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취임 6년] ①현대차, 자동차 회사 넘어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

[정의선 취임 6년] ①현대차, 자동차 회사 넘어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

취임사 속 미래사업 '로보틱스·수소연료전지'⋯피지컬 AI로 묶여
정의선 회장 '피지컬 AI의 개척자'로⋯자율주행·로봇 사업 박차
관세 변수에도 투자 확대⋯미국 260억달러·국내 125조 투자 등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6주년을 맞는다. 지난 6년 동안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판매 3위 완성차그룹으로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로봇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팩토리를 아우르는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의 경계를 넘어 자율주행, 로보틱스, AI 팩토리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 브라질공장 임직원들과 함께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6년 전 취임사서 언급한 미래…피지컬 AI로 묶여

정 회장이 2020년 10월 취임사에서 제시한 미래 구상은 올해 피지컬 AI라는 하나의 전략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당시 정회장은 고객과 인류, 미래를 그룹의 지향점으로 제시했다. 수소연료전지 등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을 강조하면서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 미래 모습을 더욱 빠르게 현실화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이후 미래 사업 역량을 단계적으로 확보했다. 2020년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을 출범시켰고, 2021년에는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인수해 로보틱스 사업을 본격화했다. 2022년에는 포티투닷(42dot)을 인수해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과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에 속도를 냈다.

정의선 회장(왼쪽 두번째)이 현대차 튀르키예공장 도장 모형 앞에서 임직원들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엔비디아와는 자율주행 및 피지컬 AI 인프라에서 협력하고 있다. 웨이모와는 자율주행, 구글 딥마인드와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지난 9월에는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를 열었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실제 제조 현장과 같은 환경에서 작업을 학습하고 검증하는 시설이다.

6년 전 키워드로 제시됐던 미래 사업들이 '피지컬 AI'라는 하나의 비전 아래 묶인 셈이다. 정 회장은 취임사에서 임직원들에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개척자'라는 마음가짐"을 당부했는데 그룹은 올해 정 회장의 행보를 '피지컬 AI 개척자'로 규정했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 3위…영업익 폭스바겐 처음 앞질러

피지컬 AI 전환을 뒷받침하는 기반은 자동차 사업에서 확보한 실적이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약 727만대를 팔아 글로벌 판매 3위를 기록했다. 2022년 이후 톱3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양사 합산 연간 매출액은 사상 처음 300조원을 넘었다.

합산 영업이익은 20조5460억원으로 폭스바겐그룹을 처음 앞지르며 도요타그룹과 양강 체제를 구축했다. 올해 2분기에는 합산 매출액 82조2523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의선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제네시스 'GV90 월드 프리미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수익 구조도 변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시작으로 전기차·하이브리드·EREV·수소전기차를 아우르는 전동화 포트폴리오를 갖췄다. 지난해 그룹 친환경차 판매는 약 176만대로, 누적 1000만대 달성을 앞두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하이브리드차 판매는 현대차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36만3000대, 기아가 47% 늘어난 31만6000대였다.

제네시스는 출범 7년 8개월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 100만대를 넘었고, 올해 1월 150만대를 돌파했다. 지난 3월에는 국내 누적 판매도 100만대를 넘었다. 미국에서는 2021년부터 5년 연속 연간 판매 최다 기록을 경신했고, 올해 상반기 판매도 3만9088대로 역대 상반기 최다였다.

브랜드 가치도 올랐다. 인터브랜드 평가에서 현대차의 지난해 브랜드 가치는 246억달러(30위)로 2019년(141억달러)보다 약 75% 늘었다. 2010년 이후 16년 연속 상승이다. 기아는 2019년 대비 33% 늘어난 85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관세 부담 속 투자 확대…미국에 260억달러·국내에 125조

다만 부담도 있었다. 정 회장이 6년 전 취임사에서 우려한 보호무역주의 심화는 미국 관세로 현실이 됐다. 취임사에서 그는 "미·중 간 무역분쟁과 같은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면서 교역 환경과 경제 전망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 관세 비용은 지난해 현대차 4조1000억원, 기아를 합하면 7조2000억원에 달했다.

정의선 회장(왼쪽 세번째 등) 현대제철 루이지애나 HPLS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공장 건설을 알리는 첫 삽을 뜨고 있다. [사진=현대차]

이에 그룹은 투자로 정면 돌파하고 있다. 미국에는 260억달러를 투입해 제철과 자동차, 로보틱스를 중심으로 현지 사업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총 58억달러 규모의 현대제철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PLS) 기공식을 열었다. 앨라배마·조지아 완성차 공장과 HMGMA에 HPLS까지 더해 미국 내에서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갖춘다는 구상이다.

또 올해부터 5년간 국내에 역대 최대인 125조2000억원을 투자해 AI, SDV, 로보틱스, 수소 등 미래 사업과 연구개발을 확대한다. 투자의 방향은 피지컬 AI의 기반인 데이터와 에너지, 로봇 생산·실증 역량을 한데 모으는 데 맞춰져 있다.

대표 사례가 새만금 AI 밸리다. 로봇·AI 산업 혁신과 수소 생태계 전환을 위해 전북 새만금 112만4000㎡(약 34만평) 부지에 9조원을 들여 로봇, AI, 수소 에너지, 태양광 발전, AI 수소 시티를 조성한다.

영남권은 레벨4 이상 자율주행 차량인 'AI DV(AI Defined Vehicle)' 전환과 AI 기반 제조 혁신, 항공·우주, 에너지 인프라를 아우르는 첨단산업 거점으로 키운다. 올해부터 10년간 42조원을 투입하는 계획이다.

수소 생태계 확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소 비즈니스 플랫폼 'HTWO'를 중심으로 수소 생산과 공급, 활용을 아우르는 사업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에는 국내 첫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충전 복합사업장인 'HTWO ENERGY 청주'를 준공하고 홍콩 수소 생태계 조성 협력에도 나섰다.

피지컬 AI, 이제 수익으로 증명할 때

정 회장의 취임 7년 차 과제는 피지컬 AI 비전을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하는 것이다. 자동차 제조 역량에 로봇과 AI를 결합하는 방향은 분명해졌지만 상당수 프로젝트는 아직 투자와 실증 단계에 있다.

아틀라스의 생산라인 투입 목표 시점은 2028년이고 새만금 투자도 2027년부터 본격화한다. 투자 규모보다 기술 내재화와 생산성 개선, 신규 매출 등 구체적인 성과를 얼마나 빠르게 만들어 내느냐가 중요하다.

노사관계도 변수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10년 만에 전면 파업에 나섰다. AI와 로봇 도입이 생산 현장과 고용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기술 투자와 함께 노사 간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그룹 양재사옥에서 열린 '로비 스토리 타운홀'에서 토크 세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급변하는 통상 환경에 대응하는 것도 과제다. 현대차그룹은 생산 거점의 현지화를 확대하는 동시에 특정 국가의 정책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공급망을 갖춰야 한다.

지난 6년 동안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체급을 글로벌 톱3로 끌어올렸다면 앞으로는 자동차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AI와 로봇 사업으로 확장해야 한다.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이라는 선언이 제조 혁신과 새로운 수익으로 이어질지가 정의선 체제의 다음 6년을 좌우할 전망이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