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영 기자] 산불을 막아야 할 현장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했던 전직 산불감시원이 채용 탈락에 불만을 품고 전북 남원지역에 잇따라 불을 지른 혐의로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1부(정문경 부장판사)는 6일 산림재난방지법 위반과 재물손괴 혐의로 기소된 A씨(58)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2월 8일부터 15일까지 남원지역 들판 등에 불붙인 휴지를 던지는 수법으로 모두 6차례 불을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건조한 날씨에 바짝 마른 들판에서 시작된 불은 바람을 타고 주변 임야로 번졌다. 이 불로 모두 1695㎡가 피해를 입었지만 소방관과 경찰관, 산불감시원 등이 신속하게 출동하면서 인명피해 없이 진화됐다.
A씨는 2016년부터 2025년까지 남원시 산불감시원으로 근무했다. 산불 발생 위험과 초기 진화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셈이다.
하지만 올해 산불감시원 채용에서 탈락한 데 불만을 품고 불을 지르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은 방화에 그치지 않았다.
A씨는 방화 사건이 있은 지 약 한 달 뒤인 3월 8일 다른 산불감시원 B씨의 차량 앞에 나사못을 뿌려 차바퀴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이 사건은 지난 4월 경찰 수사 단계에서 처음 알려졌다.
당시 남원경찰서는 A씨가 남원시 아영면 일대에서 라이터로 화장지에 불을 붙여 던지는 방법으로 산림 인접지역 5곳에 잇따라 불을 지르려 한 것으로 보고 A씨를 구속해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산림당국과 공조해 현장 감식과 폐쇄회로(CC)TV 분석, 탐문 수사 등을 벌여 A씨를 붙잡았다.
수사 초기에는 산림 인접지역 5곳에서 불을 지르려 한 혐의가 알려졌지만 이후 기소와 재판 과정에서는 2월 8~15일 모두 6차례에 걸쳐 불을 낸 사실과 1695㎡ 규모의 피해가 드러났다.
범행 당시에는 산불 위험이 특히 높은 시기였다.
산림청은 올해 봄철 산불조심기간을 1월 20일부터 5월 15일까지 운영했다. A씨의 범행은 산불 예방과 감시 인력이 집중 투입되던 기간에 이뤄졌다.
산림재난방지법도 올해 2월 1일부터 시행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과거 산불감시원으로 근무해 산불의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반복적으로 불을 지른 점을 무겁게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과거 산불감시원으로 일해 산불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는데도 임야에 반복해 불을 질렀으므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며 "범행으로 수많은 진화 인력과 차량이 출동하는 등 소모된 인적·물적 자원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범행 당시 건조한 데다 강풍까지 불어 자칫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며 "불이 크게 번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전북=최영 기자(press140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