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의회의 힘은 목소리의 크기가 아니라 시민의 삶을 얼마나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
제10대 대구시의회가 출범 100일을 막 지났다. 지난 7월 6일 출범한 대구시의회는 임인환 의장을 중심으로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고 의정활동의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의 과제는 더욱 무겁다. 대구경북행정통합과 TK신공항 건설, 민생경제 회복 등 지역의 미래가 걸린 현안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0일이 의회 운영의 기틀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집행부에 대한 실질적인 견제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성과를 보여줘야 할 시점이다.
◆ 합의추대로 출발한 의회…100일간 73건 안건 처리
제10대 대구시의회의 출발은 원구성부터 달랐다.
임인환 의장을 비롯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등 확대의장단을 합의추대 방식으로 선출하면서 소모적인 자리 경쟁을 줄이고 의원 간 협력에 무게를 뒀다.
의회 내부의 안정은 의정활동의 출발점이 됐다.
대구시의회에 따르면 출범 이후 3차례 회기를 열어 모두 73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조례·규칙안 23건, 예산·결산안 5건, 동의·승인안 18건, 건의·결의안 4건, 기타 23건이다.
이 가운데 의원발의 조례·규칙은 13건으로, 조례 12건과 규칙 1건이다.
시정질문 12건과 5분 자유발언 20건도 진행하며 지역 현안과 시민 생활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일부 의원들은 주말에도 의회에 출근해 소관 업무를 파악하고 안건 심사를 준비하는 등 의정활동에 집중했다는 것이 의회 측 설명이다.
다만 처리 안건의 숫자가 곧바로 의정활동의 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조례가 시민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시정질문을 통해 제기된 문제가 실제 정책 개선으로 이어졌는지가 향후 평가의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인사청문회·특위 가동…집행부 견제의 실효성 관건
대구시의회는 지난 9월 대구도시개발공사 사장과 대구교통공사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각각 실시했다.
주요 공공기관장의 전문성과 업무수행 능력을 검증하고 집행부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절차였다.
지역 핵심 현안에 대응하기 위한 3개 특별위원회도 구성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위원회, 악취 개선 대책 특별위원회, 대구경북신공항 건설 특별위원회가 그것이다.
이와 함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 반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정부 재정지원 촉구, 에너지자원공사 대구 유치, 미래대응기금 재검토 촉구 등 4건의 성명·건의 활동을 펼쳤다.
특히 신공항 건설과 미래대응기금 등 대규모 재정이 수반되는 현안은 대구의 장기적인 재정 건전성과도 직결된다.
의회가 집행부의 정책을 단순히 뒷받침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사업의 타당성과 재원 조달 방안, 시민 부담까지 면밀히 따져야 하는 이유다.
인사청문회와 특별위원회 역시 구성 자체보다 이후 어떤 문제를 밝혀내고 개선책을 도출하느냐가 중요하다.

◆해외연수 대신 국내 정책현장…연구 중심 의회 시동
대구시의회는 민생경제 상황을 고려해 해외연수 대신 부산과 경남, 세종 등 국내 주요 지역을 방문하는 정책연수를 실시했다.
상임위원회별로 우수 정책과 행정사례를 살펴보고 지역에 적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의원들의 정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활동도 확대하고 있다.
현재 6개 의원연구단체를 구성했으며, 오는 16일에는 정책연구위원회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이러한 활동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연구 결과가 조례 제정과 예산 심사, 정책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단순한 현장 방문이나 연구보고서 발간을 넘어 대구의 현실에 맞는 정책을 얼마나 발굴하는지가 관건이다.

◆TK행정통합·신공항…임인환 의장 리더십 본격 시험
임인환 의장이 취임 이후 강조해 온 또 하나의 과제는 대구와 경북의 공동 대응이다.
지난 6일 열린 대구·경북 시도지사와 시도의회 의장 간 4자 회담은 이러한 협력 기조를 보여준 사례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구경북행정통합과 TK신공항 건설, 2차 공공기관 이전, 미래대응기금 등 주요 현안을 논의하고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현안에 대해 시도와 양 의회가 협력하겠다는 뜻을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공동 합의가 곧 사업의 진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행정통합은 권한과 재정 배분, 주민 의견 수렴이라는 과제가 남아 있고, TK신공항 역시 재원 마련과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
대구시의회가 경북도의회와 협력하면서도 대구시민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대변할 수 있을지가 임 의장 리더십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잘못된 부분은 분명하게 지적”…다음 100일은 성과로 평가
임인환 의장은 지난 100일에 대해 의원 간 소통과 협력을 통해 안정적인 의회 운영의 기반을 마련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임 의장은 “제10대 대구시의회는 소모적인 경쟁보다는 의원 모두가 뜻을 모아 안정적인 의회를 만들고 시민을 위한 의정활동에 힘을 모으자는 데 의미를 두고 출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의회 내부에서는 의원 간 소통과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집행부에 대해서는 시민의 입장에서 꼼꼼하게 살피고 잘못된 부분은 분명하게 지적하는 등 의회 본연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공동 현안에 대해서도 협력 의지를 분명히 했다.
임 의장은 “대구경북행정통합과 TK신공항 건설 등 대구·경북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만큼 지역 간 협력과 공동 대응이 중요하다”며 “경북도의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시도와 함께 힘을 모아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제 대구시의회는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안 심사라는 본격적인 시험대를 앞두고 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