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밀리터리 콘텐츠 ‘신병4’, 왜 힘든 드라마제작업계의 모범사례일까?

[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밀리터리 콘텐츠 ‘신병4’, 왜 힘든 드라마제작업계의 모범사례일까?

[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티빙 OTT 독점 시리즈이자 ENA 월화드라마 ‘신병4 : 사보타주’가 지난 29일로 종영했다.

동명의 인기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한 ‘신병4’는 “드라마는 2030여성이 주 타깃이라 구독자가 군대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불안한 예상에도 불구하고 티빙 6주 연속 1위에 올랐다.

티빙은 “‘신병’ 시리즈의 성과는 잘 만든 프랜차이즈 IP가 플랫폼 전반의 활력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신병4 : 사보타주’의 인기는 이전 시즌 콘텐츠까지 불러들이며 강력한 ‘락인’(Lock-in) 효과를 구축했다.

군대 드라마 '신병4: 사보타주' 포스터 [사진=ENA]

‘신병4 : 사보타주’는 밀리터리 콘텐츠다. 군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라서 무조건 잘되는 건 아니다. 남성들의 마이너한 세계에만 빠져들다 보면 여성 시청자들로부터는 외면받는다.

필자는 ‘신병 시리즈’의 성공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점은 탑스타 한 명 없이도 시청자의 호평을 받고 대중성을 얻었다는 점이다. 게다가 캐릭터를 빌드업하기 좋고 팀워크가 좋아 빨리 찍을 수 있는 ‘시리즈물’이라 수익 창출에 유리하다.

한국 드라마의 제작비가 상승하면서 웬만큼 성공해서는 리쿱 비율(콘텐츠 제작비 대비 수익 회수 비율)을 맞추지 못해, 드라마 선순환 구조가 붕괴되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병’ 시리즈는 이런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좋은 방법의 하나로 제시될 수 있다.

‘신병4’를 좀 더 세부적으로 보면, 하이퍼 리얼리즘 밀리터리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취재를 철저히 해서 사실성과 공감대를 높였고, 코미디를 적절히 가미해 말랑말랑하게 만들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시즌4는 조백호 중대장(오대환)과 변혁진 대대장(이현균)의 활약상과 분량이 월등히 많다. 예컨대, 중대장의 마지막 진급 케이스를 다루기도 했다. 최종회에서도 권상국 대령(이학선)이 박춘규 소장 때문에 별을 못 달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런 것들은 군대도 회사나 여느 조직처럼 사회생활이고, 조직생활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게 했다.

전임 대대장 남중범(조승연)은 국민배우 전세계(김동준)의 엄마가 아픈 사실을 사적으로 이용해, 댓가를 챙긴 상사다. 새로 부임한 변혁진 대대장은 ‘선진병영’을 앞세워 신화부대에 거센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온 초특급 엘리트 지휘관. 그가 “병사들이 우리의 주적은 간부라는 우스갯 소리가 돌지 않습니까? 병사들의 사기는 믿음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믿음이 깨지면 전투력은 무너지는 겁니다”라고 말할 때, 솔직히 울컥했다.

남중범은 변혁진 대대장에게 “(마지막 승진 심사를 앞둔) 조백호 대위가 조직에 남는 게 해가 될지, 독이 될지를 판단하라”고 했지만, 변 대대장은 조 대위를 승진시켜 신하부대원들과 함께 할 수 있게 하는데 기여했다. 물론 마지막에는 신하부대가 해체되어야 하는 운명에 처하지만. 민진기 감독과 윤기영 작가에게 ‘신병4’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물어봤다.

신병훈련소에서 전방십자 인대 파열로 퇴소조치된 김현욱 이병은 치료후 재입대하면서 훈련소 동기 박민석의 내무반으로 오게됐다. 박민석의 계급은 상병. 박 상병은 ‘동기’인 김 이병의 적응을 도와주려 하지만, 아버지가 사단장인 ‘군수저’ 박민석에 대한 김현욱의 오해가 있었던 것. 이를 ‘신병4’는 11화 엉킨 빨래편에서 병영일기(소중한 나의 병영일기-소나기)로 풀어냈다. 현욱은 “최고의 내 동기를 ‘현욱’으로 생각한다”는 박민석의 일기 내용를 보며 눈물을 흘리며 그간 오해했던 자신을 반성한다.

