너는 카메라와 센서로 식물과 흙, 화단 주변을 구분해 물을 준다. 물탱크가 부족해지면 건물 급수설비와 연동해 스스로 물을 보충한다.

달이 딜리버리는 1층 카페에서 각 층의 픽업존까지 음료를 운반한다. 한 번에 최대 16잔을 실을 수 있으며 전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층간 이동도 한다. 업무가 끝나면 별도로 마련된 충전공간으로 돌아간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사족보행 로봇 스팟은 보안 순찰을 담당한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개발한 자율주행 모듈을 장착해 정해진 구역을 이동하며 시설 상태를 살핀다. 직원과 이동 경로가 겹치면 음성으로 주의를 안내한다.

로봇의 위치와 작동 상태는 통합 관제시스템에서 확인한다. 관리자는 로봇별 운행 일정을 조정하고 이상 여부를 원격으로 살펴볼 수 있다.

양재 사옥은 정해진 동선만 오가는 실험실과 달리 직원과 방문객이 수시로 이동하는 공간이다. 현대차·기아는 이런 환경에서 로봇의 자율주행과 장애물 회피, 엘리베이터 연동, 사람과의 상호작용 능력을 검증할 수 있다.

LG는 사옥에서 데이터 축적…로봇 학습공장도 구축

LG 마곡사업장에서도 로봇이 임직원과 함께 생활한다. 건물 안에서 간단한 물건을 운반하고 방문객의 사진 촬영을 돕는 등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개발 인력이 오가는 공간에 로봇을 배치해 서비스 과정에서 발생하는 움직임과 사람의 반응을 관찰하고 기술 개선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전시장 입구에 위치한 LG전자 홈 로봇 '클로이드'가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황세웅 기자]

LG전자는 양재 연구개발(R&D)캠퍼스에 로봇 학습용 데이터팩토리도 조성하고 있다.

데이터팩토리는 로봇이 가정과 제조·물류 현장에서 수행해야 할 동작 데이터를 만드는 시설이다. 물건을 집어 옮기거나 도구를 사용하고 주변 환경에 대응하는 행동을 반복적으로 수집한다.

실제 로봇이 수행한 동작 데이터와 가상환경에서 생성한 데이터를 결합해 학습에 활용한다. LG전자는 올해 말까지 10만시간 분량의 로봇 학습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로봇의 성능을 높이려면 다양한 공간과 물체,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경험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사옥과 연구시설은 외부 현장에 투입하기 전 로봇의 움직임과 안전성을 반복해서 확인할 수 있는 실증 공간인 셈이다.

두산은 커피로봇 운영…제품 전시 넘어 실제 서비스로

협동로봇 사업을 하는 두산도 경기 성남시 분당두산타워에 커피로봇을 도입했다.

두산로보틱스 협동로봇이 원두가 담긴 포터필터를 커피머신에 장착하고 있다. [사진=두산로보틱스]

사옥 내 라운지엑스 카페에서는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음료 제조 과정의 일부를 담당한다. 사람과 가까운 거리에서 정밀하게 움직이는 협동로봇의 특성을 커피 제조에 적용했다.

2023년에는 무인카페 로봇 '닥터프레소'도 설치했다. 고객이 주문과 결제를 마치면 로봇이 음료를 만들어 컵에 담고 전달한다.

두산은 협동로봇을 제조업 생산라인뿐 아니라 식음료와 서비스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사옥 내 카페는 임직원들이 실제 고객처럼 로봇을 이용하면서 제조 속도와 사용 편의성, 오류 대응 능력 등을 확인하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사옥이 첫 고객이자 시험장…서비스로봇 24% 성장

기업들이 사옥에 로봇을 배치하는 것은 임직원 편의를 높이려는 목적만은 아니다.

외부 고객에게 제품을 판매하기 전에 자사 공간에서 충분한 운행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의 이동 경로와 장애물 회피 성능을 확인하고 고장이나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방법도 검증할 수 있다.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이사를 비롯한 엔비디아 핵심 관계자들이 18일 서울 서초구에 구축 중인 LG 데이터팩토리를 방문했다. 사진은 클로이드가 세탁기 제조 공정에서 데이터를 학습하고 있다. [사진=LG전자]

매일 로봇을 이용하는 임직원에게서 사용성에 관한 의견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하다. 사내 실증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한 뒤 오피스와 상업시설, 공장, 물류센터 등 외부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서비스로봇의 활용 확대는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국제로봇연맹(IFR)의 '월드 로보틱스 2026 서비스로봇'에 따르면 조사 대상 업체들의 지난해 전문 서비스로봇 출하량은 약 25만 대로 전년보다 24% 늘었다. 물류와 운송, 청소, 보안, 접객 등 반복적인 운영 업무를 중심으로 로봇 도입이 늘어난 결과다.

제인 헤프너 IFR 회장은 "서비스로봇이 일상적인 운영 업무로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