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일본에 머무는 동안 삼성전자 사내이사 전원을 포함한 핵심 경영진 5명이 도쿄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 책임자뿐 아니라 그룹 경영 현안을 다루는 최고위 인사들이 같은 날 일본에 집결한 것으로, 반도체 사업과 일본 소재·부품·장비 업체와의 협력 방안 등 출장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정현호 부회장(회장 보좌역)과 박학규 사업지원실장 사장,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 부회장, 노태문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사장, 김용관 DS부문 사장 등 5명은 전날 일본 도쿄로 출국했다. 이들 중 일부는 당일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며칠 앞서 일본으로 출국해 현지에 체류하고 있었으며, 경영진의 일본행은 이 회장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출장은 DS부문과 관련된 경영 현안이 배경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논의 내용과 현지 일정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내이사 3명 전원 일본행…그룹 핵심까지 움직여
이번 일본행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삼성전자의 수뇌부 5명이 함께 출장을 떠났다는 점이다.
전영현 부회장과 노태문·김용관 사장은 삼성전자 이사회 멤버로 핵심 경영진 3인으로 꼽힌다. 전 부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노 사장은 스마트폰과 TV·생활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각각 총괄한다. 김 사장은 DS부문의 사업 전략을 맡고 있다.
여기에 이 회장을 오랫동안 보좌해 온 정현호 부회장과 그룹 경영 현안을 담당하는 박학규 사업지원실장까지 일본으로 향했다.

반도체와 완제품 사업 책임자, 그룹 경영 핵심 인사들이 동시에 일본을 찾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회장이 일본에 먼저 머무르고 있던 만큼 현지에서 주요 경영 현안을 보고받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일본에서 열린 회의가 정례적인 경영 점검인지, 특정 투자나 거래를 위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도 출장 목적과 일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요코하마 첨단 패키징 거점 가동…日 협력 확대
재계에서는 이번 출장과 삼성전자의 일본 반도체 사업 간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8일 일본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에 첨단 반도체 패키징 연구개발 거점인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을 열었다. 개소식에는 전 부회장을 비롯해 도쿄일렉트론과 이비덴 등 일본 주요 협력사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삼성전자는 2024년부터 5년간 APL에 400억엔(약 3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지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해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소재와 공정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검증한다.
특히 일본에는 도쿄일렉트론을 비롯한 반도체 장비업체와 이비덴 등 기판·소재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가 일본에 반도체 생산공장을 운영하지 않으면서도 요코하마에 대규모 연구 거점을 마련한 이유다.
이에 따라 이번 회동에서 APL 운영과 일본 협력사와의 기술 협력, AI 메모리와 패키징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논의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외 그룹 차원에서도 일본과 접점
삼성은 반도체뿐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도 일본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삼성의 싱크탱크인 삼성글로벌리서치는 올해 하반기 개소를 목표로 도쿄 사무소 설립을 추진해 왔다. 중국 베이징 사무소에 이은 두 번째 해외 연구 거점이다.
도쿄 사무소는 일본의 경제와 산업, 시장·소비자, 사회·정책 등을 연구해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의 중장기 전략 수립을 지원할 예정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일본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진 점을 반영한 행보다.

일본 게이오기주쿠대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이 회장도 현지 기업인들과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지난달에는 이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 일본 참의원 의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 반도체 산업을 비롯한 양국 간 협력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재건을 추진하며 해외 기업과 연구시설 유치에 대규모 지원을 제공하는 점도 삼성의 현지 협력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의 요코하마 APL도 일본 경제산업성의 지원을 받아 구축됐다.
한편, 삼성 관계자는 이번 경영진의 일본 출장과 관련해 "확인이 어렵다"고 밝혔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