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사 수 AMD CEO "한국 게이머는 세계 최고…삼성·SK와 3~5년 내다본다"

리사 수 AMD CEO "한국 게이머는 세계 최고…삼성·SK와 3~5년 내다본다"

"반도체는 '팀 스포츠'" HBM4 장기 협력 강조
퓨리오사AI·딥엑스 등 국내 NPU 기업과 협력 모색
게이머 데이서 FSR 4·라이젠 전략 직접 소개
곽노정 이어 전영현 회동 삼성 파운드리 논의 주목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인공지능(AI) 가속기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추격하는 AMD의 리사 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7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국내 게이머들과 직접 만나 인공지능(AI)과 게이밍 전략을 소개한 데 이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국내 AI 반도체 스타기업들을 잇달아 만났다. AI 가속기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망을 장기간 확보하고 국내 AI 생태계와 접점을 넓히기 위한 행보다.

수 CEO는 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AMD 게이머 데이'에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성능이 뛰어난 게이머들이 있는 특별한 곳"이라며 "게이밍은 AMD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리사 수 AMD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AMD 게이머 데이'에서 참석자의 의상에 사인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그는 한국 게이머들이 높은 성능 기준을 제시하면서 기술의 한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했다. PC뿐 아니라 콘솔과 휴대용 게임기까지 AMD가 게이밍 사업을 계속 확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현장에서는 테크 유튜버 '잇섭'이 AI 시대 AMD의 기술 방향을 물었다. 수 CEO는 AI와 게이밍을 별개 시장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AI가 최고 성능의 컴퓨팅을 이끌고 있지만 게이밍도 높은 성능을 요구한다"며 두 영역을 함께 가져가겠다고 설명했다.

테크 유튜버 '잇섭'이 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AMD 게이머 데이'에서 리사 수 AMD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잭 후인 AMD 컴퓨팅 및 그래픽 그룹 총괄 수석부사장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권서아 기자]

잭 후인 AMD 컴퓨팅 및 그래픽 그룹 총괄 수석부사장은 머신러닝 기반 그래픽 기술 'FSR 4'를 외장 그래픽처리장치(GPU)에서 모바일 가속처리장치(APU)와 휴대용 게임기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APU용으로는 연산 부담을 낮춘 경량 모델을 별도로 개발해 프레임과 화질을 높이면서 지연시간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수 CEO가 객석에 "라이젠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곳곳에서 손이 올라왔다. 라이젠 X3D 제품 이용자를 다시 확인한 뒤에는 "이 자리에 있는 사람은 모두 라이젠을 써야 한다"고 농담해 웃음을 끌어냈다.

행사 마지막에는 수 CEO가 직접 사인한 '라이젠 7 9800X3D'를 비롯해 '라데온 RX 9070 XT' 기반 그래픽카드와 게이밍 노트북 등을 추첨을 통해 전달했다. 당첨자들과 기념사진도 촬영했다.

게이머들과의 만남 뒤에는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리사 수 AMD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AMD 게이머 데이' 행사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은 잭 후인 AMD 컴퓨팅 및 그래픽 그룹 총괄 수석부사장. [사진=권서아 기자]

수 CEO는 기자들과 만나 "한국 생태계는 공급 측면과 파트너십 측면에서 AMD에 매우 중요하다"며 "단순히 1년, 2년, 3년이 아니라 앞으로 3~5년까지 파트너들과 함께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직접 핵심 공급망 파트너로 꼽았다. AI 가속기 출하가 늘면서 GPU에 탑재되는 HBM을 비롯해 중앙처리장치(CPU)와 패키징까지 수년 뒤 공급 물량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MD는 차세대 AI 가속기 'AMD 인스팅트(Instinct) MI455X'와 이를 기반으로 한 랙스케일 AI 시스템 '헬리오스(Helios)'에 현재 세대 제품인 HBM4(6세대)를 적용한다.

