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끝났는데 수년째 ‘청산연금’…전국 미청산 조합 122곳

재건축 끝났는데 수년째 ‘청산연금’…전국 미청산 조합 122곳

해산 후 5-6년 지나도 청산 지연…월 2700만원 운영비 지출 사례도

청산인 연간 보수 1억원 넘기도…안태준 “국토부 직접 점검·관리기준 마련해야”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마치고 조합이 해산한 뒤에도 수년간 청산절차를 끝내지 않은 채 청산인과 직원에게 지속적으로 보수를 지급하는 이른바 ‘청산연금’ 문제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조합에서는 청산 관련 운영비와 외주용역비 등으로 매달 2700만원가량을 지출하거나 청산인에게 연간 1억원이 넘는 보수를 지급한 사례도 확인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국회의원(경기도 광주시 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 전국에서 청산을 마무리하지 못한 정비사업 조합은 122곳으로 집계됐다.

일부 조합은 해산한 지 5-6년 이상이 지났는데도 청산절차를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 기간 청산인과 직원 등에 매달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대의 보수를 지급하고 사무실 운영비와 외주용역비 등도 지속적으로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안태준 국회의원 [사진=안태준 의원실]

정비사업 조합은 사업을 마치고 해산하면 남아 있는 채권·채무와 소송 등을 정리하고 잔여재산을 조합원에게 배분한 뒤 청산절차를 종료해야 한다.

그러나 국토부 제출자료에 따르면 일부 해산조합은 청산이 장기화하는 동안 기존 청산조직을 유지하며 월정액 보수와 각종 운영비를 계속 지출하고 있었다.

한 조합은 청산 관련 운영비와 외주용역비 등으로 월 약 2700만원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3억2400만원에 달한다. 청산인에게 지급되는 연간 보수만 1억원을 넘는 사례도 확인됐다.

청산을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하는 청산인이 오히려 청산기간이 길어질수록 보수를 장기간 받을 수 있는 구조적 문제도 제기된다.

소송 등 잔여업무가 있다는 이유로 수년간 기존 조직과 월정액 보수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조합원에게 돌아가야 할 잔여재산이 청산인 보수와 운영비 등으로 계속 소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소송 등 청산업무가 남아 있어도 잔여재산을 조합원에게 우선 배분하고 업무량에 맞춰 인건비와 조직을 축소한 사례도 확인됐다.

한 해산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총 152억4000만원의 청산금을 먼저 지급한 뒤 2026년 6월 기준 약 3억원의 잔여재산만 남겨둔 상태다.

현재 하자보수 손해배상 소송 1건이 진행 중이지만 청산업무가 크게 감소하자 고정비 절감을 위해 올해 4월부터 청산위원장을 무임금·비상주 체제로 전환했다. 별도의 사무원도 두지 않고 있다.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기존 청산조직과 고정적인 월정액 보수를 계속 유지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른 조합 가운데서도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청산을 마치거나 청산 종료에 앞서 잔여재산을 조합원들에게 우선 배분한 사례가 확인됐다.

국토부가 장기 미청산 조합의 실태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토부가 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일부 조합은 향후 청산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지만, 일부는 청산 종료 시점을 ‘소송 종결 시’라고만 기재했다.

일부 조합의 청산인 보수와 미청산 사유, 향후 청산계획 등은 ‘확인불가’, ‘확인중’, ‘연락불가’ 등으로 파악됐다.

장기간 청산이 지연되고 있는 조합에서 누가 얼마의 보수를 받고 있는지, 실제 남아 있는 청산업무가 무엇인지, 청산을 언제까지 끝낼 계획인지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일부 조합은 현재 시점에서 향후 5년에 걸친 추가 청산계획까지 수립한 것으로 나타나 청산 장기화가 사실상 상시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111조는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해산조합의 청산업무를 포함한 정비사업을 감독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요구하고 조사·검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해산조합의 잔여재산 인도 등 청산인의 직무가 성실하게 수행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경우 국토부가 직접 자료 제출을 요구하거나 관련 업무를 조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 의원은 “사업도 끝나고 조합도 해산했는데 청산을 수년간 끌면서 매달 고액의 보수를 받아간다면 조합원 입장에서는 사실상 ‘청산연금’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며 “더 큰 문제는 빨리 청산해야 할 사람이 청산이 늦어질수록 더 오래 보수를 받을 수 있는 구조 자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로 소송이 남아 있어도 잔여재산을 먼저 조합원에게 돌려주고 업무가 줄자 청산인을 무임금·비상주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며 “장기청산과 고정적인 고액보수가 반드시 불가피한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국토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서조차 청산인 보수와 청산계획이 ‘확인불가’, ‘연락불가’로 나온다면 지금까지 사실상 지자체 자료를 취합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정 기간 이상 청산이 지연되는 조합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실제 잔여업무와 지연 사유를 직접 점검해야 한다”며 “업무량에 비해 과도한 청산인 보수와 운영비가 지급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관리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