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민의 톺아보기] 파리모터쇼, 중국 자동차사들의 '인 유럽, 포 유럽' 전략과 시사점

[정구민의 톺아보기] 파리모터쇼, 중국 자동차사들의 '인 유럽, 포 유럽' 전략과 시사점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한 현지 생산 및 자동차사 협력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2026 파리모터쇼에서는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한 중국 자동차사들의 대규모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 현지에서는 중국 내수 부진과 과잉 생산에 따른 밀어내기 수출이라는 분석과 함께 유럽 자동차사들의 어려움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른 유럽의 관세 전략 변화도 예상되는 상황이다.

12일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베르사유 전시장에서 2026 파리 모터쇼가 개막한 가운데 광장에 파리모터쇼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사진=송대성 기자]

지난 2024년 10월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최대 45.3%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중국 자동차사들의 전략이 급변하고 있다.

'인 유럽, 포 유럽(In Europe, for Europe)' 전략은 유럽의 관세 장벽을 우회하면서 현지 시장을 확대하기 위한 중국 자동차사들의 공통적인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2026 파리모터쇼에서 중국 자동차사들의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유럽 현지 생산을 통한 시장 확대, 유럽 자동차사와의 협력, 유럽 맞춤형 모델 개발이 주요 전략이다.

유럽 현지 생산을 통한 시장 확대

립모터 B03과 사오펑 G9L 발표. [사진=정구민 국민대 교수]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주목할 점은 립모터와 샤오펑 등의 유럽 현지 생산 전략이다.

립모터는 스페인 공장을 통한 유럽 현지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립모터는 유럽 현지 생산, 스텔란티스와의 협력, 유럽 맞춤형 모델 B03 생산 등 '인 유럽, 포 유럽' 전략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샤오펑도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새롭게 선보인 G9L의 오스트리아 현지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9월 중국에서 처음 공개한 G9L은 앞으로 오스트리아 마그나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직접 공장을 짓는 대신 현지 생산시설을 활용하는 사례다.

스페인에서 추진되는 미국 포드와 중국 지리자동차의 협력도 현지 생산과 자동차사 간 협력을 동시에 보여준다.

지난 7월 발표된 이 협력은 스페인 포드 공장의 지분을 포드 66%, 지리 34%로 재편한 뒤 2028년부터 차량 생산에 들어가는 내용이다.

지난 2025 독일모터쇼에서 BYD는 헝가리 등 유럽 공장을 활용한 관세 우회 및 현지화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BYD가 현지 생산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 수출 등을 통해 유럽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다른 중국 자동차사들에 참고 사례가 되고 있다.

유럽 자동차사와의 협력

시트로엥 2CV 콘셉트카와 벤츠 스마트-지리 협력 차량 전시[사진=정구민 교수, 이채언]

유럽 자동차사와의 협력을 통한 시장 확대 전략도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스텔란티스와 중국 립모터의 협력이 대표적이다. 파리모터쇼에서는 안토니오 필로사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와 주장밍 립모터 CEO가 나란히 등장하며 향후 협력 확대를 예고했다.

립모터는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을 통해 유럽 시장에서 소형 저가 전기차 판매를 늘리고 있다. 중국 생산 물량과 함께 스페인 등 스텔란티스 공장을 활용한 현지 생산도 병행하고 있다.

파리모터쇼에서 만난 한 프랑스 기자는 "스텔란티스가 약점인 전기차를 보강하기 위해 립모터와 협력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유럽 부품 생태계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번 파리모터쇼에서 시트로엥은 도시형 전기차 콘셉트카인 2CV를 선보이며 2028년 1만5000유로에 양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동안 스텔란티스는 립모터의 전기차 기술을 활용해 가격을 낮춰 왔으며, 2CV 양산 과정에서도 저가 생산을 위한 협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지에서는 이러한 협력이 유럽 부품 생태계뿐 아니라 현대차·기아 등 경쟁사에도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파리모터쇼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와 지리자동차의 합작 브랜드인 스마트가 디자인하고 지리가 생산하는 스마트 #2도 발표됐다.

이 밖에도 폭스바겐-샤오펑, 포드-지리, 르노-지리 등 자동차사 간 협력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 자동차사들은 전기차 기술 경쟁력을 갖춘 중국 기업과 협력해 가격을 낮추고 시장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협력이 장기적으로 유럽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칼이 되는 상황이다.

유럽 맞춤형 모델 개발

BYD 아토 8과 샤오펑 자율주행 기술 발표 [사진=정구민 국민대 교수]

이번 파리모터쇼에서는 립모터 B03, BYD 아토 8, BYD 돌핀 G DM-i, 샤오펑 L03 등 유럽 시장에 맞춰 개발한 다양한 모델이 전시됐다.

립모터 B03은 저가의 도심형 소형 전기차로,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기존 유럽 자동차사들의 소형 전기차 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BYD 아토 8은 7인승 전기차로, BYD의 고속 충전 시스템을 적용했다.

지난 7월 판매를 시작한 샤오펑 L03은 유럽 맞춤형 모델로, 샤오펑의 튜링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번 전시에서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을 강조한 샤오펑이 많은 관심을 받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G9L에 적용된 차량용 AI 프로세서와 시각·언어·행동 모델(VLA) 2.0 기반 자율주행 시스템, 차량용 AI 음성 비서 등 인공지능 기술에 관심이 집중됐다.

기존 유럽 자동차사들의 약점을 공략하면서 중국 자동차사들의 기술적 강점을 부각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인 유럽, 포 유럽' 전략과 우리나라의 정책적 시사점

2026 파리모터쇼 전시장에 마련된 샤오펑 부스. [사진=파리모터쇼 공동취재단]

중국 자동차사들의 '인 유럽, 포 유럽' 전략은 기존 자동차사들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자동차사뿐 아니라 독일 주요 자동차 3사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 자동차사들의 현지화 전략과 밀어내기 수출은 독일 자동차사들과 함께 우리나라 자동차사들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EU에서는 현재 중국산 PHEV에 대한 견제 방안을 검토하는 등 유럽 자동차사 보호와 중국 자동차사 견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위해서도 기업 지원과 시장 보호 등을 아우르는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정책이 시급하다.

정부의 지원 정책과 자동차 업계의 노력을 통해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생태계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정구민 교수는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사진=본인 제공]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네오엠텔 창업 멤버로 활동했으며, 이후 SK텔레콤에서 근무했다.

현대자동차 생산기술개발센터, LG전자 CTO부문,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네이버랩스 자문교수를 역임했다. 유비벨록스·휴맥스·현대오토에버 사외이사를 지내는 등 산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다.

현재 한국모빌리티학회 회장,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표준화협의체 운영위원장,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자문위원, 한국ITS학회 부회장, 한국자동차공학회 자율주행전장부문 이사, 대한전기학회 정보및제어부문회 이사, 서울대 AI연구원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HMG경영연구원·현대케피코·업스테이지·오토노머스에이투지·마음AI 자문교수도 맡고 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