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서비스 지원책, '조제관리사 1인 다매장 허용'…미용기기는 빠졌다

K-뷰티 서비스 지원책, '조제관리사 1인 다매장 허용'…미용기기는 빠졌다

유일한 규제 개선도 4년 실증특례 뒷정리…’AI·디바이스 융합' 내걸고 기기 과제는 0건
비자·광고·펀드 등 이미 시행된 조치 재포장…서비스업 진흥은 국회 계류 서발법에 떠넘겨
재경부 등 관계부처 합동 'AI·융복합 K-뷰티 서비스 지원방안' 발표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정부가 K-뷰티를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으로 키우겠다며 관계부처 합동 지원책을 내놨다. 대책의 규제 개선은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1명이 여러 매장을 관리할 수 있게 하는 것 하나였다. ‘AI·데이터·디바이스 융합'을 비전으로 내걸었지만, 미용기기 관련 과제는 담기지 않았다.

정부는 14일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서비스산업발전TF에서 'AI·융복합 K-뷰티 서비스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대책은 △AI 진단·맞춤형 화장품 등 신서비스 육성 △융복합 뷰티 서비스의 지역·글로벌 확산 △메디컬 뷰티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 세 축으로 구성됐다.

K-뷰티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맞춤형 화장품은 소비자의 피부 특성이나 진단 결과에 맞춰 매장에서 원료를 섞어 만드는 화장품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조제관리사가 매장마다 상주해야 한다. 정부는 내년에 화장품법령을 개정해 조제관리사 1명이 AI·자동화기기를 활용해 여러 매장의 원료·기구 품질과 완제품 안전성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AI·자동화기기의 품질 일관성을 검증하기 위해 정기 점검항목, 검교정, 적격성평가 등에 관한 가이드라인도 마련한다.

새로운 제도는 아니다. 이 방식은 2022년부터 실증특례로 운영돼 왔다. 특례 기간은 올해 12월에 끝나는데, 법령 개정은 내년에 추진한다. 특례가 끝난 뒤 법령이 바뀌기 전까지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뷰티 디바이스(미용기기)를 대상으로 한 규제 개선이나 지원 과제는 없다. '디바이스'는 추진목표 문구와 한국콜마·아모레퍼시픽·룰루랩의 CES 혁신상 수상 사례 소개에만 나왔다. 대책 곳곳에 나오는 '기기'는 매장에서 화장품을 배합하는 로봇 조제기를 가리킨다. 소비자가 피부에 쓰는 미용기기가 아니다.

업계가 요구해 온 과제는 모두 빠졌다. 가정용 뷰티 디바이스는 현재 전기용품안전법상 공산품으로 분류된다. 의료기기 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주름 개선이나 리프팅 같은 효능을 표시할 수 없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10월 홈쇼핑 판매 상위 뷰티 디바이스 10개를 조사했을 때, 7개가 의료기기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로 지적됐다. 공산품과 의료기기 사이에 '미용기기' 범주를 새로 만들거나 효능 실증 기준을 마련하는 방안은 이번 대책에 없었다. 피부미용업소의 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공중위생관리법 개정도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도 처방은 내놓지 않았다. 대책 추진배경에는 "화장품법은 안전성 확보를 위한 규제 중심, 공중위생관리법은 뷰티 서비스 면허발급 등에 치중"이라고 적혀 있다. "화장품-이미용-관광-의료 등 뷰티 연관 산업의 관리·진흥을 담당하는 조직과 법령이 산재"해 있다는 진단도 했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는 과제는 없었다.

나머지 과제 상당수는 이미 시행됐거나 결정된 조치였다. 비자 신속발급 유치업자 신청요건 완화(연 500건→200건)와 지역가점 신설은 올해 6월 시행된 내용이다. 외국인 대상 의료광고 허용구역의 의료관광 특구 확대 역시 7월 의료해외진출법 개정으로 시행된 상태다. 글로벌 화장품 규제기관장 협의체(GCORAS)는 9월 출범했고, 한국콜마·코스맥스와 공동 조성한 430억원 규모 글로벌 K-뷰티 공동펀드는 지난해 12월 결성돼 9월까지 투자액이 90억원이다.

앞으로 할 일로 제시된 과제에는 검토가 대부분이다. 의료·웰니스 관광 목적 비자 개선은 내년 상반기 시범사업을 검토하는 수준이다. 지방 메디컬 뷰티 거점과 체류형 패키지도 추진 검토다. 외국인 환자의 상담부터 사후관리까지 묶는다는 K-헬스케어 통합 허브 플랫폼은 올해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세운 뒤 2027~2028년에 구축된다.

정부는 피부 데이터뱅크의 대상 국가를 확대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계획은 현재 18개국에서 내년 누적 19개국으로 1개국 늘리는 것이다.

신규 재정 투입도 많지 않다. 할랄 화장품 인증 지원에 5억원, 위조의심제품 구매검사에 4억원이 새로 배정됐다. 화장품-AI기업 연합 R&D는 2026~2027년 2년간 24개 과제에 72억원이다.

K-뷰티 서비스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도 마땅치 않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화장품산업육성법은 화장품의 연구개발·제조·유통·수출을 지원 대상으로 한다. 피부관리·헤어·메이크업 같은 뷰티 서비스업은 면허와 위생 관리가 중심인 공중위생관리법의 영역이다.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주환욱 재경부 정책조정관은 "고부가 서비스업 육성, 산업간 융복합 촉진, 규제 합리화 등 체계적 지원 기반 마련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제정에도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발법은 의료 영리화 논란에 막혀 10년 넘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도 여야 의원 4명이 각각 대표발의한 법안 4건이 지난 3월부터 상임위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이번 대책이 메디컬 뷰티를 세 축 가운데 하나로 내세운 만큼, 서발법의 의료 포함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질 것으로 관측된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