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계약서 언제 써야 하나'…공정위, 대홍기획에 'PPM 기준' 적용 과징금 4천만원

'광고계약서 언제 써야 하나'…공정위, 대홍기획에 'PPM 기준' 적용 과징금 4천만원

대홍기획 "촬영일 기준" 주장 배척…”시안 작업부터 용역 시작"
과징금 면제 요청에도 부과…매출 대비 0.015% 수준
공정위, 2015년 자체 가이드북 '해석 여지' 인정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롯데그룹 계열 광고대행사 대홍기획이 영상광고 제작사들에 하도급 계약서를 늦게 발급하거나 아예 발급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4000만원을 부과받았다. 계약서를 언제까지 발급해야 하는지를 두고 양측이 맞섰다. 공정위는 촬영일이 아닌 사전제작회의(PPM) 이전의 시안 작업 단계를 기준으로 삼았다.

16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제1소회의는 지난달 28일 대홍기획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000만원을 의결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대홍기획

공정위가 인정한 위반은 세 갈래다. 대홍기획은 2022년 6월부터 2024년 11월까지 27개 수급사업자에 영상광고 제작 52건을 맡기면서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거나 늦게 발급했다. 2022년 6월부터 2023년 8월까지는 35개 수급사업자로부터 광고 영상물 111건을 납품받으면서 수령증명서를 발급하지 않았다. 같은 111건에 대해 검사결과도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다.

쟁점은 계약서 발급 의무의 기준 시점이었다. 하도급법은 용역을 위탁할 때 수급사업자가 용역 수행을 시작하기 전까지 계약서를 발급하도록 규정한다. 문제는 광고 제작에서 '용역 수행 시작'을 언제로 보느냐다.

PPM(Pre-Production Meeting)은 촬영 전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광고제작사가 모여 기획안과 스토리보드, 콘티를 점검하는 회의다. 광고제작사는 PPM에 앞서 시안을 만들어 제출한다.

대홍기획은 촬영 개시일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PPM은 제안 단계에 불과하고 PPM 이후 제작이 무산되는 경우도 잦다는 이유에서다. 공정위가 2015년 펴낸 '광고업종의 바람직한 하도급거래를 위한 가이드북'도 근거로 들었다. 가이드북이 시안 작성 작업의 계약서를 '본제작 전'까지 발급하도록 안내했고, 본제작은 촬영을 뜻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52건 중 20건은 위법이 아니라는 게 대홍기획 측 논리였다.

대홍기획 측은 심의 과정에서 2015년 공정위 현장조사 당시 촬영일 전이면 된다는 구두 답변을 들었다고도 진술했다.

심사관은 PPM 시안 작성 단계에서도 수급사업자의 노무가 투입된다고 반박했다. 위원회도 심사관 손을 들어줬다. 수급사업자가 작성한 시안이 그대로 광고주 PPM에 쓰인 만큼 그 이전에 이미 용역 수행이 시작됐다는 판단이다. 촬영일을 기준으로 삼으면 작업에 착수한 수급사업자가 계약서 없이 합의 내용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다만 공정위는 의결서에서 가이드북의 '본제작'을 촬영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가이드북은 시안·촬영·편집을 따로 나눠 맡기는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건처럼 시안 작성부터 후반 작업까지 한꺼번에 맡긴 경우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제작 무산 가능성을 전제한 조건부 계약이나 단계별 계약서 발급을 제시했다.

다툼 없이 인정된 위반도 적지 않다. 52건 중 4건은 계약서가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6건은 계약기간이 끝난 뒤에야 계약서가 나왔다. 2022년 12월 종료된 계약의 서면이 2025년 3월에 발급된 경우도 있었다. 광고주 PPM을 기준으로 한 지연 기간은 최장 186일이었다. 수령증명서와 검사결과 통지 위반은 대홍기획이 모두 인정했다.

대홍기획은 심의에서 과징금 면제를 요청했다. 광고업종 특성상 수급사업자 전자서명이 누락되는 경우가 생기고, 유사 사례를 고려하면 시정명령만으로 충분하다는 주장이었다. 면제가 어렵다면 대폭 감경해 달라고 했다.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홍기획이 국내 광고대행업계 매출과 취급고 기준 4위 사업자로 업계 거래질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위반 기간도 길다는 이유다.

하지만 부과액은 크지 않다. 공정위는 수급사업자에게 대금이 모두 지급돼 실질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위반 경위가 광고업종 특유의 업무환경에 기인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분류하고 기본 산정기준을 4000만원으로 정했다.

이후 위반 기간(2년 4개월)을 이유로 30%를 가중했다. 반면 52건 중 42건은 거래 기간 중 계약서가 발급됐고 자체적으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했다는 이유로 10%를, 행위사실을 인정하고 협조했다는 이유로 20%를 감경했다. 가중과 감경이 상쇄되면서 최종 과징금은 기본 산정기준과 같은 4000만원이 됐다.

과징금 부과 사유에서는 위반행위를 "중대하다"고 판단하고, 금액 산정에서는 "중대성이 약하다"고 본 셈이다. 4000만원은 대홍기획의 지난해 매출 2743억원의 약 0.015%다. 수령증명서 미발급과 검사결과 미통지 각 111건에는 과징금 없이 시정명령만 내려졌다.

공정위는 올해 들어 광고대행사의 영상광고 하도급 관행을 잇따라 제재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두산그룹 계열 오리콤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오리콤은 8개 수급사업자에 19건의 계약서를 1~12일 늦게 발급하고 21건의 검사결과를 통지하지 않았다. 오리콤은 위반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시정조치를 수락해 과징금 없이 약식으로 종결됐다.

대홍기획이 같은 조항으로 제재받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는 2008년 대홍기획이 17개 수급사업자에 광고 제작을 맡기면서 납품 이후에야 계약서를 준 행위에 시정명령을 내렸다. 당시 방영되지 않은 TV 광고의 제작 대금을 견적의 절반 수준으로 일방 결정한 행위에는 과징금 1076만원을 부과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