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1조2000억원을 넘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피해 발생 뒤 계좌를 동결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송금 전에 범죄를 탐지·차단하는 체계로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과 금융감독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조 2578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1인당 평균 피해액은 2016년 862만원에서 지난해 5384만원으로 10년 사이 6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1~8월 발생한 보이스피싱의 94%는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피해자에게 접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이날 "금융회사와 통신사, 수사기관뿐 아니라 민간이 보유한 사기 정보와 예방 기술을 연결하는 민관 공동 사전 예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 발생 이후 계좌를 지급정지하는 기존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금융회사가 지급정지한 사기 이용 계좌는 2021년 5만7990건에서 지난해 10만2307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피해금 환급률은 35.9%에서 26.3%로 떨어졌다. 피해금이 계좌 동결 전에 다른 계좌로 재이체되거나 가상자산으로 전환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은 "보이스피싱은 전화·문자로 시작해 계좌이체를 거쳐 가상자산이나 타 계좌로 피해금을 이동시키는 복합 범죄로, 통신망이나 금융망 어느 한쪽만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의심 전화번호와 피해 신고, 계좌 정보, 이상거래 등 서로 다른 위험 신호가 연결되는 순간 범죄의 실체는 명확히 드러난다"고 했다.
연구원은 특히 민간이 확보한 사기 의심 정보를 공공·금융권 시스템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이스피싱이나 금융사기는 수사기관의 수사나 금융회사의 지급정지에 앞서 이용자의 신고·문의 과정에서 처음 포착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이 과정에서 쌓이는 전화번호와 계좌번호, 피해 유형 등의 정보를 조기 경보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원이 인용한 민간 사기예방 플랫폼 '더치트'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용자와 금융기관 연계를 통해 조회된 사기주의 정보는 50억6100만건이었다. 이 가운데 송금 직전 탐지된 사기 의심 거래는 1219만건으로 하루 평균 3만3412건에 달했다.
연구원은 이런 민간 정보를 금융결제원 망 등 실제 송금이 이뤄지는 인프라와 연계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돈이 일단 송금된 뒤에는 회수하기 어려운 만큼 소비자가 송금을 최종 실행하기 전 위험 거래 여부를 알려주는 방식이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조 원장은 "사기 이용 계좌를 10만개 넘게 동결하고도 환급률이 20%대에 머물렀다는 통계는 어떠한 신속한 사후 조치도 사전 예방을 앞설 수 없음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보이스피싱 대응 성과는 사후에 계좌 몇 개를 동결했느냐가 아니라 송금 전에 위험을 얼마나 선제 탐지하고 실제 피해를 몇 건 차단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