물론 초기 빌런을 담당한 김현욱이 11화에서 개과천선해버려 긴장감이 약간 떨어지긴 했다. 대대장과 중대장의 역할이 크게 늘어나고, 박민석의 동기인 김현욱의 캐릭터성이 약화되면서 주인공인 박민석 상병의 분량과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은 다음 시즌에 참고로 삼아야 할 것 같다.

'신병4: 사보타주'의 윤기영 작가(왼쪽)와 민진기 감독 [사진=ENA]

이런 상황에 대해 민진기 감독은 “김현욱이 퇴소되고, 박민석 부대로 돌아가는 것은 무리가 없다. 작위적 설정이 되지 않고 공감 가게 하려고 훈련소 설정을 길게 깔았다. 사단장의 아들이라 해서 부러운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면서 “시즌4에는 이걸 한번 건드려보자. 그렇게 하지 않으면 폐급 이미지가 강한 박민석 캐릭터가 성장을 못한다. 박민석에게 집중해려고 김현욱과 라포를 형성시켰다”고 설명했다. 박민석은 조백호 중대장에게 “사단장 아들한테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 건 처음입니다”라고 말한다.

윤기영 작가는 “시청자를 설득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진짜같이 해야 한다. 설정은 강하게 하지만 감정선은 자연스럽게 이어간다”면서 “성윤모도 시즌3에서 복귀될 때 갱생될까 하는 점이 있었다. 용서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접근했다. 지금은 중대행정반에서 알콩달콩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전 시즌들에서 '폐급 빌런'이던 성윤모(김현규)는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영창을 가게 되고 아직 제대로 용서를 받지못한 상태에서 시간이 흘러 이제는 상병이 되어 선임인 노희정(조진세) 상병과 중대행정반에서 '톰과 제리' 콤비로 근무하고 있다.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는지, 군 조직에 적응하려고 애쓰고 있다.

발음이 좋지 않아 방송을 해야 하는 행정반 업무에는 적합하지 않아도 이제 적응이 많이 됐다. "몸이 편하면 정신이 썩어간다"고 하면서도 행정병 1, 2원칙이 뭐냐"는 노희정의 질문에는 "1원칙, 항상 남들 앞에선 힘들어 보여야 된다. 2원칙, 제 1원칙을 잊지 마라"라고 말한다.

주인공인 박민석 상병의 분량이 줄어들었다는 기자의 말에 대해 민진기 감독은 “박민석 역의 배우 김민호는 처음에도 신인이 아니었고 본캐로는 시즌4에서 잭 블랙 같은 존재다(소소한 조연으로 나오다가 점차 캐릭터성을 인정받아 주연급으로 발전하며 결국 코미디 영화의 흥행보증수표가 된 미국 배우)”면서 “박민석은 역할이 적어도 다른 배우와의 어레인지(준비, 조율, 정리)를 잘한다. 맏형에 가깝고. 경력도 길다”고 말했다.

민진기 감독은 ‘신병4’의 차별화와 주안점에 대해 “시즌3까지 오다 보니까, 최일구가 하사쪽, 간부쪽은 대대장, 그리고 중대장은 진급 관련 에피소드를 담았다. ‘신병4’가 군생활이지만 회사, 구조, 조직생활 감정을 담으려고 했다. 4회차(OTT용)가 늘다보니 더 많은 에피소드가 필요했다. 보병부대가 특전사를 전멸시키는 에피소드를 지닌 '해병대와 호국훈련을 받는 이야기'나 '윤천리 참교육 작전', 갑자기 신화부대에 재물조사를 하러 온 김하나 소령(공민정)과 한가인, 곽튜브, 정이랑도 적절히 배치해 재미를 주려고 했다. 군대 진급, 인사고가, 계급정년 등은 회사와 일맥 상통하는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전세계(김동준)의 누나인 전우주(한가인)는 서로 닮았다는 이야기가 “DNA 검사 함 해봐야”라는 댓글이 달릴 정도로 나돌며 ‘밈’으로 유통되고 있었는데, 제작진은 그 지점을 공략했다. 한가인이 일선 부대에 근무하는 병사를 면회하러 온다고 생각해봐라. 그것 자체가 판타지다. 그날 하루는 사기가 올라간다.

