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부산광역시가 전임 시정의 대표 문화사업으로 추진해 온 퐁피두 센터 부산 분관 건립과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라 스칼라 극장 초청공연을 모두 중단하기로 했다. 환경 보존과 재정 부담, 지역 예술계와의 상생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다. 시는 북항 복합문화전시공간 조성과 지역 예술인 중심의 오페라하우스 개관 페스티벌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전재수 부산광역시장은 14일 부산광역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사업의 추진 중단을 공식화했다. 시는 약 3개월간 정책점검단 검토와 시민토론회, 여론조사, 문화협력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퐁피두 부산 분관은 이기대 입지의 환경 훼손 우려와 계약 조건의 공공성, 장기적인 재정 부담이 주요 중단 사유로 꼽혔다. 사업계획 수립 용역에서는 건립비로 시비 약 1100억원, 연간 운영비로 약 125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정책점검단에서는 경제성 분석의 신뢰성이 충분하지 않아 재정 부담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부산이 확보할 전시 콘텐츠와 권리를 구체화하고 기존 시립미술관과의 역할을 나누는 방안, 지역 예술계와의 협력 계획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책점검단은 찬반 의견이 엇갈려 단일 권고안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사업의 주요 조건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했다.
시는 세계적 수준의 문화시설을 확충하려는 시민 요구를 다른 방식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동부산 시립미술관과 서부산 현대미술관의 전시·연구·소장 역량을 높이고 해외 미술관과의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 북항에 연면적 5000㎡ 규모의 복합문화전시공간을 전액 국비로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전시공간은 3000㎡ 규모로 구상했으며, 2030년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해양수산부와 부산항만공사 등과 협의하고 있다.
부산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라 스칼라 극장 초청공연도 재원 확보와 지역 예술인 참여, 공연장 준비 상황 등을 이유로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시민 여론조사에서 공연 찬성률이 75%에 달했지만, 시가 계획한 사업비 100억원 가운데 40~50%를 기업 기부와 협찬으로 충당하려던 목표가 예산 편성 준비 시점까지 달성되지 못했다.
시는 부산에 남길 구체적인 성과와 지역 예술인의 참여·교육, 인재 양성으로 이어질 협력 방안도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공연장 설비와 음향 점검, 시운전, 시범 공연, 관객 서비스 준비 등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다만 오페라하우스 건립과 개관 일정은 예정대로 추진한다. 올해 말 준공한 뒤 내년 상반기 안전성·성능 점검을 거쳐 하반기 시범 공연을 진행하고 오는 2028년 정식 개관한다는 계획이다.
개관 페스티벌은 지역 예술인과 협력해 부산의 역사와 삶, 문화적 정체성을 담는 방향으로 준비한다. 자체 제작 역량과 국제교류를 강화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오페라 제작극장으로 육성하고, 운영이 안정되면 라 스칼라를 비롯한 세계적 공연 초청도 다시 검토할 방침이다.
전 시장은 “전임 시장의 정책이라고 무조건 뒤집지도, 이미 시작한 사업이라고 무조건 이어가지도 않겠다는 원칙 아래 시민 체감과 공공성, 재정, 행정의 책임성을 기준으로 숙의 절차를 진행했다”며 “결론에 아쉬움을 느끼는 시민들의 기대와 제안도 앞으로의 정책에 담겠다”고 말했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