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세 차례 짚은 '총괄'엔 답 없이…재경부, 서발법 속도전

국회 세 차례 짚은 '총괄'엔 답 없이…재경부, 서발법 속도전

21대 무산 사유 '기재부 총괄 이견'…22대 검토보고서 3건도 같은 지적
계류 4건 모두 재경부에 위원회…김영환안은 예산 지원권까지
분야별 소위·총리 소속 등 대안…업종별 진흥법과 충돌 불씨도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재정경제부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발법)의 연내 제정을 다시 요청했다. 하지만 국회가 거듭 짚은 쟁점은 그대로다. 재경부가 서비스산업 전반을 총괄하는 구조다. 국회 상임위원회 검토보고서가 모두 이 문제를 지적했음에도 재경부 중심 구조가 유지됐고, 재경부는 이 쟁점에 대한 언급 없이 제정만 요청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전문위원실은 지난 2월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안에 대한 검토보고서에서 서발법 제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근거 하나로 "우리나라 전체 산업 중 60%의 부가가치, 70%의 고용을 창출하는 서비스산업의 발전에 관한 사항을 재정경제부에서 총괄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지적이 이전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었으므로 이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대한 국회 검토보고서

이 같은 우려는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실이 지난해 낸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안(4월) 보고서와 윤준병 민주당 의원안(9월) 보고서에도 있다.

세 보고서는 역대 국회의 무산 사유도 같은 표로 정리했다. 19대 국회는 "보건·의료 분야 예외 여부에 대한 이견", 20대 국회는 "입법필요성과 보건·의료 분야 적용 여부에 대한 이견"이었다. 21대 국회는 "입법필요성과 기획재정부가 서비스산업을 총괄하는 것에 대한 이견"으로 법안 3건이 폐기됐다. 쟁점의 무게가 의료에서 총괄 부처 문제로 옮겨간 셈이다.

보고서에 정리된 소위원회 논의 요지에도 우려가 이어진다. 19대 국회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서비스산업 정책에 관한 독점적 권한을 가질 우려가 있다"는 신중론이 나왔다. 20대 국회에서는 "규제 완화는 국회의 권한이므로 이것을 기획재정부가 총괄하여 판단하게 하겠다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 21대 국회에서는 "기획재정부가 서비스산업 정책을 직접 관장하면서 예산까지 편성하는 방식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기록됐다.

지난해 보고서 2건은 서발법의 인력양성 조항을 두고 "기획재정부를 컨트롤타워로 하여 교육 시스템 혁신을 총괄적으로 수행코자 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교육부·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해 2월 보고서에서는 '컨트롤타워' 문장이 빠졌다.

다만 보고서가 재경부 총괄을 일방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다. 세 보고서는 부처 간 규제 중첩 해소, 공식 조정 창구 마련, 정책 구속력 확보 등을 들어 기본법 제정 필요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도 했다. 재경부 장관과 민간위원의 공동위원장 체제, 위촉위원 과반 구성에 대해서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구성·운영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국회의 반복된 지적에도 22대 국회 계류 법안 4건의 거버넌스는 같다. 송언석·윤준병·김영환 의원안은 재경부에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를 둔다. 올해 1월30일 발의된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안은 이름만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로 바꿨다. 네 법안 모두 재경부 장관과 민간 위촉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위원은 35명 이내다. 위원회 심의를 거쳐 5년마다 기본계획을 세우고, 각 부처가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운다.

김영환 의원안은 재경부 장관이 부처별 시행계획의 추진 실적을 점검해 실적이 우수하거나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업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게 했다. 송언석·윤준병 의원안에는 없던 조항이다.

그사이 정부 조직은 바뀌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월 2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나뉘었고, 예산 편성 기능은 기획예산처로 넘어갔다. 21대 국회가 문제 삼은 '총괄 부처의 예산 편성'은 조직 개편으로 일부 해소된 셈이다. 그런데 김영환 의원안은 예산 편성권이 없는 재경부 장관에게 예산 지원 권한을 줬다. 기획예산처와의 역할 정리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위원회 권한도 작지 않다. 위원회가 서비스산업 관련 법령의 제·개정에 개선 방안을 권고하면, 해당 부처 장관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존중해 법령을 고쳐야 한다. 정부는 법령이 불명확하면 "산업 진흥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해석"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신사업 인·허가 신청 전에 비조치의견을 받으면 이후 제재처분을 할 수 없다.

재경부는 법안에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2001년 이후 40여 차례 서비스산업 대책을 내놨지만 이해관계 대립으로 상당수가 제도화되지 못했다는 게 재경부의 설명이다. 부처 간 칸막이를 넘으려면 범부처 법정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위원회 존속기한(최대 5년)을 법에 명시하라고 요구하자, 재경부는 행정 비효율을 이유로 반대했다.

서발법은 다른 법령에 따른 서비스산업 계획이 서발법 기본계획과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했다(김영환안). 관광진흥법, 외식산업 진흥법, 전시산업발전법 등 업종별 진흥법의 계획이 재경부 위원회의 기본계획 아래로 들어가는 구조다.

이 구조는 재경부가 서발법 제정을 요청한 같은 회의에서 바로 부딪혔다. 산업통상부는 이날 '전시산업 발전 로드맵 2030'을 내놓으며 ‘(가칭)전시산업발전위원회'를 신설하고 전시산업발전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서발법이 제정되면 전시업은 재경부 서비스산업발전위원회와 산업부 전시산업발전위원회의 이중 관할을 받는다. 두 위원회의 역할 분담은 아직 제시되지 않았다.

재경부 총괄 논란을 비켜갈 방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여러 갈래로 나왔다.

첫째는 분권형 구조다. 20대 국회 소위원회에서는 위원회 산하에 '보건복지소위원회' 같은 분야별 소위원회를 두자는 의견이 나왔다. 19대 국회에서는 보건·의료를 법 적용 범위에서 통째로 빼는 대신 위원회 심의 대상과 기본계획 수립 대상에서만 제외하자는 절충안도 거론됐다.

둘째는 위원회를 특정 부처가 아닌 국무총리나 대통령 아래 두는 방안이다. 입법례도 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대통령 소속으로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이 공동위원장을 맡는다. 국가첨단전략산업위원회는 국무총리가 위원장이다. 다만 위원회의 격을 높여도 실무 간사를 재경부가 맡으면 실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셋째는 재경부 총괄 틀을 유지하되 견제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시행계획뿐 아니라 기본계획도 국회에 제출하도록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 행정안전부의 존속기한 명시 요구, 김영환안의 예산 지원권과 권고 존중 의무도 심사 과정에서 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기본법 없이 가자는 주장도 여전하다. 관광진흥법, 정보통신산업 진흥법, 외식산업 진흥법 등 개별 법률로 이미 지원 정책이 추진되고 있어 별도 기본법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의견이다. 서비스산업 경쟁력 문제는 구조적이어서 "단순히 기본법을 제정한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이날 논의한 전시·K-뷰티·관광 대책은 모두 서발법 없이 기존 법령과 예산으로 추진된다.

의료영리화 논란은 일단 봉합됐다. 윤준병·김영환·최은석 의원안은 의료법·약사법·간호법·국민건강보험법·국민건강증진법이 정한 사항에는 서발법을 적용하지 않는다. 송언석 의원안에는 이 조항이 없다. 참여연대는 지난 3월 의견서에서 제외 범위가 의료행위와 건강보험 재정에 한정돼 의료데이터·AI 진단 같은 '산업으로서의 의료'는 여전히 적용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