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세웅 기자] 삼성전기가 올해 인공지능(AI) 관련 부품에서 공개한 장기공급계약(LTA) 규모가 4조원에 육박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약 35%에 해당하는 LTA를 약 4개월 반 만에 확보하면서 AI 서버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비롯한 고부가 부품의 수주 확대가 두드러지고 있다. 계약 물량은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공급돼 향후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9일 삼성전기 공시를 종합하면 지난 5월부터 이달 6일까지 공개된 실리콘 캐패시터와 AI 서버용 MLCC·인덕터 LTA는 6건, 약 3조9490억원 규모다.
삼성전기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11조3145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들어 공개된 LTA 금액만 지난해 연간 매출의 약 34.9%에 해당한다.
수주는 지난 5월 1조5570억원 규모 실리콘 캐패시터 계약을 시작으로 이어졌다. 6월에는 약 4540억원, 7월에는 2951억원 규모의 AI 서버용 MLCC 계약을 각각 확보했다.
9월에는 MLCC 장기공급계약 가운데 역대 최대인 1조722억원 규모 계약에 이어 2850억원 규모 MLCC·인덕터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 6일에도 2856억원 규모 MLCC 공급계약을 추가했다.
AI 서버 고성능화⋯MLCC 장기계약 확산
수주가 집중되는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고성능 MLCC 수요 증가가 있다.

MLCC는 전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부품 간 신호 간섭을 줄이는 핵심 수동부품이다. AI 서버에는 일반 서버보다 10배 이상 많은 MLCC가 들어간다. 특히 AI 서버용 MLCC는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24시간 가동을 견뎌야 하는 만큼 고용량·고신뢰성 특성이 동시에 요구된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MLCC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회사는 고용량 MLCC 설계 기술과 제품 신뢰성, 대형 고객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생산·품질관리 역량을 경쟁력으로 꼽는다.
수요 증가와 빠듯해진 수급은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기가 올해 4분기 OEM·ODM 고객을 대상으로 MLCC 가격 인상에 나섰으며, AI 서버에 사용되는 고사양 X6S 제품은 고객사별 협상에 따라 평균 10~20%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용 X5R 제품도 평균 25~30% 인상이 예상된다.

앞서 트렌드포스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수요가 고사양 MLCC 생산능력을 빠르게 소진하면서 하반기 가격이 완만하게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AI 서버 플랫폼 고도화와 클라우드사업자의 자체 AI 칩 확대도 고사양 MLCC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AI 데이터센터용 MLCC 판매 확대⋯실적에도 반영
AI 데이터센터용 MLCC 판매 확대는 현재 실적에도 반영되고 있다.

삼성전기의 올해 2분기 컴포넌트 부문 매출은 1조64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 늘었다. 회사는 AI 서버·네트워크·파워 등 데이터센터용 MLCC 판매 확대를 주요 성장 요인으로 제시했다.
다만 올해 확보한 약 3조9490억원은 올해 매출액이 아니라 향후 공급하기로 계약한 금액이다. 공시된 6건 모두 공급은 2027년부터 시작되며, 지난 5월 체결한 실리콘 캐패시터 계약은 2028년까지 이어진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AI 서버용 MLCC 수급이 빠듯해지면서 고객사들이 필요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장기공급계약을 확대하고 있다"며 "현재 계약한 고객사 외에도 여러 업체에서 추가 계약 요청이 들어오고 있어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