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항만 불법 드론 침입 급증에도 무력화 실적 '0건'…수십억 안티드론 장비 무용지물

전국 항만 불법 드론 침입 급증에도 무력화 실적 '0건'…수십억 안티드론 장비 무용지물

부산항 미승인 드론 적발 103건, 지난해 전체의 3배 넘어…전파교란·포획 실적 전무
김용태 의원 "현장 책임 공백 해소 시급…적법한 보안 임무 중 발생한 피해 국가 책임 제도화"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국가 안보와 물류의 핵심 시설인 전국 주요 항만에 수십억 원을 투입해 구축한 안티드론 시스템이 제도적 미비와 책임 소재 문제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승인 드론 침입이 잇따르고 있지만 실제 전파교란이나 포획을 통한 무력화 실적은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8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용태 국회의원(경기도 포천·가평)이 전국 4개 항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26년 미승인 드론 침입 적발 건수는 부산항만공사 103건, 인천항만공사 5건, 울산항만공사 1건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 김용태 국회의원 [사진=김용태 의원실]

특히 부산항의 미승인 드론 적발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은 자체 안티드론 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2024년 39건, 2025년 31건의 미승인 드론을 적발했다. 그러나 올해는 9월까지 이미 103건을 기록하며 지난해 연간 적발 건수의 3배를 넘어섰다.

국가중요시설인 항만에서 미승인 드론 탐지가 급증하면서 보안 정보 유출과 시설 안전사고 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드론 탐지 실적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실제 대응 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제출된 자료에 따르면 2026년부터 안티드론 시스템을 구축한 인천항과 울산항을 포함해 전국 주요 항만에서 전파교란(재밍)이나 포획 방식으로 미승인 드론을 무력화한 실적은 전무했다.

안티드론 시스템은 항만시설 주변으로 접근하는 미승인 드론을 탐지하고, 필요할 경우 전파교란이나 포획 등의 방식으로 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보안 장비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장비 운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통신 장애와 기물 파손 등 2차 피해에 대한 책임 문제가 실질적인 운용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국제선박항만보안법' 등 관련 법령에는 항만시설 내 미승인 드론의 비행을 금지하고 탐지·퇴치·추락·포획 등의 대응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다.

반면 적법한 보안 임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한 면책이나 책임 부담을 명확히 규정한 제도는 미흡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장 보안 인력은 전파교란 장비를 갖추고도 실제 무력화 조치보다는 경찰 신고나 육안 순찰, 촬영물 삭제 권고 등 제한적인 대응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의 보안 장비를 구축하고도 운용에 따른 법적·재정적 책임을 명확히 정하지 않아 현장 대응이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부산항은 주거지역과 도심 교통망이 인접한 항만이라는 점에서 불법 드론을 이용한 시설 침입이나 보안 정보 유출,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피해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에 따라 안티드론 시스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비 확충뿐 아니라 현장 운용 기준과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부산항은 민가와 통행이 많은 도심형 항만이라는 특성이 있어 불법 드론 테러나 보안 유출이 발생할 경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승인 드론 적발이 급증하면서 항만 보안과 안전사고에 대한 위협이 커지고 있는 만큼 국가중요시설인 항만에서 안티드론 장비를 실질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적법한 보안 임무 수행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질 수 있도록 제도화해 현장 인력이 책임 부담 없이 필요한 대응 조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포천=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