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윤희성 기자] SK증권이 주관한 유상증자가 잇따라 철회되면서 기업금융(IB) 사업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재무 여건이 취약한 기업의 증자를 맡아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책정했지만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증시 호황으로 회사 전체 실적은 개선됐지만 IB 부문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고위험·고수수료 전략의 실효성과 위험관리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증권이 대표주관사를 맡았던 경남제약은 최근 약 19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철회했다. SK증권이 지난 8일 계약 해제를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해제 근거는 모집매출주선계약서 제21조 제1항 제21호로 '대표주관회사가 본 계약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올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철회된 공모 유상증자는 총 7건이다. 이 중 6건은 금감원 정정 요구 이후 증자 일정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철회됐다. 이중 5건(디모아·썸에이지·하이퍼코퍼레이션·한울반도체·경남제약)의 대표주관사가 SK증권이었다.
하이퍼코퍼레이션과 썸에이지는 4개 사업연도 연속, 한울반도체는 2개 사업연도 연속 영업적자를 냈다. 경남제약도 2023~2025년 3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5곳 중 꾸준히 영업이익을 낸 곳은 디모아뿐이다. 5곳 모두 조달 자금은 운영자금 용도였다.
이들 업체의 유상증자 수수료는 높은 편이었다. 철회된 5건의 신고서에 따르면 인수·주관 수수료율은 모집총액의 1.8~2.5%였다. 청약 미달 물량을 인수하는 대가인 실권수수료율은 15~20%였다. 같은 시기 대형사가 주관한 한화솔루션(0.40%), 에코프로비엠(0.35%)과 코스닥 상장사 툴젠(0.5%)의 인수수수료율과 비교하면 최대 7배 높은 수준이다.
재무 여건이 취약한 기업일수록 청약 미달이나 자금조달 실패 위험이 커 주관사가 높은 수수료를 요구할 유인이 있다. 문제는 높은 수수료의 배경이 된 발행사의 재무적 위험이 유상증자 성사 가능성까지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심사 강화도 부담 요인이다. 금감원은 지난해부터 유상증자 '중점심사'를 통해 자금 사용 목적과 투자자 보호 장치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 다음 달부터 증권신고서 보완이 반복적으로 미흡할 경우 강화된 정정요구를 적용하는 '레벨2'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주관 수수료는 계약 조건에 따라 실제 수취 여부가 달라지지만 증자가 무산되면 당초 기대한 수수료 수익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고수익을 노린 베팅이 오히려 수익 공백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재무 사정이 어려운 기업도 자금조달 창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무구조 개선 목적의 증자는 발행사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경영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라며 "주관사는 시장 상황, 적정 할인율, 최대주주 참여 여부, 구주주 청약 가능성 등 실권 리스크 요인을 다각도로 사전 검증해 리스크를 관리한다"고 말했다.
SK증권은 IB 부문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유상증자 주관 영업을 강화해 왔다. 2024년 주식발행시장(ECM) 조직을 2개 부서에서 3개 부서로 확대했다.
그러나 IB 사업의 전반적인 실적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증권의 IB 시장점유율은 2023년 2.6%에서 올해 1분기 0.2%로 하락했다. 채권 발행 주관(DCM)에서는 업계 4위권으로 연간 300억원이 넘는 인수·주선 수수료를 거뒀지만 보유 자산 관련 손실이 수익성을 끌어내렸다. 2024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2025년에는 증권담보대출에서 손실이 컸다.
올해 들어 회사 전체 실적은 크게 개선됐지만 IB 부문은 여전히 적자다. SK증권의 상반기 순이익은 43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6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IB 부문은 같은 기간 111억원의 적자를 냈다. 증시에 기댄 수익 구조를 개선하려면 IB 수익성 회복이 필수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실적의 상당 부분이 증시 환경 및 운용성과에 영향을 받고 있어 이익 변동성이 내재돼 있다"며 "부동산PF를 비롯한 기업금융 관련 익스포져에서 추가적인 대손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잔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희성 기자(heehs@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