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그록 우회 인수' 소송전…주주들 "수십억달러 손실"

엔비디아 '그록 우회 인수' 소송전…주주들 "수십억달러 손실"

일반주주 "투표 없이 핵심 자산 넘겨" 델라웨어 법원에 소송
200억달러 라이선스 계약 놓고 美 법무부도 반독점 조사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엔비디아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그록(Groq)과 맺은 200억달러(약 27조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두고 소송에 휘말렸다. 그록 주주들은 사실상 회사를 우회 인수하면서 일반주주들이 거래 과정에서 소외됐다고 주장했다.

6일 CNBC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그록 출신 엔지니어이자 주주인 조슈아 루빈과 벤저민 세레브린은 지난 2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엔비디아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사진=정소희 기자]

"일반주주 소외"…그록 출신 엔지니어 소송

이들은 엔비디아와 그록이 거래를 추진하면서 주주 투표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그록 이사회 역시 자산 가치를 충분히 검증하거나 극대화하기 위한 절차를 밟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은 이 같은 거래 구조로 일반주주들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지급한 금액 가운데 약 170억달러(약 23조원)가 라이선스 대가 형태로 그록에 지급되면서 세금 부담이 발생했고, 나머지 약 30억달러(약 4조원) 상당의 엔비디아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은 일부 경영진과 직원 등에 돌아갔다는 게 원고 측 주장이다.

이들은 소장에서 핵심 자산과 인력이 빠져나간 뒤 기존 주주들에게 사실상 '껍데기'만 남았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그록은 이에 대해 소송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엔비디아와의 계약이 회사와 투자자, 직원들에게 상당한 가치를 제공했다며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200억달러 계약 뒤 핵심 인력도 엔비디아로

엔비디아는 지난해 12월 그록의 AI 추론용 반도체 기술에 대한 비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내용의 총 200억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형식상 회사 전체를 인수하는 인수합병(M&A)이 아닌 라이선스 계약이었지만, 거래 과정에서 그록의 핵심 기술과 인력이 엔비디아로 넘어가면서 사실상 우회 인수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록 창업자 조너선 로스를 비롯해 약 150~200명의 엔지니어가 엔비디아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록은 법인과 경영권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핵심 기술과 인력 상당수가 빠져나간 점을 두고 거래 구조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규제 당국도 해당 거래를 들여다보고 있다. 미 법무부는 엔비디아와 그록의 거래가 기존 M&A 심사를 우회해 경쟁을 제한했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