리사 수 AMD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AMD 게이머 데이' 행사 후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왼쪽은 잭 후인 AMD 컴퓨팅 및 그래픽 그룹 총괄 수석부사장. [사진=권서아 기자]

수 CEO는 "차세대 MI455X와 헬리오스 시스템 출하를 시작했고 모두 HBM4 시스템"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쪽에서 훌륭한 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HBM 파트너십은 한 세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에 걸쳐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AMD와 HBM의 인연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MD는 당시 GPU에 1세대 HBM을 상용 적용했다. 수 CEO도 이날 AMD가 2015년 HBM을 생산 제품에 처음 적용한 회사라며 HBM과 복잡한 반도체 기술을 결합해 온 경험을 강조했다.

한국시간 지난 7월 24일 배경훈 부총리 겸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리사 수 AMD 회장이 만나 AI 반도체 생태계 협력을 위한 과기정통부-AMD간 MOU를 체결했다. [사진=과기정통부]

이번 방한에서는 국내 신경망처리장치(NPU) 스타트업의 협력 가능성도 살폈다. 수 CEO는 이날 오전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과 국내 AI 기업들을 만났다. 퓨리오사AI와 딥엑스, 모빌린트 등 NPU 기업을 비롯해 업스테이지와 망고부스트, 모레 등 AI 소프트웨어·인프라 업체들이 참석했다. 당초 참석 대상으로 알려졌던 리벨리온은 박성현 대표를 포함해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았다.

AI 데이터센터에서는 CPU와 GPU만으로 연산을 처리하기보다 NPU 등 여러 종류의 가속기를 함께 사용하는 이기종 컴퓨팅이 확산하고 있다. AMD 입장에서는 자사 CPU·GPU와 국내 NPU, AI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것이 새로운 협력 지점이 될 수 있다.

수 CEO는 "한국에는 공급망뿐 아니라 대학과 스타트업, 대기업까지 많은 인재가 있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에서 매우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있다"고 평가했다. 업스테이지와 망고부스트, 모레 등 AMD가 이미 협력 중인 국내 기업도 직접 언급했다.

수 CEO의 이날 일정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로 이어졌다. 그는 게이머 데이에 앞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을 만났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SK하이닉스와 이미 만났고 삼성전자도 만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이어 "반도체는 '팀 스포츠'"라며 "AI는 제 경력에서 본 것 가운데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분야"라고 말했다. 메모리와 CPU, GPU, 패키징 등 여러 업체가 함께 기술과 공급 일정을 맞춰야 하는 만큼 파트너들과 자주 만나 소통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 3월 18일 삼성전자의 최첨단 반도체 생산지인 평택 팹에서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왼쪽)과 리사 수 AMD 최고경영자(CEO)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수 CEO는 게이머 데이 이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이동해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과 만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지난 3월 수 CEO의 첫 방한 당시에도 만나 HBM4와 서버 D램(DDR)5 등 차세대 AI 메모리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협력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까지 넓어질지도 관심사다. 수 CEO는 이날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삼성은 여러 분야에서 훌륭한 파트너"라며 "파운드리를 비롯한 여러 영역에서 기회를 계속 살펴보고 있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HBM4, HBM4E 제품. [사진=곽영래 기자]

AI 반도체 업체들이 잇따라 한국을 찾는 배경에는 빠듯한 메모리 공급도 있다. AI GPU에는 여러 개의 HBM 스택이 탑재되는 만큼 가속기 출하량이 늘수록 HBM 수요도 함께 불어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차세대 HBM 공급 물량을 조기에 확보하는 것이 글로벌 빅테크의 주요 과제가 된 이유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지난 6월 한국을 찾은 데 이어 다음 달에는 장녀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가 방한한다. 매디슨 황은 삼성전자와 SK그룹, LG전자 등 국내 기업과 피지컬 AI 분야 협력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 CEO는 전날 대만에서 고객사와 공급망 파트너들을 만난 뒤 한국에 입국했다. 한국에서도 AI 스타트업과 SK하이닉스, 삼성전자, 게이머들을 잇달아 만난 뒤 이날 저녁 미국으로 출국한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