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서울 아파트 전·월세와 분양가격이 동시에 오르면서 20·30세대의 주거 선택지가 좁아지고 있다. 임차비용 상승 속에 생애 첫 집을 사는 젊은층이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서울 비강남권과 경기·인천까지 집값이 오르면서 매수 부담도 커지고 있다. 내 집 마련에 나서더라도 높은 매입가격과 대출 상환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과 월세가격은 각각 6.7%, 6.1% 상승했다. 전셋값이 오르는 동안 월세도 비슷한 폭으로 뛰면서 임차 형태와 관계없이 주거비 지출이 늘어나는 양상이다. 같은 기간 경기에서는 전세와 월세가 각각 4.5%, 4.0% 올랐고 인천도 2.9%, 2.8% 상승해 수도권 전역에서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낮았던 지역에서도 임차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서울 노원구는 전세와 월세가 각각 10.3%, 10.2% 올라 모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경기에서는 화성 동탄구의 월세 상승률이 9.8%에 달했고 수원 영통구(7.7%), 용인 기흥구(7.3%) 등 직주근접 지역에서도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9월 기준 서울 전용면적 59㎡ 평균 분양가는 15억9343만원으로 1년 전보다 31.5% 상승했다. 전용 84㎡도 22.9% 오른 20억63만원을 기록했다. 청약홈 자료를 토대로 산출한 최근 12개월 이동평균 가격으로, 1년 전 84㎡ 평균 분양가가 현재 59㎡ 평균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일 만큼 가격 부담이 높아진 셈이다.
전월세와 신규 아파트 분양가격이 모두 오르면서 기존 주택 매입으로 눈을 돌리는 젊은층도 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올해 1~8월 서울의 20·30세대 생애최초 집합건물 매수자는 3만759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9% 급증했다. 집합건물에는 아파트뿐 아니라 연립·다세대주택과 오피스텔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강남권보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지역으로 향했다. 노원구의 20·30세대 생애최초 매수자가 3051명으로 가장 많았고 강서구와 강동구가 각각 2764명, 성북구는 2266명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노원구는 전세·월세가격이 모두 10% 넘게 오른 동시에 젊은층의 첫 주택 매입도 가장 많았던 지역이다.
그러나 기존 주택 매입 역시 가격 상승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젊은층이 상대적으로 많이 찾는 비강남권에서도 아파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와 비교해 올해 9월 말 서울 아파트 ㎡당 평균 매매가격은 강동구가 24.8%, 동대문구가 24.6%, 성북구가 21.9% 상승했다. 강서구(21.0%)와 관악구(19.4%)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전월세와 신규 분양에 이어 기존 주택가격까지 오르면서 젊은층의 내 집 마련 문턱이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실제 거래에서도 이 같은 변화가 확인된다. 성북구 길음동 '래미안길음센터피스' 전용 84㎡는 올해 1월 17억2000만원에 거래됐지만 7월에는 20억원에 손바뀜했다. 동대문구 전농동 '청량리역롯데캐슬 SKY-L65' 같은 면적도 1월 18억6000만원에서 7월 21억4000만원으로 2억8000만원 올랐다.
서울 아파트 전반의 가격 수준도 높아졌다. 지난 9월 말 기준 ㎡당 평균 매매가격은 1956만9000원으로, 이를 전용 59㎡에 단순 적용하면 약 11억5500만원에 달한다. 실제 해당 면적의 평균 거래가격이 아닌 면적당 평균가격의 산술 환산치지만 중소형 주택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자금 부담을 가늠할 수 있는 수치다.
최근에는 집값 상승세가 서울을 넘어 경기·인천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10월 첫째 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서울 0.12%, 경기 0.18%, 인천 0.02% 상승했다. 전세가격도 각각 0.16%, 0.14%, 0.15% 올라 서울 밖으로 주거지를 넓히더라도 매매와 임차 부담이 함께 커지고 있다.

특히 젊은층의 매수세가 비강남권에 집중되는 현상은 해당 지역의 집값을 추가로 끌어올려 내 집 마련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와 월세가 함께 오르면서 내 집 마련에 나서는 20·30세대가 늘고 있지만 분양가와 기존 주택가격까지 상승해 집을 사더라도 주거비 부담을 줄이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임대차시장 불안이 이어지고 서울 외곽까지 집값 상승세가 확산하면 젊은층은 높은 주거비와 대출 상환 부담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만큼 내 집 마련 문턱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층의 생애 최초 매수가 외곽 지역에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았던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