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영화 ‘인턴’은 미국판과는 다르다. 그러니까 로버트 드니로와 앤 해서웨이가 출연한 2015년 동명의 미국영화를 연상하거나 비교할 필요도 없다. 우리 스타일로 보고 이해하면 된다. 한국 리메이크 버전은 아무래도 중년 세대가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방법으로 보면 고개가 끄덕거려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주인공 기호(최민식)는 극중 1959년생으로, 37년간 출판업계에서 지도를 만들다 정년퇴직한 인물이다.(비교할 필요는 없지만 로버트 드니로는 과거 전화번호부를 만들었던 회사에서 일했던 시니어 인턴이다) 아내와는 사별했고, 딸은 외국으로 유학을 떠나 현지에서 결혼해 눌러앉았다. 기호는 혼자 사는 중년 남자다.
기호는 어느날 선우(한소희)가 세운 패션 디자인 스타트업 기업 ‘WOO22(우투투)’에 지원해 3개월 단기 실버 인턴으로 채용된다. 30대 젊은 여사장인 선우의 직속인턴으로 배정됐지만, 할 일이 없다. 어차피 회사도 세제 혜택을 받으려고 시니어 인턴인 기호를 뽑은 게 아닌가.
그러니 기호는 할 일이 없다. 업무지시가 내려왔는지를 보기 위해 계속 컴퓨터를 열어 메신저를 체크하지만, 그가 할 업무는 없다. 사실 회사에서 가장 힘든 건 일이 많은 게 아니라, 일이 없는 것이다. 선우도 기호에게 "아무 것도 하지말라"고 말한다.
이럴 때 기호는 일을 기다리지 않고 일을 찾아간다. 하지만 이것도 과격하게 하다가는 조직에 피해를 끼친다.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늦게 퇴근해 자신이 할만한 일을 찾는 건 기본이다.
이 정도만 해서는 실버인턴이 사랑받지 못한다. 기호는 결국 젊은 CEO는 물론이고 동기 인턴 등 젊은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며 그들과 잘 섞이게 된다.
나는 영화에서는 젊은 아이들이 착하다고 생각한다. 실제 공간은 좀 더 안좋을 것이다. 그들과 같이 지내는 것, 공존이 쉽지만은 않다. 그런 면에서 ‘기호 할배’는 운이 좋은 케이스다.

이 쯤에서 신세대와 구세대를 지칭하는 단어들을 한번 보자. 구세대는 ‘늙크크’ ‘꼰대’ ‘틀딱’ ‘부머’ ‘X세대’ 등으로 불리고, 신세대는 ‘영크크’ ‘MZ세대’ ‘알파세대’ ‘잘파세대’ ‘네오 족’으로 불린다.
구세대는 신세대로부터 ‘꼰대’나 ‘틀딱’ 등 다소 부정적으로 불릴 수도 있다. 따라서 중년이 젊은 세대와 소통을 잘하려면, 젊은 세대에게 “너희들이 주역”임을 인정해야 한다. 이건 중년들이 젊은이들의 눈치를 보거나 비굴하라는 말은 아니다. “나도 20년 전에는 주인공이었고, 너희들도 20년후에는 후배들에게 주역 자리를 물러줘야 돼”라는 느낌이다.
중년들은 젊은 세대가 자신들에게 별 관심이 없음을 알고, 그들에게 과도한 관심을 가지는 건 금물이다. 조금 친해졌다고 “우리가 남이가”라는 식으로 다가가는 걸 극혐한다.
여기서 기호가 젊은 친구들을 우호 세력으로 만들어가는 전략을 보자. 우선 3년차 CEO 선우. 그는 3년만에 100억원 매출을 일궜지만, 과로와 스트레스를 달고산다. 결혼 7년차인 선우는 남편이 바람까지 핀다. 온전한 멘탈을 유지하기 힘들다. 예민하고 불안정하다. 선우는 열정은 많지만 새는 부분도 많다. 이런 단점을 창업동기인 부사장 영환(김준한)이 메워줘야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다.
기호는 선우의 운전기사를 하다보니, 이 모든 것을 파악했다. 하지만 기호는 먼저 나서지 않았다. 그게 단시간내에 선우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결국 마음을 연 선우는 이 모든 걸 먼저 기호에게 상담하고, 기호는 선우의 홀로서기에 강력한 조언을 하는 ‘멘토’가 된다. 기호는 또 외부에서 전문경영인을 데려와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한 선우에게도 힘을 실어주는 말을 해준다.
기호는 AI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영지원팀장 민아(류혜영)와 인턴 동기들로부터도 필요한 존재가 됐다. 처음에는 경계했는데 함께 있으면 든든하고 안심이 되는 존재가 됐다. 민아는 “제가 30년 경력을 어떻게 이겨요?”라고 말한다. 신세대와 어울리기 위해 “감다살”과 “감다뒤” 등 MZ 용어 몇 개 익힌다고 되는 게 아니다. 회사는 프로의 세계다. 일을 잘해야 한다. 그것이야 말로 후배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실질적인 무기다. 그러면 젊은 세대가 중년세대에게 먼저 접근한다.
기호를 보면 이런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구세대가 신세대에게 처음부터 인생 교훈, 삶의 지혜를 말하면 안된다. 일단 그들이 일에서 신뢰하고 의지할만한 존재가 되고나서는 업무와 경험, 경륜을 두루 보여줄 수 있다. 그것도 남발하면 안되고 필요할 때에만 보여주면 된다. 젊은 세대도 구세대를 무조건 제외, 배제시키는 건 사회적으로도 건강하지 못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