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결혼식은 화려하지 않았다. 대형 예식장도, 수많은 하객도 없었다. 대신 먼 나라에서 찾아온 부모님의 축하 편지와 두 사람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따뜻한 마음이 자리를 채웠다.
지난 9월 5일 경북 예천 금당실마을에서 열린 한·일 국제부부의 작은 결혼식 이야기다.

예천에서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A 씨는 일본인 배우자 B 씨와 이날 경상북도의 ‘작지만 특별한 결혼식’ 지원사업을 통해 백년가약을 맺었다.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 속에서 살아온 두 사람은 국경을 넘어 부부의 인연을 맺었지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은 여느 예비부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예식장 대관비부터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예물까지 결혼을 위해 준비해야 할 비용은 적지 않은 부담이었다.
두 사람은 화려한 예식보다 자신들의 형편에 맞으면서도 오래 기억할 수 있는 결혼식을 원했다.
그러던 중 경북도의 작은 결혼식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전통마을에서 가족과 지인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은 두 사람에게 특별한 선택지가 됐다.
A 씨는 “저희 부부가 둘 다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라 일반적인 예식처럼 격식에 얽매이기보다 마을 축제처럼 자연스럽고 즐겁게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보기 드문 전통 혼례라는 점도 흥미로워 저희에게 큰 힘이 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혼식 당일 가장 뭉클했던 순간은 일본에서 온 신부 부모님의 축하 인사였다.
긴 여정을 거쳐 예천 금당실마을에 도착한 B 씨의 부모님은 딸의 손을 꼭 붙잡았다.
아버지는 직접 준비한 축하 글을 하객들 앞에서 읽어 내려갔다.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딸을 향한 부모의 마음이 전해지는 순간이었다.
B 씨도 먼 길을 찾아와 준 부모님께 감사의 글을 낭독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언어와 국적은 달랐지만 가족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만큼은 다르지 않았다.
이날 결혼식은 두 사람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는 자리이자 한국과 일본의 두 가족이 하나의 인연으로 이어지는 시간이 됐다.
부부는 작은 결혼식 지원사업을 통해 결혼 준비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었다고 밝혔다.
A 씨는 “이번 지원이 저희 부부가 예천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도가 추진하는 ‘작지만 특별한 결혼식’은 예비 신혼부부들이 과도한 예식 비용 부담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의미 있는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원 대상은 민간 예식장이 아닌 다양한 장소에서 양가 하객 합산 100명 이하로 결혼식을 진행하는 예비 신혼부부 또는 신혼부부다.
신청자는 결혼식일 기준 만 19세 이상 39세 이하여야 하며, 부부 중 1명 이상이 주민등록상 경북에 6개월 이상 연속 거주해야 한다.
예식 장소 대여와 공간 꾸밈, 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등 결혼 준비에 필요한 비용을 실제 지출 내역에 따라 최대 300만원까지 지원한다.
이번 예천 사례는 작은 결혼식이 비용 절감을 넘어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하고 결혼 당사자의 개성을 살리는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금당실마을과 같은 전통적인 공간을 예식 장소로 활용하면서 획일적인 결혼식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색을 담은 결혼문화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경북도는 이 같은 지원사업을 통해 청년들의 결혼 부담을 낮추고 결혼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 결혼 비용 절감 수준과 지원사업 이용 실적, 신혼부부 만족도 등을 지속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상수 경상북도 지방정부전략국장은 “작은 결혼식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라 인생의 소중한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의미 있는 문화”라고 말했다.
이어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부담 없는 결혼문화와 행복한 출산, 즐거운 육아, 일과 가정을 병행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북도는 앞으로도 예비부부들이 경제적 부담을 줄이면서 자신들의 가치관과 형편에 맞는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지원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예천 금당실마을에서 시작된 한·일 부부의 새로운 삶은 작은 결혼식이 반드시 소박한 의미에 머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결혼식의 규모는 작았지만, 두 사람과 가족들이 함께 나눈 축복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았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