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양파링에 너구리의 매콤한 해산물 맛을 입히고, 꼬깔콘에는 쌈장삼겹살의 풍미를 더했다. 식품업계가 소비자에게 익숙한 장수 제품을 색다른 맛과 식감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를 활용해 신제품 출시 부담을 낮추면서도 소비자에게 새로운 구매 경험을 제공하려는 전략이다.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라면 '너구리'와 과자 '양파링'을 결합한 '너구링'을 선보였다. 양파링 특유의 고소하고 짭짤한 맛에 너구리의 매콤한 해산물 풍미를 더한 제품이다.
서로 다른 인기 제품을 결합해 두 브랜드의 특징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소비자에게 익숙한 제품끼리 만난 만큼 별도의 설명 없이도 맛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롯데웰푸드도 과자에 예상하지 못한 맛을 더해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7월 말 선보인 '꼬깔콘 쌈장삼겹살맛'은 바삭한 옥수수 과자에 쌈장과 삼겹살의 풍미를 더한 제품이다.
고깃집에서 먹던 맛을 과자로 옮긴 것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상추에 과자를 싸 먹거나 삼겹살과 곁들이는 등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도 공유됐다.
반응도 빨랐다. 당초 3개월 판매를 예상하고 준비한 물량이 한 달여 만에 모두 소진됐다. 지난 9월 초 기준 납품물량은 약 21만봉에 달했다. 익숙한 꼬깔콘에 의외의 맛을 더한 시도가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오리온도 초콜릿바에 새로운 식감을 더해 성과를 거뒀다. 지난 1월 선보인 '핫브레이크 쫀득쿠키바'는 기존 핫브레이크에 쫀득한 마시멜로와 바삭한 쿠키를 접목한 제품이다.
유행하는 두바이 쫀득쿠키를 연상시키는 식감으로 '핫쫀쿠'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과자뿐 아니라 라면 시장에서도 기존 브랜드의 변신이 이어지고 있다.
농심은 올해 1월 기존 소고기 육수 대신 닭 육수를 활용한 '신라면 골드'를 선보였다. 진한 닭고기 풍미에 신라면 특유의 매운맛을 더한 제품으로, 판매 한 달 만에 1000만봉이 팔렸다. 올해 상반기 서울 대형마트의 농심 라면 판매 순위에서도 4위에 올랐다.
오뚜기가 지난 5월 선보인 '로열라면'은 열라면 특유의 매운맛에 치즈와 크림을 더한 로제 볶음면이다. 열라면을 우유에 끓이고 치즈를 넣어 먹는 조리법을 제품에 반영했다. 기존의 얼큰한 국물라면과 달리 부드럽고 진한 맛을 강조하면서 한 달여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개를 넘어섰다.
지역 향토음식을 재해석한 제품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오뚜기가 지난 3월 선보인 '진밀면'은 부산 밀면 특유의 쫄깃한 면발에 매콤달콤한 양념과 시원한 육수의 감칠맛을 더한 제품이다. 기존 비빔면과 차별화된 맛을 앞세워 판매 54일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개를 돌파했다.


식품업계가 기존 인기제품에 새로운 맛을 입히는 배경에는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취향에 대응하면서도 신제품 개발에 따른 부담을 줄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새로운 브랜드는 인지도를 쌓는 데 상당한 시간과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다. 반면 장수 브랜드는 이미 확보한 소비층과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 익숙한 이름과 형태를 유지하면서 맛이나 식감만 바꿔도 소비자에게 새로운 구매 이유를 줄 수 있다.
제품의 수명을 늘릴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오랫동안 판매된 제품은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한 반면 신선함을 주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새로운 맛과 식감을 더하면 기존 소비자의 관심을 환기하는 동시에 새로운 소비층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 특히 기존 제품의 형태와 특징은 유지하면서 맛에 변화를 주는 방식은 브랜드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제품군을 넓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이색적인 조합이 화제가 되더라도 실제 맛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일회성 구매에 그칠 수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익숙한 제품에 색다른 맛을 더하면 기존 소비자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주고 젊은 소비자의 관심도 끌 수 있다"며 "호기심에 따른 한 번의 구매를 넘어 반복 구매로 이어지려면 화제성만큼 맛의 완성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