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만명 자랑도, 연예인도 필요 없다”…대구 떡볶이축제의 ‘이상한 자신감’

“33만명 자랑도, 연예인도 필요 없다”…대구 떡볶이축제의 ‘이상한 자신감’

방문객 집계 용역까지 없애고 ‘3無 3有’ 승부…“떡볶이가 연예인, 방문객이 주인공”
공식행사·대형 연예인·긴 줄 없앤다…세대공감·참여·지역상생으로 ‘질적 성장’ 실험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지난해 33만명이 몰렸다.

웬만한 지역축제라면 올해는 ‘40만명 돌파’를 목표로 내걸 법하다. 그런데 대구 북구는 반대로 가기로 했다.

지난해 열린 떡볶이 페스티벌에 참여한 가족들이 환하게 웃고 있다.(떡페가족 초상권동의받음) [사진=북구청]

올해는 방문객 숫자부터 세지 않는다. 대형 연예인도 부르지 않는다.

먹거리축제의 고질적인 풍경인 긴 대기줄까지 없애겠다고 나섰다. 대신 내놓은 한마디가 선명하다.

“떡볶이가 연예인이고, 방문객이 주인공이다”

대구 북구는 오는 23일부터 25일까지 사흘간 대구 iM뱅크PARK 일원에서 열리는 ‘2026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을 ‘3無 3有 축제’로 운영한다고 6일 밝혔다.

올해 축제에서 없애겠다는 세 가지는 공식행사·대형 연예인·줄서기다.

그 자리를 세대공감·참여·지역상생이라는 세 가지 가치로 채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방문객 숫자 경쟁에서 한발 물러선 점이다.

지난해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에는 북구 집계 기준 33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몰렸다.

북구는 이 정도면 축제의 집객력은 충분히 확인됐다고 판단했다.

올해는 별도의 방문객 집계 용역도 실시하지 않는다.

방문객을 세는 데 들어가는 예산까지 아껴 현장 운영과 방문객 편의, 콘텐츠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축제의 질문을 ‘몇 명이 왔느냐’에서 ‘온 사람들이 얼마나 잘 놀고 돌아갔느냐’로 바꾸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3無’는 떡볶이 페스티벌이 처음 열린 2022년부터 이어온 실험이다.

당시 북구는 공식행사·바가지요금·공무원 차출을 없앤 ‘3無 축제’를 내세웠다.

올해는 축제 규모가 커지고 방문객의 기대 수준도 높아진 만큼 그 내용도 바꿨다.

첫 번째로 없애는 것은 여전히 ‘의전’이다.

별도의 개막식이나 내빈 소개, 축사를 두지 않는다.

지역축제에서 익숙하게 볼 수 있는 긴 의전행사를 없애고 축제 시작부터 끝까지 방문객이 먹고 즐기고 참여하는 시간으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대형 연예인이다.

북구는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순간적으로 사람을 끌어모으는 방식을 선택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축제의 가장 강력한 콘텐츠인 떡볶이를 전면에 내세운다.

누가 무대에 서느냐가 아니라 전국 어디의 어떤 떡볶이가 축제장에 들어오느냐가 올해 축제의 ‘라인업’인 셈이다.

북구 관계자는 이를 “연예인이 없는 게 아니라, 떡볶이가 연예인”이라고 표현했다.

‘진짜 연예인’으로 표현한 전국 떡볶이 참가업체 명단은 오는 12일 공개한다.

세 번째 도전은 ‘줄서기’다.

수십만명이 찾는 먹거리축제에서 가장 어려운 숙제이기도 하다.

북구는 지난해 처음 도입한 온라인 주문 시스템 ‘컴인’의 기능을 대폭 개선한다.

방문객이 QR코드로 음식을 주문한 뒤 조리를 기다리는 동안 다른 먹거리를 맛보거나 공연·체험·굿즈 등 축제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줄을 서서 보내던 시간을 축제를 즐기는 시간으로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줄서기 없는 축제’가 실제 현장에서 구현될지는 이번 축제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주문을 온라인으로 바꾸더라도 조리와 음식 수령 과정에서 다시 병목이 발생하면 기다림 자체를 없애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33만명이 넘게 찾았다는 대규모 축제인 만큼 주문 시스템의 안정성과 업체별 조리 능력, 음식 수령 동선까지 맞물려야 한다.

북구는 세 가지를 없애는 데서 멈추지 않고 세 가지를 더한다.

떡볶이 페스티벌 홍보 부스 [사진=북구청]

첫 번째는 ‘세대공감’이다.

학교 앞 분식집을 기억하는 부모 세대와 지금도 떡볶이를 즐기는 어린이·청소년, 조부모까지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어린이에게는 축제 캐릭터 ‘뽀기’를 활용한 놀이와 체험을, 젊은 층에는 새로운 떡볶이와 참여형 콘텐츠를, 중장년층에는 떡볶이에 얽힌 추억을 불러내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두 번째는 ‘참여’다.

대형 연예인을 없앤 무대에는 방문객이 올라간다.

관람 중심 프로그램을 줄이고 방문객이 직접 무대에 오르거나 공연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한다.

게임과 댄스, 퀴즈, 캐릭터 체험 등도 축제장 곳곳에 배치한다.

북구 관계자는 “무대를 없앤 것이 아니라 무대의 주인공을 바꿨다”며 “연예인을 바라보는 축제가 아니라 방문객이 직접 무대에 오르고 함께 춤추고 소통하며 스스로 축제의 한 장면이 되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지역상생’이다.

전국의 개성 있는 떡볶이를 한곳에 모으면서 대구지역 소상공인과 맛집, 콘텐츠 기업의 참여도 확대한다.

축제장 안에서 끝나는 소비를 대구의 다른 먹거리와 관광으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원주 만두축제와의 협업도 추진한다.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두 먹거리축제가 방문객을 놓고 경쟁하는 대신 서로 연결해 새로운 식도락 관광 동선을 만들고 굿즈 협업 등을 시도한다.

글로벌 탄산음료 브랜드 스프라이트도 공식 스폰서로 참여한다.

이근수 북구청장은 “떡볶이 페스티벌의 집객력은 이미 충분히 확인했다. 올해는 방문객 숫자를 세는 데 드는 비용까지 아껴 방문객 편의와 현장 운영에 더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떡페에서는 떡볶이가 연예인이고 방문객이 주인공”이라며 “몇 명이 왔는지를 자랑하기보다 찾아온 분들이 얼마나 편하고 즐겁게 축제를 경험했는지로 평가받는, 규모보다 내실 있는 축제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33만명이라는 흥행 성적표를 내려놓은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

올해의 진짜 성적표는 ‘몇 명이 왔나’가 아니라 ‘다시 오고 싶은 축제였나’에서 갈릴 것으로 보인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