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두 편이면 1만m 상공서도 '온라인'…스타링크가 바꾼 14시간 [써보니]

광고 두 편이면 1만m 상공서도 '온라인'…스타링크가 바꾼 14시간 [써보니]

스타링크 와이파이, 광고 두편 보면 앱·가입·결제 없이 무료 접속
유튜브·사진 전송도 막힘없이…통화·스트리밍 제한 등
중국·인도 등 일부 국가 상공에서는 작동 불가하기도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스타링크 와이파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전자기기는 무음 또는 진동으로 바꿔주시고 비행 중 와이파이를 이용한 영상통화나 전화통화는 할 수 없습니다."

3일(현지시간) 오전 11시 45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국제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OZ221편. 이륙 후 기내에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비행기 안에서도 무료로 와이파이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다만 중국·인도·파키스탄 등 일부 국가 상공에서는 와이파이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안내도 덧붙었다.

3일(현지시간) 오전 11시 45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국제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OZ221편에 제공된 스타링크 무료 와이파이 관련 안내문. [사진=최란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15일부터 미주·유럽·동남아 등 중장거리 노선 일부 항공편에서 스타링크 기반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서비스 개시일 기준 아시아나항공은 개조를 마친 A350-900 9대와 A330-300 1대에 스타링크를 적용했다. 대한항공은 A350-900 3대와 B777-300ER 1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날 탑승한 기체는 스타링크 개조를 마친 A350-900(HL8359)이었다. 기내에서 만난 승무원은 "기종마다 서비스 시작 시점이 다른데 이 항공기는 변경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안내 방송이 끝난 뒤 좌석 앞 주머니에 꽂힌 이용 안내문을 꺼냈다. 설명에 따라 휴대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바꾸고 와이파이를 켜자 '와이파이 플라이아시아나 닷컴(wifi.flyasiana.com)'이라는 네트워크가 나타났다.

이를 누르자 곧장 연결 화면으로 이어졌고 '지상만큼 빠른 초고속 스타링크 와이파이를 무료로 경험하세요'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현대카드가 후원하는 아시아나항공 와이파이라고 적힌 안내 화면에서 연결 버튼을 누르자 '가장 높은 곳에서 만나는 가장 빠른 연결, 스타링크' 등의 표어가 떠올랐다.

3일(현지시간) 오전 11시 45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국제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OZ221편에서 스타링크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최란 기자]

이후 이용 수칙이 안내됐다. 이어폰 착용 필수, 음성 및 영상 통화 금지, 기내 무단 촬영 및 실시간 스트리밍 금지, 일부 웹사이트 접속 제한 등이다.

수칙에 동의하자 '광고가 끝나면 와이파이에 연결됩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광고가 재생됐다. 현대카드의 36초짜리 대한항공 카드 광고와 31초짜리 괌 관광청 광고였다. 두 편을 모두 보고 나니 인터넷이 연결됐다. 별도의 앱 설치나 회원가입, 결제는 필요 없었다. 노트북 연결도 같은 절차로 진행됐다.

기존에 아시아나항공 기내 와이파이를 이용하려면 1시간 11.95달러, 3시간 16.95달러, 무제한 21.95달러를 내야 했으나 이제는 광고 두 편이면 충분하다.

기존 아시아나항공 와이파이 요금제 이미지. [사진=최란 기자]

속도는 비행기 안이라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였다. 실시간으로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 쇼츠 등 짧은 영상을 시청해도 끊김 없이 재생됐다.

카카오톡 메시지는 물론 사진을 주고받는 것도 지상과 큰 차이 없이 빨랐다. 고도 1만m 위에서도 가족 친구들과 실시간으로 연락할 수 있는 것이다.

불과 사흘 전 경험과는 완전히 달랐다. 지난달 30일 인천에서 뉴욕으로 향한 OZ222편에서는 아직 스타링크를 이용할 수 없었다.

와이파이가 없으니 자다가, 기내식을 먹다가, 영화를 보다가를 반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장단점은 분명했다. 와이파이가 없던 가는 길은 다소 지루했지만 적어도 업무에서는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3일(현지시간) 오전 11시 45분 미국 뉴욕 존 F. 케네디국제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OZ221편에서 스타링크 무료 와이파이를 사용하는 모습. [사진=최란 기자]

스타링크가 연결된 귀국편에서는 달랐다. 습관처럼 메신저 알림을 확인했고 처리할 수 있는 업무는 미리 끝내게 됐다. 지상에서 하던 행동이 그대로 기내까지 이어졌다.

함께 서비스를 이용한 동료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비행기 안은 업무와 연락에서 벗어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었는데 그마저 사라져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다. 반대로 기내에서 일을 미리 처리하면 귀가한 뒤 온전히 쉴 수 있어 좋다는 반응도 나왔다.

통신 속도만 놓고 보면 스타링크는 장거리 비행의 불편을 크게 줄였다. 별도의 가입이나 결제 없이 광고 두 편만 보면 됐고 영상 시청과 사진 전송도 원활했다. 유료 서비스 이용을 망설였던 승객에게 무료화는 체감하기 쉬운 변화다.

다만 편리한 연결은 새로운 선택도 요구했다. 인터넷을 쓸 수 없어서 자연스럽게 쉬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스스로 알림을 끄고 화면을 덮어야 비로소 단절할 수 있다.

스타링크가 들어온 기내는 더 이상 지상과 분리된 공간이 아니었다. 14시간의 장거리 비행은 편리해졌지만, 하늘 위에서 누리던 '강제 로그아웃'도 함께 사라지고 있었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