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취임 6년] ③쇳물부터 수소까지⋯미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 박차

[정의선 취임 6년] ③쇳물부터 수소까지⋯미래 친환경 에너지 사업 박차

美 전기로 제철소에 58억달러 투자⋯2029년 자동차강판 양산 목표
울산 수소연료전지 공장 2027년 준공⋯수소 생산·산업용 공급망 확대

[아이뉴스24 홍성효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6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이 취임 당시 제시한 친환경 에너지 구상은 자동차를 넘어 철강과 수소 생산, 산업용 연료전지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탄소배출을 줄인 자동차강판을 생산할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하고, 국내에서는 연간 3만기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공장과 폐기물을 활용한 수소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친환경차에 필요한 소재부터 에너지 생산·활용까지 그룹 안에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정 회장은 2020년 10월14일 취임사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자동차는 물론 다양한 분야에 활용해 인류의 미래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으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6년 전 제시했던 구상이 철강 생산방식 전환과 수소연료전지 생산, 수소 상용차 운행 등 구체적인 사업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HPLS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미국서 저탄소 쇳물부터 자동차까지

1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친환경 철강 전략의 중심에는 미국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가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9월 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도널슨빌에서 ‘현대제철-포스코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HPLS)’ 기공식을 열었다. 총 58억달러(약 8조원)를 투자해 올해 4분기 착공하고 2029년부터 자동차강판 등을 양산할 계획이다.

HPLS는 미국 최초의 전기로 기반 자동차강판 전문 제철소를 목표로 한다. 연간 생산능력은 자동차용 강판 180만톤과 일반용 강판 90만톤을 합쳐 총 270만톤이다. 열연·냉연·도금강판 등을 생산할 예정이다.

지분은 현대제철이 50%, 포스코가 20%, 현대차와 기아가 각각 15%를 보유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와 포스코가 함께 미국 현지 자동차강판 공급망을 구축하는 구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에서 4번째)이 HPLS 전기로 제철소 기공식 시삽 세리머니를 마친 후 제프 랜드리 루이지애나 주지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HPLS는 철광석을 석탄과 함께 고로에서 녹이는 기존 방식과 달리 직접환원철(DRI)과 철스크랩을 전기로에 투입해 쇳물을 생산한다. 고로 중심 공정과 비교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가동 초기부터 수소를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천연가스로 직접환원철을 생산하고, 향후 수소 공급망과 기술 여건이 갖춰지면 천연가스를 수소로 대체한다는 단계적인 구상이다.

따라서 HPLS는 현재로서는 '수소제철소'보다 '탄소저감 전기로 제철소'에 가깝다. 현대제철은 장기적으로 2050년까지 석탄 기반 제철 공정을 수소 기반으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고로 쇳물과 전기로 쇳물을 혼합해 기존 제품보다 탄소배출량을 최대 20% 줄인 자동차강판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현대제철 판교 사옥. [사진=현대제철]

미국 현지 제철소는 환경 대응과 공급망 현지화라는 두 가지 역할을 맡는다. 생산된 강판은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 조지아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등에 공급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미국 안에서 쇳물 생산부터 완성차 조립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갖추면서 관세와 물류비용, 공급망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된다.

내연기관 공장 자리에 연료전지 생산거점

수소 분야에서는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이 핵심 생산거점으로 꼽힌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울산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 신공장 기공식을 열고 9300억원 규모의 투자에 착수했다. 신공장은 2027년 준공을 목표로 하며 연면적 9만5374㎡ 규모로 건설된다.

현대차 울산공장 전경. [사진=현대차]

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3만기 규모의 수소연료전지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연료전지와 함께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고분자전해질막(PEM) 수전해기도 생산한다.

공장 부지가 과거 내연기관 변속기 생산시설이 있던 곳이라는 점도 주목된다. 기존 내연기관 부품 생산거점이 수소 관련 핵심 설비를 생산하는 시설로 전환되는 것이다.

현대차는 신공장에서 생산할 차세대 수소연료전지를 승용차와 상용차의 특성에 맞춰 구분해 개발하고 있다. 수소 승용차뿐 아니라 트럭과 버스, 건설장비, 선박, 농기계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실제 상용차 분야에서는 운행 실적이 축적되고 있다. 현대차의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은 올해 1월 유럽 누적 주행거리 2000만km를 돌파했다. 2020년 스위스에서 운행을 시작한 이후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 유럽 5개국에서 총 165대가 운행되고 있다.

북미에서도 수소전기트럭 63대가 항만 물류와 완성차 운송 등에 투입돼 있다. 현대차는 이 과정에서 확보한 수소 소비량과 연료전지 성능 데이터를 차세대 시스템 개발에 활용할 방침이다.

승용 수소차 시장에서는 '디 올 뉴 넥쏘'를 중심으로 해외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올해 4월 일본에 출시한 신형 넥쏘는 8월까지 현지 승용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약 1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다만 실제 등록 대수는 20대로, 수소 승용차 시장 자체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수소 생산부터 선박·산업설비까지⋯에너지 사업 영역 확장

현대차그룹의 수소 전략은 연료전지와 차량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수소를 직접 생산하고 저장·운송해 산업 현장과 모빌리티에 공급하는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 충북 청주에 준공한 'HTWO ENERGY 청주'가 대표적이다. 하수 슬러지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하루 약 500㎏의 수소를 생산하고 차량에 충전하는 복합시설이다. 넥쏘 약 1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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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순환형 수소 생산·충전 복합시설인 ‘HTWO ENERGY 청주’. [사진=현대차그룹]

그룹은 청주 시설의 하루 평균 생산량을 2030년까지 2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지역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고, 생산된 수소를 지역 내에서 활용하는 자원순환형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수전해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는 광주 1MW급 컨테이너형 실증시설을 통해 하루 300㎏ 이상의 고순도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으며, 5MW급 플랜트형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연료전지의 활용처는 선박과 항만 물류로 확대되고 있다. 현대차는 HD한국조선해양, 부산대학교와 선박용 수소연료전지 개발·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울산항에서는 현대글로비스 등과 수소전기 트랙터를 운행하며 디젤 화물차를 대체하는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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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 트랙터. [사진=현대차]

완성차 생산공정의 에너지원도 수소로 바꾼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울산공장 도장 공정을 시작으로 국내 생산시설의 액화천연가스(LNG) 버너 약 5000개를 장기적으로 수소 버너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현대차그룹의 수소 브랜드이자 사업 플랫폼인 'HTWO'를 중심으로 연결된다. 수소 생산과 저장·운송, 연료전지, 모빌리티, 산업용 설비까지 하나의 가치사슬로 묶는 것이 목표다.

다만 수소사업이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까지는 생산비용과 충전 인프라, 안정적인 수요 확보 등의 과제가 남아 있다. 미국 전기로 제철소의 수소 전환 역시 수소 공급가격과 기술 여건에 따라 시점이 달라질 수 있다.

정 회장이 6년 전 제시한 친환경 에너지 구상은 자동차를 넘어 철강과 수소 생산·활용 분야로 외연을 넓혔다. 앞으로 HPLS와 울산 수소연료전지 신공장이 계획대로 가동되고 각 사업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정의선 체제 친환경 전략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홍성효 기자(shhong082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