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지었지만, 삶의 이야기는 누가 담았나”…대구도시개발공사, 주민의 기억을 예술로 잇다

“집은 지었지만, 삶의 이야기는 누가 담았나”…대구도시개발공사, 주민의 기억을 예술로 잇다

영구임대주택 어르신의 추억부터 행복주택 청년의 꿈까지…세대 아우른 문화예술 프로젝트
지역 예술인 5명과 협업…주민 목소리 담아 공사 미래 비전으로 연결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집은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지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안에 깃든 삶과 추억,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건축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집은 평생의 기억이 쌓인 공간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범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소담 프로젝트'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대구도시개발공사]

대구도시개발공사가 주택을 공급하고 관리하는 역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안에 살아가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문화예술로 담아내는 특별한 시도에 나섰다.

대구도시개발공사(사장 이재용)는 '2026년 예술로 대구'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예술인들로 구성된 T.H.E Link팀과 함께 주민의 삶과 이야기를 예술로 기록하는 협업 프로젝트를 추진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후원하고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하는 '예술로 대구' 사업의 하나로 마련됐다.

지역 예술인과 공공기관이 협력해 예술인의 활동 영역을 넓히고,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협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공공기관이 일방적으로 문화공연을 제공하는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의 실제 삶을 예술의 출발점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공사와 함께하는 T.H.E Link팀은 리더예술인 김필범(국악)을 비롯해 김보혜(국악), 이준욱(무용), 이현경(음악), 홍준표(국악) 등 5명의 지역 예술인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삶을 짓고, 관계를 잇고, 미래를 열다'를 주제로 세대별 주민들이 살아온 이야기와 앞으로 꿈꾸는 삶의 모습을 수집하고 있다.

그 첫 무대는 영구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의 삶이었다.

지난 8일 범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소담 프로젝트'는 '소중한 시간을 담다'라는 의미를 담았다.

예술인들은 사물놀이 공연과 민요 부르기 등을 통해 어르신들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어르신들은 자신이 살아온 집과 동네, 그곳에서 보낸 시간에 얽힌 기억을 풀어놓았다.

오랜 세월 살아온 공간에 대한 기억은 개인의 추억이면서 동시에 지역사회가 간직해야 할 생활사의 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동안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임대주택 주민들의 삶을 문화예술의 소재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안심청아람 더영 행복주택 커뮤니티센터에서 청년 입주민과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스밈 프로젝트'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사진=대구도시개발공사]

이어 지난 9일에는 안심청아람 더영 행복주택 커뮤니티센터에서 청년 입주민과 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스밈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어르신들의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소담 프로젝트와 달리, 스밈 프로젝트는 청년들이 앞으로 살아갈 공간과 미래에 대한 생각을 나누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참가자들은 가벼운 신체활동과 소리 만들기, 피아노와 해금 공연 등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교류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바라는 주거공간과 지역사회의 모습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청년들에게 주거공간은 단순히 잠을 자는 장소를 넘어 취업과 자립, 인간관계, 미래 설계와 연결되는 중요한 생활 기반이다.

공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청년들이 주거환경과 공동체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 문화예술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들여다봤다.

어르신들에게는 지나온 삶의 기억을, 청년들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미래의 모습을 물었다는 점에서 두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세대를 하나의 주제로 연결한다.

공사는 두 프로그램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로 기록했다.

이 자료들은 이달 말 개최될 '2026년 비전 공유 워크숍'에서 예술공연으로 재구성될 예정이다.

판소리와 무용, 해금, 피아노, 사물놀이 등이 어우러지는 융합 공연을 통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공사의 새로운 비전과 핵심가치에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공공기관의 경영 비전을 선언문이나 구호가 아닌 시민의 삶을 바탕으로 한 예술적 표현으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비전 선포 방식과 차별화된다.

공공주택 정책의 성과를 공급 물량이나 사업비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주택을 공급받은 주민들이 그 공간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이웃과 관계를 맺으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지도 중요한 과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업은 공공주택을 물리적인 주거시설이 아닌 사람들의 삶이 이어지는 공동체 공간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이재용 대구도시개발공사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는 주민의 삶과 이야기를 공사의 미래 비전과 연결하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도 지역 예술인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시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사회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