‘신병4’에서는 말년을 보내는 최병남 병장이 여친에게 반지 소포를 되돌려 받으며 이별 통보를 받아 여자친구 이름인 ‘수아’와 ‘수화’를 헷갈려 할 정도가 된다. 어떻게 치료할 것인가? 그래서 최 병장이 관심사병으로 등록되는 시점에 한가인 누나가 부대 위병소에 도착한다. 제작진의 코미디 감각이 매우 뛰어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기영 작가는 “남매 설정 스토리는 웃기는 모습을 보여주되 망가진 모습은 없어야 한다. 현실남매 모습이 있어야 한다. 여배우가 많이 안나오는 곳인데, 한가인 배우 장면은 없었던 반사판까지 사용했다”고 말했다.

14화의 ‘윤천리 참교육 작전’, 일명 '에픽 퓨리'(장대한 분노 작전)는 실제 있었던 일이 아닌 ‘판타지’다. 강찬석과 최병남은 제대 직전 분대 외박을 나갔다가 윤천리 인근 고등학생들과 시비가 붙어 일방적으로 맞는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대대장 변혁진이 부대원들의 외출·외박을 전면 통제해 윤천리 상권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를 계기로 군인 대상 바가지 요금과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 펼친 기선 제압 작전이다.

“번영회장과 양아치놈들, 뼛속깊이 우리의 분노를 새겨서 군인을 우습게 본 대가를 확실하게 치르게 해주는 것”(조백호 중대장)

“상인들의 무례함과 바가지를 참아온 건 저희가 힘이 없어서가 아니라, 상인분들이 저희가 목숨 걸고 지켜야 할 대상이기 때문이다. 정 사과하고 싶으면 댓가가 아니라 상식과 존중을 보여달라”(변혁진 대대장)

윤천리상가 번영회장 김영철(이한위)은 사과의 의미로 회식 자리를 마련하고, 군인전용 요금제 철폐 등 재발방지책 3가지를 약속해야 했다.

민진기 감독은 “이런 대사를 통해 우리가 군인들을 대신해 한번 말해준 거다. 우리 결과 맞지는 않다. 현실적이지 않아도 한 편의 연극처럼 이상적인 도착 지점으로 갔다. 더 큰 힘을 빌리지 않고도 서로가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결과 값으로 마무리됐다”면서 “실제는 아니지만, 잘 마무리됐다”고 설명했다.

민진기 감독은 “군대 경험은 개인마다 다르고, 어떤 병과인지에 따라 다르고, 이야기는 차고 넘치는데, ‘신병’에 대입시켰을 때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필터링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이어 “AI를 활용해 찍기도 했는데 박민석과 완벽한 싱크로율을 이루더라. 시즌이 거듭되면서 자료가 누적된 덕이다. AI는 드라마 촬영에서 잘 활용하면 좋은 도구다. 앞으로 규모 있는 신, 현실감 있는 신을 촬영할 때 적절히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민 감독은 “시즌을 거듭해서 제작할 수 있는 이유는 수익성 확보다. 업계의 활로가 될만한 모범사례다. OTT에서는 35분짜리 24개, 채널에서는 60분짜리 12개로 만들어, OTT 체류성을 높이고, 채널은 재방을 용이하게 하고(15세 이상 관람), 디지털 클립으로 자르면 독립된 이야기로 즐길 수 있는 시퀀스 중심이라 수익성이 높게 나타난다. 목적에 맞는 재활용 영역이 있다. 미드로 치면 15시즌까지 간 ‘ER’이나 23시즌을 제작중인 ‘그레이 아나토미’ 처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