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장사도 접고 매장도 비워줬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맡겨놓은 보증금마저 돌려받지 못한다면 소상공인은 어떻게 버팁니까”
홈플러스 대구성서점에서 영업하다 퇴점한 일부 점주들이 약 4개월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조속한 반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이미 영업을 종료하고 매장까지 반환한 영세 점주들의 보증금만큼은 신속하게 돌려줘야 한다는 호소다.
특히 취재 결과 성서점 측은 점포 차원에서 본사에 보증금 처리를 위한 품의를 올리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했지만 이후 본사 담당 부서에서 실제 처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는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퇴점 점주들의 속앓이는 깊어지고 있다.
6일 홈플러스 대구성서점 퇴점 점주와 성서점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일부 점포는 영업을 종료하고 퇴점 절차까지 마쳤지만 홈플러스에 맡긴 보증금을 아직 반환받지 못하고 있다.
성서점 관계자도 이날 아이뉴스24와의 전화통화에서 보증금 반환이 약 4개월가량 지연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 정도 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점주들이 더욱 답답해하는 것은 보증금 지급 절차다.
점주 측은 서울회생법원에 보증금 반환 문제를 문의하는 과정에서 홈플러스가 지급을 위한 절차를 밟아 요청할 경우 법원 차원에서 하루정도면 긴급 처리할 수 있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홈플러스 내부에서 관련 결재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어 실제 지급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점주들의 주장이다.
한 퇴점 점주는 “법원에서는 회사가 절차에 따라 지급 요청을 하면 처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하는데 정작 홈플러스 내부에서 결재가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소상공인들이 맡긴 보증금까지 언제 받을지 모른 채 기다려야 하는지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다른 점주도 “보증금은 영업이 끝나면 돌려받아 다른 사업을 준비하거나 빚을 갚고 생활비로 써야 하는 돈”이라며 “대기업에는 하나의 회계 항목일지 모르지만 영세 점주에게 수천만원의 보증금은 생계가 걸린 돈”이라고 말했다.
아이뉴스24가 성서점 측에 직접 확인한 결과 점포 차원의 보증금 반환 요청은 이미 본사에 전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서점 관계자는 본사와의 업무 처리 구조에 대해 “점포에서 소통하는 본사 창구는 상품팀 바이어”라며 관련 내용을 전달한 뒤 처리 결과를 회신받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점주님들 대금에 대해서 처리를 해달라고 품의는 작성해서 올렸다”며 “그 이후 담당 부서에서 처리가 어떻게 됐는지까지는 저희가 확인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저희가 점포에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했다”고 밝혔다.
성서점 차원의 업무는 마무리됐지만 본사로 넘어간 이후의 처리 상황은 현장 점포조차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관계자는 “같은 회사라도 본사 부서는 저희가 소통하는 부서가 따로 정해져 있고 절차라는 것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포에서는 충분히 점주님들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말씀은 드리고 있다”면서도 “그 이후 조치가 안 되는 것에 대해서까지 저희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퇴점 점주들은 점포에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고, 점포는 본사에 요청했지만 정작 본사 단계에서 현재 어떤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지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성서점 관계자는 본사에 보증금을 지급할 자금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보장을 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이어 “저희도 급여 문제나 이런 게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사실 언론을 통해서 아는 정도”라고 말했다.
따라서 현재 취재 내용만으로 홈플러스가 보증금을 지급할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고의적으로 결재를 미루고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점포가 본사에 처리 요청을 했고 점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마쳤는데도 약 4개월 동안 보증금 반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홈플러스 본사의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홈플러스 성서점 입점 상인들의 어려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7월 홈플러스 회생절차가 중대한 고비를 맞았을 당시에도 성서점 일부 점주들은 판매대금 정산 지연과 보증금 회수에 대한 불안을 호소했다.
당시 성서점에서 영업해 온 한 점주는 약 4500만원의 보증금을 홈플러스 측에 맡긴 상태라고 밝히는 등 홈플러스의 경영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입점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성서점 입점 종사자 50여명은 대구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업권 보장과 긴급 행정·금융지원 등을 요청하기도 했다.
홈플러스 사태가 단순히 대형 유통기업 한 곳의 경영위기에 그치지 않는 이유다.
대형마트 한 곳에는 다수의 임대·수수료 매장과 협력업체가 얽혀 있다. 이들 상당수에게 하루 매출과 정산금, 임대보증금은 곧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운영자금이자 가족의 생계비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역시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7월 초 홈플러스의 회생계획 수행에 필요한 최소 운영자금 약 2000억원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긴급운영자금 조달 방안이 마련되면서 법원은 같은 달 21일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기존 회생절차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다.
정부 역시 홈플러스 사태가 영세 협력업체와 입점업체의 연쇄 피해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지원 대책을 가동해 왔다.
결국 이번 보증금 문제의 핵심은 ‘지급할 수 없는 것인지’와 ‘지급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지 않는 것인지’를 가리는 데 있다.
점주들의 주장대로 법원 절차상 보증금 지급 가능성이 열려 있는데도 홈플러스 내부 절차 때문에 반환이 지연되고 있다면 회사 측은 그 이유와 구체적인 지급 일정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회생절차상 별도의 법원 허가가 필요하거나 해당 보증금의 법적 성격에 따라 지급에 제한이 있다면 이 역시 점주들에게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회생기업의 자금 집행에는 법적 절차와 채권자 간 형평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약한 영세 점주들이 언제 돌려받을지도 모르는 보증금을 기다리며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점주는 “홈플러스가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우리도 함께 버텨왔다”며 “최소한 퇴점한 소상공인이 맡겨놓은 보증금만큼은 신속하게 돌려주는 것이 도리가 아니냐”고 말했다.
이제 홈플러스 본사가 답해야 할 차례다.
퇴점 점포의 미반환 보증금이 모두 얼마인지, 몇 개 점포가 기다리고 있는지, 법원에 지급 허가 또는 관련 절차를 요청했는지, 본사 내부 처리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점주들이 언제 자신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기업회생의 목적이 기업을 살리는 데 있다면 그 과정에서 함께 버텨온 영세 소상공인의 생계까지 벼랑 끝으로 내몰아서는 안 된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