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위고비, 건보 급여 승부수⋯실현 가능성은 '글쎄'

위기의 위고비, 건보 급여 승부수⋯실현 가능성은 '글쎄'

마운자로에 밀리고 에페까지 가세⋯시장 주도권 회복 노려
급여 등재 시 선점 효과 기대⋯재정 부담에 가능성은 불투명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는 노보노디스크가 '위고비' 건강보험 급여 신청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급여 등재에 성공하면 경쟁 제품보다 먼저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가격 경쟁력과 시장 선점 효과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건강보험 재정 부담과 형평성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제 급여 등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약사가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노보노디스크는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자사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요양급여 결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번 신청은 고도비만 환자와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과체중·비만 환자, 청소년 비만 환자 등 일부 환자군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서는 비만 치료 목적의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약값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위고비의 4주 투약 비용은 용량에 따라 약 20만~40만원 수준이다.

한국노보노디스크 관계자는 "이번 신청은 비만을 꾸준한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보고, 특히 고도비만이면서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위고비 급여 신청을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주도권을 되찾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고 있다. 위고비는 2024년 10월 국내 출시 이후 시장을 주도했지만, 지난해 8월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마운자로는 출시 첫해인 지난해 4분기부터 위고비의 유통액을 앞질렀다. 올해 2분기에는 마운자로가 4212억원, 위고비가 1130억원을 기록하며 격차가 약 3.7배까지 벌어졌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도 예고됐다. 한미약품의 비만치료제 '에페'가 국내 품목허가를 획득하고 이달 말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최저 용량 기준 4주분 공급가격이 10만원대로 책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올 정도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시장 공략이 예상된다.

노보노디스크는 앞서 지난해 마운자로의 국내 출시를 앞두고 위고비의 공급가격을 최대 42% 인하한 바 있다. 이번 에페 출시를 앞두고는 건강보험 급여 신청이라는 카드를 꺼낸 셈이다.

급여 등재에 성공하면 환자의 약값 부담이 줄어들면서 처방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경쟁 제품보다 먼저 건강보험을 적용받는다면 시장 선점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 투약이 필요한 비만치료제 특성상 가격은 환자의 치료제 선택과 치료 지속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다만 실제 급여 등재 여부는 불확실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해 건강보험 당기수지는 2조8374억원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건강보험 사업 부채비율도 2030년 107.4%까지 상승해 관리 기준치인 10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비만치료제까지 급여 대상에 포함되면 추가적인 재정 지출이 불가피하다. 비만 환자 규모가 큰 데다 장기간 약물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적지 않아 급여 적용 범위에 따라 재정 부담이 상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른 비만치료제와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 위고비에 급여가 적용되면 마운자로 등 경쟁 제품에도 비슷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 있다.

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도 쉽지 않아 보인다. 비만치료제의 미용 목적 오남용 우려가 여전한 데다, 비만을 치료가 필요한 질병보다는 개인의 체중 관리 문제로 여기는 인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전면적인 급여 적용은 어렵더라도 일부 고위험 환자군에 한정한 급여 등재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대한비만학회 등 의료계 일각에서는 비만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으로 보고, 고도비만 환자 등 치료 필요성이 높은 환자부터 단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마운자로에 이어 국산 비만치료제까지 등장하는 상황에서 노보노디스크도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번 급여 신청 역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 따른 대응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건강보험 재정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라 실제 급여 등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위고비가 선례가 되면 향후 같은 GLP-1 비만치료제가 전부 급여 신청에 나설 텐데, 이들을 모두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초고도비만 등 일부 환자군에 한정해서라도 급여가 적용된다면 상당한 선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