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모형 개편 韓 경상수지 과도 평가⋯내년 '상당폭 상회' 가능성

IMF 모형 개편 韓 경상수지 과도 평가⋯내년 '상당폭 상회' 가능성

고령화 속도 빠르고 노인 비중 낮은 韓⋯개편 EBA 불리
적정 경상수지 1.10%p ↓⋯한은 "기저 요인 고려해야"
반도체 등 우리나라 특수성 반영한 추가 분석 필요

[그래프=한국은행]

[아이뉴스24 홍지희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상수지 잣대가 바뀌면서 우리나라가 실제 경제 여건보다 '과도한 흑자국'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올해 평가에서 이미 두 단계 상향된 데 이어 내년에는 추가 모형 개편까지 예정돼 최고 단계인 '상당폭 상회' 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한은이 6일 발표한 'BOK 이슈노트: IMF EBA 모형 개편이 우리나라 경상수지 평가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올해부터 적용된 IMF의 대외균형평가(EBA) 모형 개편은 우리나라의 적정 경상수지를 1.10%포인트(p)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IMF는 지난 7월 대외부문 평가보고서(ESR 2026·2025년 대상 평가)에서 우리나라의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중장기 균형 수준을 '상회'한다고 평가했다. 전년(2024년) 등급인 '대체로 부합'에서 2단계 오른 것이다.

해당 등급을 받은 것은 2016년 대상 평가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 경상수지 흑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5.3%에서 6.6%로 확대된 반면 IMF 모형이 산출한 적정 경상수지는 4.7%에서 3.3%로 낮아졌다. 실제 경상수지와 적정 수준의 차이를 나타내는 '경상수지갭'은 0.8%에서 3.1%로 커졌다.

특히 모형 개편에 따른 적정 경상수지 하락 폭과 모형이 설명하지 못하는 잔차(실제 관찰값과 모형이 예측한 값의 차이) 증가 폭 모두 평가 대상 26개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가장 컸다. 같은 경제 상황을 놓고도 모형이 바뀌면서 한국의 적정 흑자 수준을 이전보다 낮게 평가했다는 의미다.

EBA 모형은 IMF가 각국의 경제·인구 구조와 정책 여건 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적정한 경상수지 수준을 추정하는 데 활용한다. 경상수지 흑자는 국민경제 전체에서 저축이 투자보다 많다는 의미다. IMF는 실제 경상수지가 모형이 산출한 적정 수준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를 토대로 대외 불균형 정도를 평가한다.

한은은 이번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으로 인구구조 관련 모형 개편을 지목했다. 개편된 EBA 모형에서는 인구 비중 산출 분모가 생산가능인구(30~64세)에서 총인구로 바뀌었고 '미래' 고령인구 비중 대신 '현재' 고령인구 비중을 활용한다. 통제 변수였던 인구증가율은 빠지고 주저축자 연령 상단도 64세에서 54세로 낮아졌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한국의 빠른 고령화 속도와 고령층의 높은 저축 성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65세 이상 가구주의 평균저축성향은 32.2%로 전체 가구(30.9%)보다 높다. 65세 이상 고용률도 3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령층 자산의 83%가 부동산 등 실물자산에 묶여 있어 은퇴 이후에도 자산을 처분해 소비하기 쉽지 않은 구조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는 현재 고령인구 비중 자체보다 고령화가 진행되는 속도가 빠른 국가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24년부터 2029년까지 4.9%p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는 평가 대상국 중위값 상승 폭의 2배를 웃돈다. '미래' 고령인구 비중을 '현재' 비중으로 바꾼 새 모형에서는 이런 고령화 속도의 영향이 충분히 잡히지 않는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내년 평가에서는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변수가 하나 더 추가된다. IMF는 ESR 2027부터 과거 초과 경상수지 누적분을 제거한 '초과조정 순대외자산(NFA)'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은은 이 개편만으로도 우리나라의 2026년 경상수지갭이 0.74%p 추가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한은이 올해 경상수지를 여러 시나리오로 나눠 분석한 결과 모두 IMF의 최고 평가구간인 '상당폭 상회'에 해당했다. 올해 반도체 수출 호조 등으로 경상수지 흑자가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모형 변화까지 더해지면 내년 평가 등급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권용오 한은 국제금융연구팀장은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경상수지 급등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변화인지 사이클로 인한 요인인지 확실하지 않아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IMF와 계속해서 소통하는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경상수지갭 자체의 크기보다 갭이 왜 벌어졌는지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경상수지갭의 58%는 EBA 모형으로 설명되지 않는 잔차에서 발생했다. 실제 경제의 구조적 불균형뿐 아니라 모형이 포착하지 못한 한국 고유의 요인이 상당 부분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은은 "우리나라 경상수지갭 중 EBA 모형이 설명하지 못하는 잔차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은 우리나라 특수성을 반영한 추가 분석이 뒷받침돼야 함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홍지희 기자(hjhkk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