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주 52시간 상한제가 제조업과 중소 사업체의 고용뿐 아니라 매출과 노동생산성까지 끌어내렸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수행하고 아직 공개하지 않은 연구다. 서비스업과 대기업에서는 이런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
14일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KDI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KDI는 2025년 '인구감소시대의 근로시간 정책' 연구에서 주 52시간 상한제가 기업 성과에 미친 영향을 산업과 기업 규모별로 나눠 분석했다. KDI는 이 연구를 올해 4분기 공개할 예정이라고 의원실에 답했다.

분석 결과 제조업과 중소 사업체일수록 근로시간 규제가 노동투입량을 유연하게 조정하지 못하게 하는 제약으로 작용했다. KDI는 이들 기업에서 고용과 함께 매출액과 노동생산성 지표가 하락하는 양상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결과는 업종과 규모에 따라 갈렸다. 서비스업과 대규모 사업체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거나 자본투자를 늘려 규제에 대응했다. KDI는 이들 사업체에서는 근로시간 상한이 기업 성과를 해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같은 규제가 버틸 여력이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에 다르게 작용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람을 더 뽑거나 설비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 제조업체가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은 구조다.
KDI는 정책 방향도 제시했다. 일률적이고 경직적인 상한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노사 합의에 바탕을 둔 자율적 근로시간 운영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근로시간 단축과 노동생산성 향상을 함께 이룰 수 있다는 판단이다.
KDI는 최저임금에 대해서도 비슷한 입장을 밝혀 왔다. 과도하고 빠른 인상은 고용 감소와 시장 교란을 부를 수 있어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다만 최저임금의 고용효과는 연구자마다 견해가 엇갈리고 노동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밝혔다.
박 의원은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가 모든 기업에 똑같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KDI 연구에서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력과 자본 여력이 부족한 중소 제조업체에 부담이 집중되는 만큼 산업과 기업 규모의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근로시간 제도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